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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이면 완연한 봄 향기가 물씬 풍기지요. 벌써 며칠 전부터 제비떼가 겨울철 서식지로 돌아왔어요. 제비들은 고향 집을 반갑게 둘러보며, 그사이 어디 바뀐 건 없는지 꼼꼼히 살펴요. (4쪽)

우리 식구가 사는 터전이 전남 고흥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이른 봄부터 여름 끝자락까지 제비를 아주 흔하게 만납니다. 우리 마을 시골집에서도 만나고, 들판에서도 만나며, 읍내에서도 만나요. 시골 아이들한테 시골집 제비란, 늘 보며 어울리는 이웃입니다.

우리 집 시골 아이가 도시로 마실을 가다가 문득 새를 보면 "저 새, 제비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집에서 참새보다 제비를 흔히 쉽게 마주하니 '작은 새가 하늘을 가르는 모습'을 보면 맨 먼저 제비를 떠올려요. 시골 읍내를 걷다가 제비집을 보면 으레 걸음을 멈춥니다. "제비집 좀 보고 가자!" 우리 집 처마에도 있는 제비집이지만, 다른 곳에서 만나는 제비집이 반가우니 시골 읍내길을 걷다가 자꾸 멈추어 제비를 지켜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비를 늘 만나는 이웃으로 곁에 둘까요? 예전에는 이 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만나는 이웃이던 제비였을 텐데, 이제 우리 곁에는 어떤 새가 머물면서 노래를 베풀까요?

이제 제비 부부는 배고픈 아기 새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몹시 바쁘답니다. 파리, 모기, 나비, 진딧물 같은 곤충들을 잡아 부지런히 아기 새들에게 먹입니다. (9쪽)
제비 부부는 이제 두 번째 알을 낳으려고 또다시 바쁘게 움직이네요. 그러는 사이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여름은 또 그렇게 훌쩍 흘러 어느새 늦여름이 되었지요.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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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제비의 한 해>(토마스 뮐러/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를 봄이 무르익는 철에 새롭게 읽어 봅니다. 이 그림책에는 한국 제비가 나오지 않습니다. 북유럽 제비가 나와요. 북유럽 제비가 새봄에 북유럽으로 찾아온 뒤, 여름이 저물 즈음 들이며 바다이며 못이며 사막을 가로질러 남아프리카로 날아가는 길을 그림으로 곱게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은 2012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는 2017년에 나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제비는 한국하고 중국 사이를, 때로는 한국 중국 일본 사이를 오가는 철새입니다. 그런데 제비는 한국 둘레뿐 아니라 북유럽하고 남아프리카 사이를 오간다고 해요. 이뿐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하고 남미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지요.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서 먼먼 곳으로 나들이를 다닌다면, 제비는 철에 맞추어 오직 제 날개 힘을 믿고 그야말로 먼먼 길을 나들이를 한다고 할 만해요.

제비들은 여름 내내 맛있는 곤충을 배부르게 먹고, 영양분을 몸속에 잘 쌓아 두었어요. 매우 오래 걸리고 힘든 여행이다 보니 이동 중에는 몸속에 쌓아 둔 영양분을 꺼내 쓴답니다. (18쪽)
제비들은 이 모든 어려움에도 마음속 나침반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요. 제비떼는 하늘의 별자리, 지구의 자기장 그리고 산, 호수와 같은 지형 또는 풍차, 공장 굴뚝 등을 보며 방향을 찾아요. (21쪽)

북유럽 제비 이야기를 다룬 <제비의 한 해>를 읽으면, 북유럽하고 남아프리카 사이를 가로지르는 제비하고, 한국하고 중국 사이를 가로지르는 제비하고, 한살이가 엇비슷합니다. 제비는 한 해에 알을 두 번 까요. 첫봄에 한 번, 늦봄에 한 번.

그리고 제비는 한국에서든 북유럽에서든 온갖 날벌레하고 풀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제비가 있기에 우리 터전은 한결 싱그럽거나 정갈하다고 할 만합니다. 사람을 괴롭힌다고 여길 만한 벌레를 잔뜩 잡아먹고, 우리 보금자리에 함께 깃들면서 아침저녁으로 즐겁게 노래를 베풉니다. 더욱이 제비는 새벽하고 저녁에 시계 구실까지 합니다. 새벽에는 얼른 일어나라고 노래합니다. 저녁에는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고 쉬라고 노래해 주지요.

 한국 제비를 다룬 그림책
 한국 제비를 다룬 그림책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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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는 수많은 제비들이 모이는 겨울철 서식지예요. 온통 푸른 풀과 나무로 가득한 이곳이 바로 제비의 두 번째 고향이랍니다. 어린 제비에게는 모든 장면이 새롭고 낯설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이 시기 북유럽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날로 추워져 제비의 먹잇감을 찾을 수 없답니다. (27쪽)

한국에서도 한국 제비를 두고 <나야, 제비야>(봄나무, 2005)가 그림책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한국 제비를 다룬 그림책이 있는데 굳이 북유럽 제비를 다룬 그림책을 볼 까닭이 있을까 싶지만, 제비 눈으로 본다면 제비는 '한국 제비'도 '중국 제비'도 '일본 제비'도 아닌, 그저 제비예요. 이 지구라는 별을 넓게 가로지르면서 살림을 짓는 숲이웃입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제비가 얼마나 멀고 넓게 보금자리를 짓거나 가꾸는가를 그림책으로 돌아본다면, 작은 새 한 마리를 둘러싼 터전을 한결 넓게 바라보는 눈을 키울 만하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우리 삶터를 다시 바라볼 수 있어요. 이제 깊은 시골 아니면 자취를 감추는 제비인데,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도시에도 제비가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 볼 수 있습니다.

제비란 살뜰한 이웃이기도 하면서, 우리 터전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알려주는 길잡이 구실을 합니다. 봄이 흐드러지는 이맘때에, 짙푸르게 피어나며 다가올 여름에, 이웃님 제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제비의 한 해>(토마스 뮐러 / 한윤진 옮김 / 한솔수북 / 201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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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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