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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져 임진강 주상절리에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져 임진강 주상절리에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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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천둥소리에 새벽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천둥소리다. 4.27남북정상회담 이후 요즈음은 훈련 포성소리와 기관총 소리가 멎어 이곳 연천은 고요한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포성소리와 천둥소리는 확연히 다르다. 포성 소리는 '펑~' 소리가 난후 울림이 적어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천둥소리는 "쿵쿵~ 쾅쾅~ 콰앙~ 우르르르 쾅~ 자르르르..." 하며 울림이 길다. 자연의 리듬이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큰북과 작은 북이 자지러지는 듯한 소리처럼 상쾌한 느낌이 든다.

나는 낡은 앰프를 켜고 KBS FM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끓는 물을 커피잔에 부어들고 밖으로 나갔다.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에 순식간에 여러 개의 폭포들이 떨어져 내리며 일대 장관을 이룬다.

 임진강주상절리 폭포
 임진강주상절리 폭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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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화초들을 보다가 비가림으로 테라스에 놓여있는 화분들이 좀 딱하게 보였다. 물을 적당히 주기는 하지만 어디 자연 비만큼 하겠는가? 마침 비가 좀 자지러져서 화분들을 비를 맞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두었다. '얼씨구~ 좋아라!' 화분들이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것 같다.

임진강 위에 다시 칼 번개가 번쩍 치더니 천둥소리가 "우르르르 쾅쾅 ~ 자르르르르르~" 큰 울림이 강변에 가득 울렸다. 천둥소리에 놀라 구름들이 부들부들 떨었을까? 곧 빗방울이 굵어지며 세차게 떨어진다. 굵어진 빗방울을 맞으며 화분 속 화초들이 더욱 생생해지고 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지붕 홈통에 쌓인 낙엽을 거두어 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지붕 홈통에 쌓인 낙엽을 거두어 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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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비를 맞고 있는 화분속의 화초
 자연비를 맞고 있는 화분속의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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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비가 거세게 내리자 홈통에서 물이 마구 솟구쳐 오르는 게 아닌가? 아차! 매년 장마가 오기 전에 홈통에 쌓인 낙엽을 청소를 해주었는데 금년에는 폭우가 좀 빨리 찾아온 셈이다. 그대로 두면 지붕에 고인 물의 무게로 홈통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비옷을 입고 창고에서 사다리를 꺼내와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집게로 홈통에 쌓인 낙엽을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다. 집 뒤꼍에는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빙 둘러싸여 있는데 매년 참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지붕 위에 쌓여 홈통을 메우곤 한다. 모든 일은 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참나무가 신선한 산소를 내품어 주어 고맙기가 이를 데 없는 반면 매년 떨어지는 낙엽들로 홍역을 치른다.

벼룩이 무서워 초가삼간을 태운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참나무를 베어낼 수는 없다. 수고스럽지만 매년 지붕에 울라가 낙엽을 긁어내는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나는 저기 홈통에 가득 찬 낙엽을 긁어내고 처마 밑의 'ㄴ'자형 홈통은 나사를 풀어 가득 막힌 낙엽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빗물이 홈통으로 좔좔좔 잘도 흘러내린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막힌 곳은 뚫어내야 한다.

어제까지 폭우가 쏟아질 것에 대비해 열무를 뽑고, 가마솥에 불을 지펴 참깨를 볶아 열무김치를 담갔다. 상추를 뜯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화단과 텃밭에 풀을 뽑는 등 부산하게 보냈다. "내일 모레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푹 쉬어요." 열무김치를 냉장고에 보관하며 아내가 한 말이다. 그런데 꼭두새벽부터 지붕 위에 올라가 한바탕 작업을 한다. 이처럼 자연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농부에게는 새로운 일이 자꾸 생기는 법이다.

