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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아라> 책표지.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아라> 책표지.
ⓒ 인디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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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산모에게 아기수첩을 제공한다. 크기나 디자인 등은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출생 당시 몸무게와 키 등을 비롯하여 접종한 사실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과 접종시기 등을 알려주는 예방접종 정보가 모든 아기수첩에는 반드시 들어 있다.

권장 예방 접종들이 워낙 많다보니 지레 걱정하는 초보 부모들도 많은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방 접종을 하는 순간 주치의가 그날 접종한 것을 기록하는 동시에 다음에 접종해야 할 백신과 날짜를 기록하는 등으로 제때 접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병원들이 예방 접종을 이처럼 신경 쓰고 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하간 우리나라 부모들에겐 아기에게 필요한 백신을 아기수첩으로 관리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그러지는 못하는 법. 아프가니스탄은 1천 명의 출생아 중 115명이 사망할 정도로 유아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그 이유는 필수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경우가 50%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예방 접종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프가니스탄도 우리나라 아기수첩처럼 예방접종 정보를 담은 백신카드를 발급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예방접종률은 좀체 높아지지 않았던 것.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아프가니스탄 보건부 공무원들은 고민한다. 그 결과 '의사가 아이들의 예방시점을 모른다? 엄마들이 백신카드(우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 이후에 병원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와 같은 결론을 얻어낸다.

아울러 지역 사회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어떤 편견이 예방접종을 가로 막는다는 것. 또한 엄마들의 문맹률이 높다보니 백신카드가 있어도 글을 읽지 못해 예방접종의 필요성은 물론 관련 정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를 찾아낸다.

 문맹으로 예방접종 정보를 읽지 못하는 엄마들도 아기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유아사망률 1위 아프가니스탄의 캠페인 장면.
 문맹으로 예방접종 정보를 읽지 못하는 엄마들도 아기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유아사망률 1위 아프가니스탄의 캠페인 장면.
ⓒ 김정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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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보건부의 공무원들은 복합적인 원인(즉 문맹, 무관심, 전통적 편견)에서 비롯된 낮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른 전통적 습관에 주목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태어난 아이들이 악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기원하며 팔목에 작은 팔찌 같은 장식물(charm)을 손목에 채운다고 한다. 보건 당국은 보통 검은색 단색의 작은 구슬(beads)로 만들어진 팔찌에 여러 가지 색상의 구슬을 코드화 했다. 즉, 구슬은 접종이 필요한 백신을 의미하는데 보라색은 홍역, 빨간색은 소아마비, 노란색은 B형 간염이다.

아이가 월령에 맞는 백신을 맞으면 의사는 해당되는 색깔의 작은 구슬을 아이의 팔찌에 추가한다. 이제 백신 기록이 아이의 손목에 채워지게 된 것이다. 이제 이웃과 친척들이 아이의 손목에 있는 여러 색상의 구슬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아이의 손목에 있는 색상을 비교했고, 백신과 팔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백신을 제공해주는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들에게 접종을 행하는 의사를 떠올리게 되었다.-124~125쪽 '잃어버릴 수 없는 아기수첩'에서.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아라>(인디 페이퍼 펴냄)를 통해 만나는 아프가니스탄의 공공 캠페인 'Immunity Charm'에 대한 이야기다.

이 캠페인은 처음에는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전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랄만한 성과가 나왔고 그러자 보건부 공무원들에 의해 국가정책으로 수용,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참여로.

내용은 다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Immunity Charm'처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어떤 변화나 개선이 필요한 문제들의 경우 캠페인을 띄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음주운전 금지나, 독서 운동, 금연, 출산장려, 공공질서에 관한 것 등 여러 캠페인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개된다. 이처럼 전개되는 캠페인들에는 당시 사회가 깊이 반영되어 있음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이나 태국의 인용 사례처럼 그 나라만의 사정이나 상황을 담고 있는 절실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은 이에 주목,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개되어 눈에 띄는 성과 혹은 나름의 어떤 결과를 얻어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공공캠페인 48개를 통해 세계인들의 당면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태국에서는 매년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72만 5천명의 사람들이 죽는다고 한다. 2017년 태국의 인구가 약 6천 8백만 명이니 1%에 달하는 엄청난 수가 모기로 사망한 것이다. 태국의 빈곤층이 모여 사는 슬림은 모기의 천국이라 할 정도로 그 개체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온갖 질병을 전파하는 태국의 모기는 주택가의 물웅덩이나 비가 고인 페타이어 등에서 서식한다 . 정부 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실제로 정부가 제시한 일부 방법의 경우 효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태국 정부는 모든 지역을 방역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획자가 주목한 것은 방콕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오토바이였다.

