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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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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는 처절했던 투쟁의 성과로 불법파견 판결을 승소로 이끌어냈습니다. 이제는 좋은 시절이 오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불법파견 판결로 들떠있던 우리들에게 돌아온 것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10년 넘게 일해 온 일터, 공정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것이었습니다."


여성노동자의 외침은 비를 뚫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울려 퍼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비정규직지회,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등은 16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아자동차 여성차별에 대한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김명순 조합원은 "기아자동차 화성 플라스틱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조합원은 "20년 넘게 뼈 빠지게 일했는데 돌아온 것은 여성 비정규직에 대한 이중차별이었다"라고 했다.

기아차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기아자동차는 우대채용․특별채용 형태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5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지만, 이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이에 대해 김명순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환에서 배제된 것이다"라며 "근속도 얼마 안 된 남성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허탈했다"라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1부는 지난 2017년 2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현대·기아차 등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사내하청으로 2년 넘게 일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거나 고용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라"라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직접 공정뿐 아니라 간접공정에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 내렸다.

김수억 기아자동차비정규직 지회장은 "기아자동차는 사내하청업체가 맡던 공정에 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치해, 정규직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 공정에 일단 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치하고 우대채용․특별채용으로 정규직 전환된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립라인에 배치하고 있다"라며 "이는 불법파견을 피해가려는 꼼수다"라고 주장했다. 그마저도 여성은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 채용은커녕 더 힘든 공정으로 보내지는 여성 노동자들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아차비정규직노동자들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아차비정규직노동자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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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채용은커녕 여성 노동자들은 기존 공정보다 힘들거나 해왔던 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법파견으로 판결된 공정에 기아차가 정규직 노동자,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치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여성 노동자는 지난 2017년 9월 이후 남성 노동자들이 순환 근무하던 공정에 배치됐다. 10kg 무게의 부품을 180cm 높이의 거치대로 옮겨 담는 일이었다. 팔부분에 통증이 발생했다. 또 다른 여성 노동자는 기존 업무와 무관한 청소업체로 보내져, 평균임금이 월 60만원 이상 삭감되기도 했다.

명숙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여성은 노동자가 아닙니까, 여성은 비정규직이 아닙니까"라며 "어떻게 이렇게 마음대로 차별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쁜 일자리로 쫓겨나고 임금이 삭감되고 비정규직으로 계속 착취 받아야 하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지혜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처장은 "업무능력이 떨어져서도, 근태가 나빠서도 아니다"라며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은 "기아자동차 정규직 전환에서의 여성배제는 너무나도 명백한 성차별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사무처장은 이어 "우리나라 여성노동자 중 52.4%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이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129만원이다"라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법원은 1심, 2심 판결에서 남성과 여성을 가르지 않고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라면서 "기아차의 여성 차별과 인권탄압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조속한 조사와 더불어 즉각적인 시정지시를 요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평등', '여성의힘'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빗자루로 '성희롱', '고용불안', '비정규직 차별' 등이 적힌 상자를 내리치면서 "여성의 힘으로 비정규직 철폐하자"라고 외쳤다. 이 같은 퍼포먼스를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과 면담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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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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