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1위로 지난주를 시작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는 15일과 16일 이틀간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맞대결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첫 날 9회말에 터진 김재환의 극적인 끝내기 투런포로 두산이 역전승을 거뒀고, 그 기세를 몰아 이튿날에도 5-3으로 SK를 제압했다. 두 경기를 모두 내준 SK는 다시 2위로 내려왔다.

과정, 결과 모두 눈에 띄는 차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2연승을 기록한 팀과 2연패를 기록한 팀이 나오게 된 것은 '디테일'의 차이 때문이다. 두산은 공-수에서 좀 더 세밀한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한 반면 SK는 찬스도 살리지 못했고 야수들의 치명적인 수비 실책으로 분위기가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홈에서 기분 좋게 2승을 챙긴 두산은 사직으로 내려온 이후에도 롯데를 상대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18일에 이어 20일 경기도 승리하면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그 사이 KIA에게 스윕을 내준 SK는 두산과 멀어졌고, 한화가 SK와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일주일 사이에 선두권 경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팀들이 부러워하는 두산의 '디테일', 선두 수성의 원동력

두산의 강점은 SK와의 2연전뿐만 아니라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주요 공격 지표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잔실수를 줄였다. 21일 현재 두산은 실책 17개로 리그에서 실책이 가장 적은 팀이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긴 외국인 원투펀치은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외국인 투수 두 명의 평균자책점은 3.38로 LG(소사-윌슨 2.66), 넥센(브리검-로저스 3.32)에 이어 3위이지만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4.59로 NC(베렛-왕웨이중 5.41), KT(니퍼트-피어밴드 4.64) 다음으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다. 까다로운 타구가 야수들을 향하더라도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았았다는 이야기다.

2타점 적시타 허경민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 9회초 무사 1,2루 두산 허경민이 싹쓸이 3루타를 치고 있다.

▲ 2타점 적시타 허경민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 9회초 무사 1,2루 두산 허경민이 싹쓸이 3루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허경민, 김재호, 오재원, 오재일 등 이름만 들어도 탄탄한 내야진은 두산을 이끄는 힘이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를 포함해 땅볼 유도형 투수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최주환, 류지혁 등 선발로 나서지 않는 야수들도 경기 후반에 수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민병헌이 빠지고 파레디스의 부진으로 우익수 자리가 고민인 외야진도 큰 고민이 없다. 김재환, 박건우, 정진호, 조수행, 김인태 등 기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여기에 오는 9월 '잠실 아이돌' 정수빈(경찰청)까지 돌아온다면 외야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매년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있어도 누군가 이를 메우면서 선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6월 이후 날씨가 더워지더라도 두꺼운 야수층 덕분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힘겹게 30승 고지 밟은 두산, 'Again 2016'을 꿈꾼다

위기를 버텨내면서 선두 수성에 성공한 두산은 공동 2위 SK, 한화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20일 롯데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한 점 차로 승리하며 30승 선착에 성공했다. 10회말 필승조 함덕주와 박치국의 부진, 김재환의 아쉬운 수비 등으로 네 점을 내줬지만 롯데보다 수비에서 한 수 위였다.

KBO리그 역대 30승 선착 시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55.2%(29번 중 16번)로 올시즌 두산의 30승 선착은 1982년 전기리그, 1995년, 2007년, 2016년에 이어 구단 역사상 다섯 번째다. 이 가운데 2007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시즌에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조금 눈에 띄는 것은, 20승과 30승 선착을 모두 달성한 시즌(1982년, 1995년, 2016년)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올시즌에도 20승과 30승 고지를 첫 번째로 밟으면서 기분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독주 체제를 굳혔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아직 불안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양의지와 박건우 정도를 제외하면 타격 부진으로 고민하는 타자가 많고, 장원준과 유희관이 부진한 선발진도 위태롭다. 과부하가 우려되는 필승조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야수들의 견고한 수비에 힘입어 두산은 확률적으로 정규시즌 1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중상위권에 위치한 SK와 롯데를 만나서 4승 1패로 선전했다. 이번주 공동 2위 한화와 주중 3연전에서 2승 이상 기록한다면 그땐 1강 체제 굳히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홈런 친 김재호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때 두산 김재호가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홈런 친 김재호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때 두산 김재호가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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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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