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와 야구 팬들이 KBO리그의 발전을 위해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2일 서울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에 정운찬 총재가 직접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 첫 순서를 장식한 정 총재는 KBO리그의 혁신을 위한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정운찬 총재를 포함해 총 4명의 패널로 꾸려진 대담에서는 팬들이 직접 패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답변을 얻었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S존 논란,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등과 같은 경기 내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팬서비스처럼 경기 외적인 문제도 다뤄졌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통합 마케팅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이날 정 총재가 꺼낸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정운찬의 기조 강연, 어떤 내용 언급됐나?

마이크 잡은 정운찬 KBO 커미셔너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 대담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마이크 잡은 정운찬 KBO 커미셔너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 대담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유준상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총재 대신 '커미셔너'로 불리길 원했다"고 운을 뗀 정 총재는 "야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미국에서 야구가 생활이고 일본에서는 종교라고 한다. KBO리그가 국민 모두의 '힐링' 스포츠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의 최저 연봉 수준 향상 위해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단과 선수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위해 다양한 제도 살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연봉 총액에 상한을 두는 샐러리캡 도입, 전력 평준화 위한 사치세 도입 등을 통해 '동반 성장' 추구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밝힌대로 샐러리캡, 사치세를 도입할 의지가 있음을 재차 말한 것이다.

S존 논란의 경우 "올 시즌 타고투저 현상 낮추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부분까지 스트라이크를 적용하다보니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이 발생했다. 동일한 스트라이크존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투구추적시스템을 활용해 경기 종료 후 다음날 주심에게 자료를 제공해 일관성을 인사 고과에 반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오차를 줄일 수 있도록 보완하기 위해 사무국, 심판위원회가 교육, 세미나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S존을 조정한 것은 기존 규정에 익숙해 있는 이들에게 혼란 가져온 것은 사실이고, 현재는 조정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것보다도, 선수와 심판이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자들의 어필에 대해서 "심판들이 선수들에게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되고, 선수들도 감정적인 모습을 지양하고 보다 세련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심화된 타고투저 현상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특히 수준급 고교 투수들이 그동안 많은 공을 던지면서 프로 입단 직후 수술대에 오르는 사례가 많아 투수 육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커미셔너는 "투수들이 체력에 더 신경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지명 직후나 이전에 일정한 신체 기준을 통과한 경우에만 프로 입단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중학생부터라도 새 원칙에 따라 입단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담의 핵심 키워드 두 가지, 통합 마케팅과 경기력

기조 강연 시작하는 정운찬 KBO 커미셔너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정운찬 KBO 커미셔너가 기조 강연을 시작하고 있다.

▲ 기조 강연 시작하는 정운찬 KBO 커미셔너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정운찬 KBO 커미셔너가 기조 강연을 시작하고 있다. ⓒ 유준상


오후 2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세 가지의 강연이 진행됐고,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대담이 시작됐다. 이성훈 SBS 기자, 홍윤표 OSEN 대표, 김선웅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정운찬 KBO 커미셔너가 패널로 참여했다. 평소에 많은 팬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 커미셔너를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패널들과 팬들의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역시나 정 커미셔너가 계획하고 있는 KBO 통합마케팅에 관심이 뜨거웠다. 정 커미셔너는 무엇보다도 통합마케팅, KBO리그 산업화에 대한 구단들의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이며, 통합 마케팅은 경제학 용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빅 마케팅과 스몰 마케팅의 이해관계의 차이에 있어서는 "빅 마켓은 기존을 유지, 스몰 마켓은 좀 더 넓히고 싶은 부분. 단기적으로는 빅 마켓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스몰 마켓의 사례를 참고 및 보완, 점진적으로 시장을 커져가면서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포털이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미디어 환경에서 KBO.COM의 생존 전략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단순히 통합 마케팅 플랫폼이 아닌, 컨텐츠를 제작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미디어 개념의 회사로 접근해야. 차별화된 컨텐츠 제작 역량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 단기적 구단 수익보단 장기적인 구단의 가치 상승세 초점을 맞추고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MLB.COM 이외에 ESPN과 파트너쉽 통해 출범한 NFL.COM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개발 및 운영을 ESPN이 담당, 초기 리스크 및 지출을 최소화해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KBO.COM은 KBO만이 제공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등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사업 추진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모든 일을 끝낼 욕심을 부리진 않되 틀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통합 마케팅 이후에 나온 문제는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문제였다. 2013년과 2017년 WBC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은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제 무대에서 선발 투수들이 오래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홍윤표 OSEN 대표는 "지속되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 3이닝도 못 버티는 투수력 등 두루 감안할 때 2020년 도쿄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감격을 재현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 커미셔너는 "투수들이 기본기, 체력을 함께 신경써야 하는데, 모든 구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수들이 금방 수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투수는 더더욱 그렇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추상적이지만 실질적이라고 생각하는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샐러리캡과 사치세 도입을 놓고 김선웅 사무총장이 근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고, 미세먼지 농도 상승에 따른 경기 진행 여부나 히어로즈 구단 사태 등 리그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논했다.

정 커미셔너의 강한 의지 볼 수 있었지만... 아직 의문부호는 남아있다

강연 듣고 있는 정운찬 KBO 커미셔너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정운찬 KBO 커미셔너가 강연을 듣고 있다.

▲ 강연 듣고 있는 정운찬 KBO 커미셔너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이과대학에서 열린 2018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정운찬 KBO 커미셔너가 강연을 듣고 있다. ⓒ 유준상


오후 1시부터 총 4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에 이전보다 많은 야구팬들이 몰리면서 행사 도중에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 이날 KBO리그 전 경기가 취소될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궂은 날씨는 야구 팬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모든 참석자들에게 유익한 행사였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단시간에 해결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목표를 들을 수 없었다. 2020년까지 틀을 마련한다고 언급됐을 뿐 어떤 컨텐츠를 생각하고 있거나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 등 의문부호를 떼어내지 못한 게 많다.

정운찬 커미셔너의 이야기대로 KBO리그 통합 마케팅은 충분히 추진할 만한 사안이고, 10개 구단이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10개 구단 모두 협의점을 찾은 상태는 아니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KBO.COM이 네이버와 다음 등 여전히 포털 사이트가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2020년까지 틀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팬들과 패널들은 이번 행사에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고, 쓴소리를 한 팬도 있었다. 올 시즌 다시 한 번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을 바라보는 KBO리그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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