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라오는 팀은 올라오는 것인가. 류현진의 소속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한때 6연패 늪에 빠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최근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팀 분위기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결국 5월 21일(이하 한국 시각) 난적이었던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을 스윕하며 6연패 뒤 4연승을 거뒀다.

사실 내셔널스와의 3연전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3경기 중 2경기에서 상대해야 했던 선발투수가 사이 영 상 3회 수상자인 베테랑 에이스 맥스 슈어저, 내셔널스의 젊은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저스는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으로 인해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스틴 터너가 중심 타선에 복귀한 이후 다저스의 타선이 점점 살아나고 있다. 복귀 초반에는 변화한 라인업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나, 터너가 살아남과 동시에 야시엘 푸이그마저 타격감이 살아났고 고군분투하던 맷 켐프와 역할을 분담하게 되어 집중력이 향상됐다.

시즌 26패 중 최하위권 팀에게만 10패 당한 다저스

시즌 20승 26패를 기록하고 있는 다저스는 올 시즌 승률 5할 미만의 하위권 팀에게 무려 10패나 당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 마이애미 말린스에게도 총 4패를 당했고,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최하위에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도 2패를 당했다.

6연패를 당하는 동안에는 중부지구 최하위 신시내티 레즈에게 4연패 스윕을 당하며 무기력하게 시리즈를 내줬다. 공교롭게도 다저스의 26패 중 10패는 5할 미만 하위권 팀들 중 지구 최하위 팀들에게만 몰아서 당한 것이었다.

한때 다저스는 승패 마진 -10으로 승률 4할 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만일 내셔널리그의 각 지구 최하위권 팀들에게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면, 이 10경기를 승리로 환산하여 다저스는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릴 수도 있었다.

이전까지 다저스가 승패 마진이 -10이 되었던 순간은 2013년이었다. 당시 6월 24일까지 32승 42패로 승패 마진이 -10이었던 다저스는 이후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남은 88경기에서 무려 60승을 거둔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의 6개 디비전 중 가장 먼저 지구 우승을 확정하는 대반전을 만들어냈다.

이후 다저스는 2017년까지 5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서 시즌이 어느 정도 치러진 상태에서 지구 최하위까지 내려온 것이 5년 만의 일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저스가 지난 시즌 30팀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던 팀이었고, 그 팀이 다음 시즌 첫 42경기 만에 승패 마진 -10이 된 것이다.

예년에 비해 불안한 다저스 불펜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팀 평균 자책점 3점 대를 유지하며 이 부문에서 모두 6위 안에 들었다. 가장 낮은 순위가 2014년의 6위였다(30팀 기준). 팀 타율 역시 5년 동안 모두 0.249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균형이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 전력에 균열이 생겼다. 타선의 중심 저스틴 터너가 최근에야 부상에서 복귀한 점도 그렇지만, 다저스의 팀 타율은 0.239에 그치고 있다. 다만 팀 타율 1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0.266)와 큰 차이가 나서 그렇지 내셔널리그 팀 타율 순위에서는 6위에 올라 있다.

선발투수들은 제각기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대체 투수들이 나름 선전하면서 3.42(리그 3위)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은 4.33으로 리그 12위에 그치고 있다. 팀 전체 평균 자책점은 3.80으로 리그 8위다.

사실 다저스의 구원투수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것은 아니다. 부진한 일부 선수들이 그 임팩트가 너무 커서 팀 평균 자책점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21일 경기에서 등판했던 토니 싱그라니는 올 시즌 20경기에 등판하여 7홀드 평균 자책점 7.04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근데 부진이 심각했던 나머지 잠시 마이너리그에 다녀오기도 했다.

다니엘 허드슨은 시즌 평균 자책점이 6.08로 구원투수들 중 두 번째로 나쁘다. 다만 허드슨의 경우 4월 29일 경기에서 0.2이닝 4실점의 영향이 있었으며, 이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때 16.88까지 상승했던 허드슨의 평균 자책점이었지만 한 달 동안 10 이상을 내린 것이다.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은 예년에 비해 평균 자책점이 상승했다. 잰슨이 본격적으로 풀 타임 마무리투수를 맡은 시점은 2013년 여름부터이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1점 대 평균 자책점 시즌을 만들며 커리어 하이를 만들었다.

잰슨은 이전까지 가장 평균 자책점이 높았던 시기가 2011년(51경기 2.85)이었는데, 지금은 3.20이다. 다만 잰슨도 시즌 초반 홈런을 허용했던 3경기를 뺄 경우 나머지 경기에서 단 1실점에 불과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갈 길은 바쁜데 부상이 발목 잡는 선발진

 다저스의 선발투수 클레이턴 커쇼

다저스의 선발투수 클레이턴 커쇼 ⓒ EPA/연합뉴스


올 시즌 다저스는 총 7명의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좌)를 필두로 류현진(좌), 마에다 겐타(우), 알렉스 우드(좌), 리치 힐(좌)이 선발 로테이션을 주로 책임졌으며 워커 뷸러(우), 로스 스트리플링(우)이 힘을 보탰다.

