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이 14일 발표한 2018 러시아 월드컵 1차 명단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당초 최종엔트리 23인을 조기에 확정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지만 신감독은 5명이 더 많은 28인을 선발했다. 기성용, 손흥민 등 이미 합류가 확실시 되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이승우나 문선민처럼 그동안 대표팀에 한 번도 뽑히지 않았던 의외의 선수들도 대거 승선하며 새판짜기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부상'이었다. 최근 최종엔트리 합류가 거의 확실시되던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으로 공백이 생기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었지만, 또 누군가에겐 4년을 기다려 온 월드컵의 꿈이 좌절되는 아픔의 순간이기도 했다.

부상 때문에... 문턱에서 좌절된 아쉬운 선수들

그라운드 떠나는 김민재 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대구 FC의 경기. 전북 김민재가 의료진과 함께 그라운드를 걸어 나가고 있다. 2018.5.2

▲ 그라운드 떠나는 김민재 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대구 FC의 경기. 전북 김민재가 의료진과 함께 그라운드를 걸어 나가고 있다. 2018.5.2 ⓒ 연합뉴스


일단 월드컵 출전 불발이 100% 확정된 선수로는 김민재와 염기훈을 꼽을 수 있다. 두 선수는 예비엔트리 35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지난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1 경기 시작 16분 만에 발목 부상을 당했다. 염기훈도 9일 울산 현대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갈비뼈를 다쳤다. 신감독은 정밀진단 결과 두 선수가 완전회복까지 최소 8~10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최종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두 선수의 공백은 대표팀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김민재는 프로 2년 차 센터백으로 대표팀과 전북에서 모두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으며 유럽 이적설까지 거론될만큼 떠오르는 유망주였다. 최근 중앙수비수들의 부진으로 뭇매를 맞고있는 대표팀에서 그나마 팬들의 기대를 받던 몇 안 되는 대형 수비수 재목이었기에 아쉬운 낙마다.

염기훈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7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을 노렸으나 목전에서 불발됐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크로스 능력을 갖춘 염기훈이기에, 대표팀으로서는 가장 확실한 후반 조커와 세트피스 공격 루트 하나를 상실한 셈이다. 염기훈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안타까운 장면이다.

한편 김진수는 극적으로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엔트리 합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진수는 지난 3월 유럽 원정 북아일랜드전 전반에 무릎부상을 당해 교체된 후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김진수의 낙마 가능성을 대비해 이번 1차명단에 박주호, 김민우, 홍철까지 왼쪽 풀백자원만 무려 4명이나 뽑았다.

박주호는 중앙 미드필더, 김민우와 홍철은 측면 공격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자원이다. 김진수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최종엔트리 직전에 부상으로 낙마하며 당시 윤석영과 박주호에게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예비 엔트리에 없어도, 아직 희망은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최철순 축구국가대표팀 수비수(DF) 최철순이 2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아일랜드축구협회(FAI) 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훈련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최철순 축구국가대표팀 수비수(DF) 최철순이 2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아일랜드축구협회(FAI) 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훈련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의외의 탈락자는 역시 최철순이다. 신태용호 출범 이후 꾸준히 주전급으로 중용되어온 선수중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낙마한 것은 사실상 최철순이 유일하다. 신태용 감독은 28인 명단에서 오른쪽 풀백 자리에 이용과 고요한을 낙점했다.

최철순은 강력한 근성과 대인마크 능력이 빼어난 파이터형 풀백으로 좋은 기량을 유지해왔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드필드에는 이창민의 탈락이 눈에 띈다. 이창민은 지난 11월 신태용호에 처음 이름을 올린 이래 선발보다는 주로 교체선수로 활약하면서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총 7경기를 소화했으며 지난 3월 폴란드전에서는 데뷔골도 넣었다. 당초 이창민도 28인 명단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성용, 구자철, 정우영, 주세종 등 우수한 선수들이 워낙 많아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공격진에서는 지동원과 석현준이 각각 28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지동원은 올 시즌 독일 다름슈타트에 임대되어 팀의 2부리그 잔류를 이끌었고, 석현준은 프랑스리그 트루아에서 역시 임대로 활약하며 6골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포지션 경쟁에서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 황희찬 등 이미 신태용 감독의 신뢰를 쌓아온 기존 공격수들의 벽을 넘지못했다.

하지만 이들이 아직 최종명단에 승선할 수 있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감독은 최철순, 지동원, 석현준, 이창민은 모두 35인 예비명단에는 포함되어 유사시 1차 명단에서 추가적인 부상자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나올 경우 빈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현재 좌우 날개와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확실한 백업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신감독은 당초 4-4-2 포메이션을 대표팀의 플랜A로 검토해왔지만 정작 월드컵에서는 부상자 발생이나 상대팀과의 상성을 고려하여 스리백 등 변화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대표팀의 전술 변화에 따라 전체적인 엔트리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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