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월드컵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4일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예비 명단 28인을 발표하는 등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출전 준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 와중에 은퇴 이후 축구 행정가로 활동해온 박지성의 깜짝 해설위원 데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박지성과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참석했다.

박지성을 해설위원으로 섭외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배성재 아나운서는 "섭외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며 "개인적으로 SBS는 박지성의 처가라고 생각한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어렵게 섭외에 성공했다. 대표팀의 폴란드 A매치가 끝난 이후 영국으로 날아가서 2주 정도 박지성과 시간을 보냈다. 프리미어 경기를 보면서 축구 얘기를 나눴고 박지성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섭외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박지성은 "해설위원으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게 나도 어색하다. 월드컵이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만큼 나도 대회를 즐기고 싶다. 많은 한국 팬 여러분이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좋은 해설을 해서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겠다"고 입을 열었다.

"박지성만의 축구 관점이 담긴 해설하겠다"

 박지성 전 축구선수와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성 전 축구선수와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박지성은 과거 선수 시절 인터뷰를 할 때마다 '때문에'라는 말을 계속 사용해 놀림 아닌 놀림을 받기도 했다. 박지성의 '때문에' 화법을 차용한 각종 패러디물이 나올 정도였다. 박지성 역시 그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때문에'가 얼마나 나올지 많은 분들이 걱정하더라. 그 말투가 해설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도움이 되면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아내인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의 조언도 있었다고. 박지성은 "(아내가) 내가 리허설하는 걸 보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줬다. 이미 팬들은 내 생각을 통해 말이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바로 얘기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듣기 편할 것이다"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옆에서 많이 해 줘서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박지성 해설위원을 위해 '특별 리허설 프로토콜'을 구성해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박지성이) 큰 무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력이 정확하다. 직접 경기에서 뛰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빠른 판단으로 정확한 해설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며 "방송 경험이 많지 않아 능숙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무리 없이 전달한다. 사석에서 함께 축구를 볼 때도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박지성은 과거 2002 월드컵의 영광을 함께했던 이영표, 안정환 전 선수와 열띤 해설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이영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KBS 해설위원으로 활약했으며 안정환 선수는 앞서 MBC 축구 해설위원으로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박지성은 동료들과의 시청률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방송국 입장에서 시청률을 생각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해설위원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고민했던 건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한국 팬들에게 다양한 해설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영표, 안정환과 나는) 각자 다른 선수 생활을 해왔고 축구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해설을 할 것이기 때문에 축구 팬들에게 다양성을 열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 길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밝혔고, 배성재 캐스터가 나를 설득할 때도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 지도자로서 내 축구철학을 보여줄 수 없으니 해설을 통해서 그동안 박지성이란 축구 선수가 어떻게 축구했고 어떤 축구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축구를 바라보는지에 대해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역시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게 해설위원을 하기로 이번에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신태용호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수비조직력

 박지성 전 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지성 전 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BS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팀인 독일, 멕시코, 스웨덴이 속한 F조인 만큼 어려운 경기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박지성 역시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는 16강 진출 확률이 50%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월드컵에는 언제나 이변이 있다. 대표팀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선수로 손흥민을 꼽았다.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과 현역 시절의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박지성은 "일단 기록면에서 나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손흥민 선수와 내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다. 손흥민 선수가 나보다 공격적이고 스피드도 있고 기술적이다.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맞이할 선수들은 우리보다 강하기 때문에 적은 찬스에서도 골 결정력을 높일 선수가 필요하다. 손흥민은 그런 선수이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손흥민은 골 결정력을 갖고 있고 최고의 무대 유럽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잘 보여주는 선수다. 그런 선수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대표팀의 큰 무기이자 자산이다. 손흥민을 우리 대표팀이 잘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태용호의 관전 포인트로 박지성은 부상선수 대체와 수비조직력을 꼽았다. 그는 "지난 3월 대표팀의 평가전을 봤을 때 패스를 추구하는 경기를 했다. 부상으로 인해 엔트리가 바뀌었다. 신태용 감독이 원래 선택했던 것과 달라진 상황에서 '플랜B'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3월부터 이어진 수비조직력 약점을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느냐도 관전포인트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이 앞선 평가전에서 수비 약점을 여러 번 노출한 만큼 이날 역시 신태용호 수비조직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박지성은 "일단 부상 선수도 있고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수비조직력을 선수들에게 심어줄 수 있느냐다. 팀으로서 연습을 통해 어느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석을 통해 상대에 맞는 수비전술을 잘 짜고 그걸 어떻게 경기장에서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승우-이청용 등 깜짝 발탁에 대한 의견도

 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BS


현장에서는 이번 대표팀 최연소 선수로 깜짝 발탁된 이승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박지성은 이승우 선수에 대해 "기술적인 면도 좋고 스피드도 뛰어나다.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특징적인 선수로 꼽을 수 있다. 자신만의 (플레이) 색깔이 있다는 게 이승우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승우 발탁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될 거다. 20살의 당돌한 선수가 들어와서 자신감을 가지고 훈련하고 경기를 뛰다보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될 것이다. 선수 개인으로서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것이고, 대표팀 안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팰리스FC 소속 이청용 역시 깜짝 발탁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청용은 현재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설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 박지성은 "이청용 선수의 개인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해선 누구나 의문을 가질 수 있다"라며 "이청용은 월드컵에 2회나 참가한 선수고 프리미어 리그와 영국에서 축구생활하면서 얻은 경험도 많을 것이다. 그게 대표팀의 자산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선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 우승후보로 네이마르가 있는 브라질을 꼽았다. 네이마르는 지난 2월 소속팀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브라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박지성은 "네이마르가 얼마나 좋은 컨디션을 찾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본다"라며 "브라질과 독일, 프랑스가 4강에 진출할 것 같다. 월드컵에는 늘 이변이 있기 때문에 한 자리는 물음표로 남겨두겠다"고 덧붙였다.

인맥으로 연결돼 있을텐 데 날카롭게 쓴소리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박지성은 "나와 같이 선수생활했던 선수는 이제 몇 명 없다.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는 지적할 수 있다. 직접 경기를 뛰는 것보다 경기장 위에서 보면 더 잘 보인다. 개인 능력에 대한 비판은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라면서도 "이번 월드컵에서 많은 지적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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