이들 중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우드밖에 없다. 커쇼가 이두박근 통증으로, 류현진이 사타구니 내전근 통증으로 현재 재활 투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힐은 여전히 손가락 물집이 말썽이고, 마에다는 시즌 초반 휴식 일정이 많았던 다저스 일정 문제로 불펜에 대기했던 적이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일단 커쇼는 빠르면 6월에, 류현진은 6월에서 7월 중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시즌 초반 부상자 명단에 갔다 온 적이 있었던 힐은 20일 경기에서 손가락 물집이 또 말썽을 일으키면서 단 2구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힐은 2016년 후반기 다저스에 합류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 3년 재계약을 했는데, 재계약 이후 손가락 물집이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21일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우드는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82구). 그런데 우드는 7회초 공격에서 출루했다가 도루를 시도했다. 도루 자체는 무리 없이 성공했지만, 7회말 투구를 위해 마운드에서 연습을 하다가 햄스트링에 통증이 오는 바람에 바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일단 다저스는 LA로 돌아가자마자 우드의 다리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렇듯 선발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마이너리그를 오가던 유망주들을 선발로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스트리플링은 일단 올 시즌을 불펜에서 시작했는데, 선발투수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최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스트리플링은 4경기에 선발로 등판해서 갈수록 투구 이닝을 늘려가는 모습을 통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뷸러는 힐과 커쇼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 5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하여 2승 1패 평균 자책점 2.67을 기록하고 있는 뷸러는 일단 메이저리그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기복이 좀 있는 모습이다.

기존 선발투수들이 복귀하게 되면 스트리플링은 다시 불펜으로, 뷸러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20일에 힐이 다시 부상자 명단으로 갔고, 우드도 햄스트링 상태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두 선수는 한동안 지속적으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터너, 되찾은 터너 타임

다저스 타선은 터너가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개막부터 고전했다. 코리 시거는 26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보통은 투수들이 많이 받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올해에는 더 이상 뛸 수 없게 됐다(추신수도 2007년에 받은 수술).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타선은 좀처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고 찬스가 와도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21일까지 다저스는 팀 홈런 45개로 리그 11위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최근 터너의 복귀로 타선의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팀 타점 부문에서는 189타점으로 리그 6위까지 올라온 게 고무적이다.

그 동안 다저스 타선은 맷 켐프가 고군분투했다. 사실 켐프는 다저스와 장기 계약을 맺어놓고 성적이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아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했던 선수였다. 지난 겨울 스캇 카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애드리안 곤잘레스 등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고액 연봉 선수들을 넘기는 대가로 켐프를 다시 데려왔고, 원래는 올 시즌도 그렇게 크게 활용할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터너의 부상으로 중심 타선에 공백이 생기면서 켐프는 다시 기회를 얻었다. 21일까지 5홈런 20타점 타율 0.276을 기록하고 있는 켐프는 시거의 시즌 아웃으로 공백이 생긴 다저스의 외야 한 자리를 착실하게 메워주고 있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도 시즌 초반 부진했다. 개막 후 4월까지 홈런이 하나도 없었던 푸이그는 최근 7경기에서 홈런 4개를 기록하며 비로소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4홈런 12타점에 시즌 타율이 0.215에 불과하지만, 5월만 따지면 4홈런 5타점에 타율이 0.273이다.

터너는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6경기에 출전했다. 터너가 복귀한 후 다저스는 처음 2경기에서 6연패를 막지 못하며 그의 복귀도 소용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18일 경기에서 터너가 3안타 5타점으로 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다저스는 연패를 끊었다. 최근 2경기에서는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저스는 터너가 타선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선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크게 상승하며 4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치고 나가지 못한 서부지구 선두권, 추격하는 다저스

다저스가 6연패를 당하며 승패 마진 -10이 되었을 때만 해도 다른 상대들은 너무 멀리 있었다. 문제는 다저스가 추락하는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다른 상위권 팀들이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서부지구 선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최근 경기에서 4연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25승 21패로 승률이 0.543까지 떨어졌고, 콜로라도 로키스에게 반 경기 차이로 추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도 승차가 2경기에 불과하며, 4위 다저스와의 승차도 고작 5경기뿐이다.

로키스 역시 최근 2연패를 당했으며, 자이언츠가 2연승으로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 심지어 서부지구 최하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마저 최근 3연승 기세로 서부지구 순위 판도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다만 와일드 카드 경쟁을 벌이는 팀이 동부지구에 3팀, 중부지구에 3팀이나 생기면서 서부지구 팀들은 현실적으로 지구 우승이 아니면 포스트 시즌을 노리기 어렵게 됐다.

내셔널리그에서 5할 승률을 넘기고 있는 팀은 현재 15팀 중 11팀이나 된다. 아메리칸리그에서 5할 승률을 넘긴 팀이 6팀에 불과하고, 심지어 중부지구에서는 선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22승 23패로 승패 마진이 -1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저스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었던 동부지구 원정을 4승 2패로 마쳤다. 이제 로키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3연전을 치르는 다저스는 이후 하루 쉬고 파드리스와의 홈 3연전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4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터너의 복귀로 반등 요소를 마련한 다저스가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을 추격하고 선두권에 복귀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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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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