태국을 한번만이라도 방문해본 사람들은 태국인들이 오토바이를 얼마나 애용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기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는 모든 곳에 있었던 것이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배기통에서 연소된 가스가 나온다, 이 배기통에 모기를 내쫓을 수 있는 천연 성분의 오일을 채우고, 배기과정에서 생기는 열이 이 오일을 활성화한다. 여기서 나오는 가스가 모기를 내쫓는 것이다. 한대의 오토바이가 3미터의 확산 반경을 고려하여 설계된 점을 고려한다면 태국의 오토바이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커버하는 효과가 있다.-25~26쪽,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는다'에서.
골목이 좁다 보니 소독차가 닿지 못하는 곳을 국민들이 애용하는 오토바이로 방역, 좋은 성과를 낸 태국의 캠페인 'Moto Repellent'은 70년대 태어난 세대들에게는 낯익은 우리의 소독차를 떠올리게 한다. 태국 역시 우리의 소독차와 같은 방역 시스템이 있었으나 우리와 주거환경이 다르다보니 성과가 크지 못했고 대안이 필요했던 것.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태의연함을 벗어난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릴 정도로 중요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태국의 'Moto Repellent'은 전세계의 미디어보도와 소셜미디어의 재확산(퍼나름)으로 더 많은 노출을 얻었고 그만큼 많은 지지를 얻어냈다고 한다. 많은 지지는 지속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아 위험 인식이 낮은 자동차배기가스를 녹색물질을 이용해 보이는 배기가스로 변화, 위험인식을 높인 스페인의 대기오염 관련 캠페인 장면.
 보이지 않아 위험 인식이 낮은 자동차배기가스를 녹색물질을 이용해 보이는 배기가스로 변화, 위험인식을 높인 스페인의 대기오염 관련 캠페인 장면.
ⓒ 김정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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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은 시리아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수용한 나라다. 독일에 무사히 도착한 난민들이 언어의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소하고자 난민들이 제공받게되는 생필품에 독일어와 난민들의 언어를 조합한 발음을 표기하는 등으로 시리아 난민들의 정착에 힘쓴 독일의 공공캠페인 장면 중 한컷.
 독일은 시리아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수용한 나라다. 독일에 무사히 도착한 난민들이 언어의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소하고자 난민들이 제공받게되는 생필품에 독일어와 난민들의 언어를 조합한 발음을 표기하는 등으로 시리아 난민들의 정착에 힘쓴 독일의 공공캠페인 장면 중 한컷.
ⓒ 김정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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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창의성이 유독 돋보인다거나,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성공했거나, 통찰력으로 공감을 이끌어 냈거나 등 여러 유형에 따라 7장으로 구분, 주목할 만한 캠페인들을 비교적 짧은 글로 소개한다. '광고보다 재미있는 세계의 공공캠페인'이란 부제처럼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책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들의 캠페인들을 접하며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의 캠페인 기획자들이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외에도 ▲ 30%라는 높은 파양률을 극복하는 동시에 입양에 대한 관심도를 캠페인 이전보다 500% 끌어올린 러시아의 안면 인식기술 활용한 입양, 그 관련 캠페인 ▲ '국민들의 재난대비 인식을 개선하고 안전문화 강화 필요성'으로 나온 칠레 재난 당국의 종이라디오 ▲ 서울 지하철에도 하루 빨리 설치되었으면 하는 부산 지하철의 불이 켜지는 임산부 배려석 ▲ 위험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위험인식이 떨어지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녹색물질을 이용해 보이는 배기가스로 전환시킴으로써 인식을 바꾼 스페인의 배기가스 관련 캠페인 ▲ 식당이나 주점 등 술을 판매하는 업소 영수증에 음주운전 적발 시 물어야하는 벌금을 비롯한 부대비용 등을 영수증에 제시함으로써 음주운전자를 자각하게 하는 호주의 음주운전 금지 캠페인 ▲ 축구 중계 화면에 가정 폭력 신고건수를 게재하는 것으로 축구에 대한 지나친 열정으로 중계방송 시 690%나 상승한다는 가정 폭력을 잠재운 코스타리카의 'The Second Scoreboard' 등, 기발하거나 독특한 캠페인들이 소개된다.

덧붙이는 글 | <오토바이로 모기를 잡아라>(김정렴) | 인디페이퍼 | 2018-04-23 ㅣ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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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