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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게임회사에서 여성직원이 한국여성민우회의 SNS를 팔로우했다는 이유로 회사대표와 면담을 하고 그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직원은 본인이 왜 여성단체를 팔로우했는지, 페미니즘과 젠더이슈에 관심이 없음을 구구절절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게임업계의 '페미사냥'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여성혐오 광풍 속에서 게임업계 직원들, 특히 여성직원들은 숨죽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의 SNS 광고.'일부다처제 체험하자'라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의 SNS 광고.'일부다처제 체험하자'라는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 CHUANG COOL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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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바일 게임 '언리쉬드'가 지난 2일 공개한 일러스트는 소아성애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린 미소녀가 짧은 교복을 입고 있거나 성인물 수준의 노출을 한 모습들이 '어린이날 이벤트'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 2. 모바일 게임 '왕이되는자'는 12세 연령가임에도 과도한 성상품화와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광고를 내보냈다. 가격이 적힌 팻말을 목에 건 여성이 노예로 거래되고 있는 광고, 여성 캐릭터 4명에게 섹시형, 청순형, 성숙형, 소녀형이라고 적어놓고 "일부다처제 체험하자"라는 문구를 쓰며 홍보했다. 유튜브 광고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둔 채 '탈의', '옷 찢기' 등 미니게임이 존재한다고 알렸다. 여성 캐릭터가 물에 들어간 화면에 '목욕, 뽀뽀, 마사지'가 선택 가능한 목록으로 뜨는 홍보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는 이 같은 미니게임은 없었다. 광고만 그렇게 한 것이다.

게임업계가 선정성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출시된 넥슨의 '서든어택2'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성 캐릭터가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자세로 죽는 설정 때문에 큰 비난을 받았다. 왜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것일까?

<오마이뉴스>가 만난 게임회사 직원들은 성적인 표현 등이 필요 없는 캐릭터와 게임에서도 성인물 수준의 노출과 표현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 야하게"만을 요구하는 분위기

게임회사에 다니는 A씨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야하게 해라, 굴곡지게 해라, 성기를 만들어라' 등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라며 "그런(성적인) 요소가 전혀 필요 없는 게임이라 설정에 걸맞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을 뿐인데 그럴 수 없어 속상했다"라고 전했다.

게임개발자 B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B씨는 "검술을 쓰는 여자 캐릭터를 만든 적이 있다"라며 "검술에 능하다는 것을 살리기 위해 갑옷을 잘 갖춰 입힌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그 캐릭터는 갑옷을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가슴은 거의 다 노출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가게 됐다"라며 "기획한 의도와 너무 달라 답답했다"라고 밝혔다.

