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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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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작은딸이 일급정신지체인 시설에 봉사 활동을 자주 가는데 할 만하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같이 밥도 못 먹겠고 너무너무 힘들어 후회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밥 먹다가 흘리면 주워 먹을 정도가 됐다며 웃는다. 아무리 그래도 흘린 음식 주워 먹지는 말라고 했다.

어렸을 때 뇌전증을 앓는 친구의 형이 있었다. 아궁이에 검불을 넣다가 발작을 하는 바람에 집 한 칸을 홀라당 태워 먹기도 했다. 친구랑 그 형이랑 논바닥으로 썰매를 타러 갔다. 아재들이 불 쬐면서 놀라며 모닥불을 피워놓고 갔는데 친구 형이 또 발작하는 거였다. 친구나 나나 멀뚱히 서서 "형, 혀엉~ 그러지 마" 울면서 바라보는 게 다였다.

1960년대 강원도에는 한센병 환자가 많았다. 그들은 대개 다리 밑에 거적으로 바람을 막아놓고 밥을 얻어먹으며 생활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우리 집에는 그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다. 우리 집 곳간은 그들을 위해 있는 곳간 같았다. 덕분에 문둥이 아재가 만들어주는 버들피리를 불며 놀기도 했다.

어렸을 때 기억 때문인지 살아오면서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 친구중에는 중증장애인도 꽤 많은데, 이런 내게 웃기는 일이 생겼다. 웃긴다기보다 딸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그런 행동을 하고 말았다.

강아지가 한 마리 생겼는데 한 달이 지나니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닌다.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소아마비란다. 잠시 생각하다가 이 개 병원에서 맡아줄 수 없냐고 했다. 의사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맡겠단다. 쯧쯧.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강아지부터 찾는데, 딱히 핑곗거리가 없어 문 열어놨더니 나가서 안 들어온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웬걸? 얼마 후 이웃집 여자애가 안고 다니는 강아지를 우리 강아지라며 뺏어왔다.

부끄러웠다. 너무나 부끄러워 딸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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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아, 아이패드를 뒤져보니 아주 오래전에 써놓은 글이 또다시 아버지를 부끄럽게 만든다. 너도 알다시피 아버지에게 사진관을 물려준 장애인 아저씨와 여행을 다니고 형제처럼 지내다시피 하던 사람이 강아지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남에게 떠맡겼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구나. 한집에서 끼니를 함께 해결하며 보호받아야 할 하나의 생명이건만 아버지가 못 할 짓을 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아버지는 그때의 일이 아직도 마음에 안 좋다.

남에게 떠맡기려던 주인에게 그토록 애교를 부리던 강아지, 이웃집 아이가 안고 다니는 강아지를 뺏어와 목욕을 시키고 밥을 먹이며 함께 뒹굴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진은 시장 족발집 아저씨네 강아지가 남의 가게 와서 재롱을 부리는 모습이다. 아무튼, 아버지가 나빴다. 강은교 시인의 '새벽길'이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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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강은교

어둠이 마악 일어서기 시작할 때
어린 고양이 한 마리

달려오는 자동차에 나동그라졌네
푸들 푸들
허공을 긁어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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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