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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처럼 일어서는
절반은 한국인
- 디카시 <칭다오공항에서>

뭐가 그렇게들 조급한 것일까?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궁극으로 가야 할 곳은 한 곳이 아닌가. 중국 정주 명천그룹 북카페에서 5월 20일 열리는 제1회 중국대학생 디카시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할 겸 중국 대륙 여행을 하려고 먼저 칭다오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고성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남부터미널로 와서는 공항버스를 다시 갈아 타 인천공항에서 칭다오를 경유하여 정주로 갈 계획이었다. 칭다오에서 일박하며 조선족작가협회 사람들도 만날 겸해서다. 물론 경유하면 항공료도 훨씬 싸다.

인천에서 오후 4시 45분 출발하는 산동항공이었다. 서울 가까이 오자 불현듯 정주의 숙소 아파트 열쇠를 깜빡 잊고 챙겨오는 않은 게 생각났다. 되돌아갈 수도 없고,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앞이 캄캄했다. 물론 정주에서만 머물 생각은 없었지만 정주 숙소를 거점으로 15일 정도 중국에 체류하며 대륙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이렇게 정신을 깜빡깜빡 하며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측에 말해서 예비키를 얻어야 하나? 아니면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어야 하나, 출국을 뒤로 미뤄야 하나 별 생각을 다하며 인천공항까지 왔다.

반전이 일어났다. 이번 시상식 참석을 겸해서 중국 대륙 여행이 목적인 걸 다시 상기해보니 아파트 키를 두고 온 것이 전화위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정주 아파트에 있게 되면 몸이 게을러져서 여행은 시늉만 하고 정주 주변을 빙빙 돌게 뻔했다. 이미 정주 주변은 거의 다 돌아봤다. 정주는 시상식 당일에만 머물고 나머지는 정주를 넘어 중국 대륙을 여행할 거라면 굳이 아파트 열쇠가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칭다오에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한다. 지금 묶고 있는 숙소도 세한레포츠 단지 내에 있는 조선족이 경영하는 호텔이다.
 칭다오에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한다. 지금 묶고 있는 숙소도 세한레포츠 단지 내에 있는 조선족이 경영하는 호텔이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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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대로라면 칭다오에서는 1박만 하고 다음 날 정주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칭다오발 정주행 티켓은 포기했다. 대신 칭다오에서 아예 3일 정도 머물다 침대 기차로 토요일 출발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칭다오에서 칭다오조선족작가협회 작가들과 좀더 여유를 가지고 만날 수도 있다. 디카시연구소와 MOU도 체결 등도 의논하며 한중교류도 구체화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칭다오조선족작가협회 작가들과도 교류

전에 칭다오 루신공원은 둘러봤지만 칭다오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으니, 3일 동안 칭다오 투어도 본격적으로 해볼 요량이다.

20일 정주에서 시상식을 마치고는 중국 대륙을 가능한 많이 둘러보기로 한다. '궁즉통'이라는 말이 이번 경우도 꼭 들어 맞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실수고 실패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좀더 느긋해지자. 빨리 가나 늦게 가나 종착점은 다들 똑 같다. 이제 노안으로 원시다. 가까이 있는 것은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안 보인다. 멀리 있는 것은 안경을 쓰지 않아도 또렷하다. 이제 멀리 보고 살아야 할 나이가 됐다. 제발 일희일비하지 말자.

덧붙이는 글 |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칭다오,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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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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