페미니스트 게이머 단체인 '페이머즈' 관계자는 반복되는 선정성, 성상품화 논란에 대해 "게임업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성차별적인 시선이 가장 큰 이유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성 게이머들의 구매력이 분명 큰 부분이지만 (회사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면서 "남성 게이머들만을 주고객층으로 여기며 그저 더 어리고 아름다운 여성, 도식화된 여성의 모습을 소비하려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상품만을 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도 "여성의 신체를 여성의 시각에서 그려내는 것과 남성의 시각에서 표현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며 "어느 각도에서 무엇을 주목해서 어떻게 그려내느냐, 표현하느냐는 남녀가 다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 실장은 "게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보통 남성 게이머가 여성 게이머보다 많다"라며 "그러다보니 여성이 성적으로 대상화돼서 표현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 실장은 또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다보면 후에 더 큰 자극을 주기전에는 자극을 느끼지 못 한다"라며 "마찬가지로 게임 내 과도한 성상품화를 제어하지 않으면 상품화·대상화의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마지노선 역할을 하는 사람들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의 유튜브 광고. '탈의, 옷 찢기 등 미니 게임'이 있다거나 '목욕, 뽀뽀, 마사지' 등의 기능도 있다는 영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 '왕이 되는 자'의 유튜브 광고. '탈의, 옷 찢기 등 미니 게임'이 있다거나 '목욕, 뽀뽀, 마사지' 등의 기능도 있다는 영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 CHUANG COOL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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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야하게'를 요구하는 업계 분위기 속에서 여성 직원들은 마지노선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노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게임 회사에서 원화가로 일하는 C씨는 "이른바 '로리타(미소녀를 성적대상화하는 것)' 캐릭터의 노출 작업을 의뢰받은 적이 있었다"라며 "(노출이 있는 캐릭터를) 너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리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 연령대를 조금 높여서 작업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C씨는 이어 "여전히 캐릭터가 노출한 미성년자처럼 보인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직접적인 노출은 하지 않고 가리는 쪽으로 작업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종종 좀 더 수위를 높여서 표현해달라는 지시가 올 때마다 '심의기준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발언을 했다"라면서 "그때마다 '이 정도는 괜찮다'라며 더 노출해줄 것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내 선에서 작업물에 과도한 섹스어필이 첨가되지 않도록 신경써서 작업한다"라고 덧붙였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D씨 역시 각종 성상품화 논란에 대해 "막아서 이 정도다"라고 했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팬티 무늬는 물론 스타킹 무늬와 길이 등이 다 돈"이라며 "그것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망사로 할지 땡땡이 무늬로 할지가 중요한 회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회의에서 바바리맨 같이 이상한 컨셉들이 얘기될 때가 있다"라며 "그때마다 '문제 될 수 있다', '굳이 해야되냐'라고 문제제기 한다"라고 했다.

그는 또 "캐릭터를 홍보용 그림에 넣을 때도, 노출이 심한 복장 대신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옷으로 바꿔서 내고 있다"라며 "노출이 있거나 팬티가 보일 듯 말 듯한 야한자세로 시선을 끌어 홍보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무실, 병원, 학교 등에 캐릭터를 합성할 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킬만한 복장을 지양하는 것이다.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민도 한다고 한다. 그는 "캐릭터 의상과 머리색에 되도록 분홍과 파랑 계열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초록색, 보라색, 노랑색 등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커피 심부름도 '당연히 여자가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남자 캐릭터가 하게하고 무거워 보이는 것을 여자가 들게 하는 등 남녀 성역할이 고정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소하지만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면 국내 게임은 해외 게임에 밀릴 것"

그러다보니 그는 회사에서 일명 '꼴페미(꼴통페미니스트의 준말로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표현)'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항'하는 건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업계 종사자이자 게임 유저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성격과 게임의 특성을 살리는 게 아니라 노출로 게임을 홍보하는 게 쉬운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는 페미니즘을 떠나 정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게임 내 여성혐오, 성상품화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유저들이 여성유저를 무시하지 않고 여혐 발언을 채팅창에 쓰지 않는 방법이 있다"라면서 "게임 유저이자 게임업계 당사자로서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노출, 혐오성 발언을 피해 홍보하는 게 그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게임 내, 게임회사 내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페이머즈는 "여성 게임 개발자와 노동자가 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선정성과 노출은 게임의 미래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버워치 등 수익률이 높은 게임들을 보면, 선정적인 캐릭터 표현과 노출이 수익률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아니다"라면서 "(그런 게임들은) 스토리, 연출, 작화 등으로 승부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면 국내 게임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소아성애적인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만을 타깃으로 삼고 그런 게임만을 만들어나간다면, 국내 게임은 게임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해외 게임들에게 밀려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상화 교수실장도 "상품성은 도덕성을 저버려야만 높아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따라가지 않고 선정성만 추구하는 콘텐츠는 외면 받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기획 - 게임회사 여성직원]
① 게임업계에 독버섯처럼 퍼지는 '페미니즘 사상검증'
② '반 메갈'은 돈이 된다? 휘둘리기만 하는 게임업계
③ "혹시 나도..." 공포에 떠는 게임회사 여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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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