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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날 생각에 만남 전부터 신이 나 있었다. 얼굴을 보지 못했던 시간만큼 할 말이 많았고, 속으로만 생각해왔던 것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일 년 만에 만난 친구는 내가 알던 예전의 그 친구가 아니었다.

나는 미래가 고민이었고, 친구는 가정과 시댁이 고민이었다.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친구는 남편,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에 이제 막 생긴 아기까지 걱정하고 챙길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본인만의 고민도 있어서 친구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다. 구체적으로 다 말할 필요를 못 느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어느 순간 나는 입도 뻥끗 못하고 줄기차게 친구의 말만 들어주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말이 잘 통했던 우리는, 서로 처해있던 환경이 달라서 관심사와 대화 주제가 달라져 있었다.

달라져 버린 대화 주제로 우리 사이에 거리가 느껴진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또 한 가지 놀란 점이 있다. 대화의 속도와 분위기였다.

상대방은 차분히 말하는데 나는 말과 행동에 에너지를 꽉꽉 눌러 담으면 어떠할까? 당연히 상대방이 힘들어한다. 미혼인 나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힘듦으로 친구는 사람이 좀 더 차분해졌는데, 그런 친구를 앞에 두고 그동안 못다 했던 이야기를 에너지 넘치게 말 할 수 없었다. 그것도 친구가 전혀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들이었다.     

개인적으로 각 사람에게는 기운이 있고, 대화할 때 그 기운이 말에 실려서 상대방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화할 때 서로 기운이 맞지 않으면 힘들다. 에너지의 양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영리하게 상황을 파악하여 상대방에게 나를 맞출 줄도 알아야 한다.

어색해진 대화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친구에게 편안함을 주고 싶어서 내가 변했다. 밝은 나는 얼마든지 차분해 질 수 있지만, 차분한 친구는 억지로 밝아질 수가 없는 이유이다.

사람 사이에 필요한 건 이해

개인적으로 힘듦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만, 똑같은 고민을 서너 번 반복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왜? 내 사정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해결은 나에게 달려 있다. 남들에게 하소연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고민을 말해도 결국 내 생각대로 행동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내 힘듦은 남에게 한 번 말하는 걸로 족하다. 한탄이 지나치게 반복되면 듣는 상대방도 나를 오해하거나 버거워 할 수 있다. 이 사람은 나를 감정 쓰레기통쯤으로 여기는구나, 하고.
가끔은 이런 생각이 나를 옭아매기도 한다.넋두리 하듯이 고민을 말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지레 겁먹고 우려해서 나 혼자 힘듦을 삭힌다. 그럼 나는 도대체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 깨달은 진리가 있다.

'인생은 혼자다.'

이 사실을 기억하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큰 걸 바라지 않게 된다(나중에는 오히려 사소한 것들에 다 고마움을 느낀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조차도 나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는다. 각자 직장인, 학생 등으로 개인의 삶을 살아가므로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는 한 내 상황과 사정을 알 수 없다. 가족도 이러한데 남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처한 상황이 달라 관심사도 모습도 달라진 우리 사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친구가 내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락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게 되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많은 역할에 불평하지 않고 잘 해내고 있는 친구가 오히려 존경스러웠다. 당연히 내 힘듦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서운함을 느끼지도 않게 되었다.

대화에서 내 말에 공감하는 건 상대방에게 의무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필요한 건 이해다.

삶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당연한 것들'로 여기지 않길 바란다.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생각하면, 삶이 좀 더 편안해지고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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