홈통을 정리하고 나니 내 마음이 다 개운해진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화단의 꽃들을 감상하며 잠시 망중한 즐겼다. 친구가 버린다고 한 낡은 앰프를 가져와 창고에 방치된 고물 스피커를 꺼내 연결하여 테라스에 설치하였더니 그런대로 제법 소리가 괜찮다. 음악소리를 들으며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화단의 꽃과 임진강을 바라보는 망중한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천둥소리에 놀란듯 화들짝 피어나는 작약
 천둥소리에 놀란듯 화들짝 피어나는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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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투어 피어나는 작약
 다투어 피어나는 작약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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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붓모양처럼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꽃창포(아이리스)가 막 터져 나와 화단을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있다. 천둥소리에 놀라 피어났을까? 그런데 꽃송이가 워낙 큰데다 빗물을 머금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고개가 수그러들며 땅에 곧 닿을 것만 같다. 나는 꽃창포 옆에 지지대를 세우고 꽃송이를 한데 모아 묶어주었다. 그러자 꽃창포는 비로소 고개를 쳐들고 막힌 숨을 쉬듯 긴 숨을 토해낸다.

 천둥치는 폭우속에 피어나는 꽃창포
 천둥치는 폭우속에 피어나는 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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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전령이자, 무지개처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무지개의 신이다. 그래서 아이리스의 꽃말도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 달콤한 키스처럼 향기롭게 피어나는 아이리스가 우리 집에 오늘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전해 줄까?

꽃창포 바로 옆에 있는 작약도 어제까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는데 빗물을 듬뿍 머금고 수줍은 듯 막 피어나고 있다. 녀석도 천둥소리에 화들짝 놀라 피어난 것일까?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이라고 하던데 정말 꽃말처럼 수줍어 보인다. 저토록 겹겹이 싸여진 꽃잎이 활짝 피면 얼마나 탐스러울까?

작약의 영어 이름은 '피오니(peony)'인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파에온(Paeon)'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파에온은 올림퍼스 산에서 채취한 작약의 뿌리로 신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들의 의사다.

모든 꽃들이 대개 신화 하나를 간직하고 있듯 작약에도 애틋한 신화가 있다. 옛날에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있었는데 사랑하는 왕자가 먼 나라 전쟁터로 가버리자, 그녀는 왕자가 전쟁터에서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왕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숱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눈 먹 악사 한 사람이 공주의 집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래 소리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노래는 왕자가 전쟁터에서 공주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죽고 말았는데, 왕자는 죽어서 그 자리에 모란이 되어서 이국땅에서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공주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결국 공주는 악사의 노래에서 나온 대로 왕자가 죽었다는 이국땅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모란으로 변해 버린 왕자 곁에서 사랑하는 왕자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했다.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하게 했고, 공주는 작약꽃으로 변해 마침내 사랑하는 왕자의 화신인 모란꽃과 나란히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에서 보는 것처럼 모란과 작약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둘 다 모란과에 속하고 꽃도 서로 닮은꼴이어서 언뜻 보아서는 구분을 하기가 어렵다. 허지만 모란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작약은 땅에서 올라오는 풀에서 피어나는 식물이다. 모란은 크고 화려하여 '꽃 중의 왕'으로 불린다.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 '부귀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에 작약은 함지박처럼 탐스럽게 피워난다고 하여 '함박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란이 피어 뚝뚝 떨어져 질 무렵에는 작약이 이어서 피어난다. 바늘이 가면 실이 따라가듯 피는 모란을 따라 피는 꽃이 작약이다. 모란이 남성의 꽃이라면 작약은 여성 꽃이라 할 수 있다. 신화야 어쨌든 오뉴월 무려 두 달간이나 내 곁에서 함박웃음을 웃으며 화려하게 피워주며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북한 땅에서 흘러온 임진강 흙탕물에 번갯불이 번쩍거리더니 "쿵쿵~"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다. 포성소리 대신 천둥소리가 울려퍼지는 임진강은 평화롭게만 보인다. '남토북수(南土北水)'는 접경지역 연천군의 농축산물 대표 브랜드다. 금년에도 북쪽에서 흘러내려온 임진강 물로 연천군의 농작물은 풍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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