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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를 걷어내고 세대·계층·장애·성정체성 및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자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누구도 성폭력 당하면 안 돼" 단, 인간이 아니면 괜찮아?
 "누구도 성폭력 당하면 안 돼" 단, 인간이 아니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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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성폭력 당하면 안 돼" 단, 인간이 아니면 괜찮아?

"페미니스트들이 '성폭행은 폭력이지 섹스가 아니'라고 선언했듯이, 채식주의자들은 육식을 폭력으로 부르고자 한다. 이 두 집단 모두 일상에서 무비판적으로 통용되는 개념들에 저항한다." _캐럴 J. 아담스 <프랑켄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월경 페스티벌에서는 세대·계층· 장애·성 정체성 및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월경인들이 연대한다. 이런 다양함 속에서도 우리는 소수자들을 억압해온 비슷한 구조 아래 경험을 나누고 공감으로 연대할 수 있다.

이는 인간들이 공감과 연대를 인간에게 한정하지 않고 구조의 피해자로서의 비인간 동물들과 연대할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 동물이 비인간 동물들을 억압하는 방식은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과 매우 닮아있다. 우리는 비인간 동물들에게 있어서 가해자임을 직시하면서도 불평등한 권력 구조의 피해자로서 그들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우리의 몸을 아이 낳는 기계로 보지 말아라, 우리는 가슴이, 자궁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우리는 암컷이 아니다'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인권 운동에 흔히 쓰이는 우리를 동물 취급하지 말라는 주장, 그렇다면 비인간 동물에게는 '동물 취급'을 해도 괜찮은 걸까?

비인간 동물에게는 '동물 취급'을 해도 괜찮은 걸까?
 비인간 동물에게는 '동물 취급'을 해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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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월경을 매일매일 해야 한다면?

"계란은 미수정란입니다. 여러분은 닭의 월경을 먹는 거예요, 계란은 암탉의 월경주기 분비물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월경 분비물을 먹지 않죠. 그런데 닭의 것은 왜 먹나요. 동물의 월경 분비물을 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원래 이름으로 불러야 합니다. 이렇게 말해야 하죠. 닭의 생리 볶은 것(스크럼블드 에그) 먹을래?" _<101 Reasons to Go Vegan>, James Wildman

닭의 무정란은 인간의 월경과 다름없다. 닭들도 일정 주기로 배란을 하고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무정란을 밖으로 배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계란이다. 좀 찜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닭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니 우리가 먹어도 윤리적으로 문제없는 것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배란을 매일매일 하는 닭의 품종은 레그혼(Leghorn)이다. 레그혼이란, 빨리 자라고 알을 많이 낳도록 개량시킨 품종을 말한다. 한국 양계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품종인 하이라인 브라운(Hy-Line Brown) 또한 레그혼으로 계량시킨 품종이다. 인간들은 필요에 의해 산란계 닭들이 조상들보다 10배나 많은 알을 낳도록 유전자를 조작시켰다. 이런 품종 개량과 알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환경 조절로 닭은 1년에 250~3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생각해보자, 한 달에 한 번 하기도 힘든 배란이 1년에 300번 일어난다면 어떨까.

계란 껍데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칼슘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알을 많이 낳아야 하는 산란계 닭들은 만성적인 칼슘 결핍에 시달려 작은 압력에도 날개와 다리가 툭툭 부러지게 된다. 또 다른 부작용에는 '자궁 탈출 현상'이 있다. 이는 달걀이 자궁벽에 들러붙어 알을 낳을 때 자궁까지 같이 빠져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산란계 닭들은 가로세로 50cm, 높이 30cm 크기의 케이지 안에 3~4마리씩 갇혀 알을 낳게 되는데, 심지어 이런 케이지들은 낳은 알이 굴러가도록 15~20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 끔찍한 환경 속에서 공격적으로 변한 닭들이 서로를 쪼아 죽이지 않도록 마취도 없이 부리를 잘라낸다. 인간들에게 산란계 닭들은 그저 배란하는 기계일 뿐이다.

"서류의 빈칸이 하나하나 채워져 가는 동안 뼈들은 속절없이 부러져나갔다. 관절이 꺾이는 걸 내가 착각한 걸까? 하지만 내 손아귀의 느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건 길쭉한 형태의 고체가 두 동강 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케이지에 다시 넣어둔 닭은 날개룰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소용없었다. '투둑' , '투둑' 뼈가 부러질 때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이 비참한 기분이었다." _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달걀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껍질을 깨자 빨간 피가 나오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식품 의약품 안전처의 답변에 의하면 이 피는 스트레스를 받아 난소나 수란관의 모세 혈관이 터져 흘러나온 혈액이 난황(노른자)에 부착된 것이다. 노른자가 두 개 든 달걀은 '행운의 상징'이 아니라 알을 낳게 된 지 얼마 안 된 어린 닭의 생리 기능이 안정되지 않아 배란을 연속으로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생매장은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어

그렇다면 산란계 품종의 *수평아리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은 육계만큼 빨리 자라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게 먹히지도 않는다. 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한 마리에 500원씩 팔던 병아리들은 모두 산란계로 태어난 수평아리들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500원짜리 병아리들, 어디로 갔을까?

한승태 작가의 노동 에세이 <고기로 태어나서>에는 한국의 한 부화장에서 산란계 수평아리들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노동자들은 수평아리를 골라내어 바구니 안으로 던져 넣는다. 병아리가 담긴 바구니를 빠르게 교체해주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살아있는 병아리를 바구니가 미어터지도록 집어넣고 발로 꾹꾹 눌러서 더 집어넣는다. 기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병아리를 조심스럽게 다룰 수가 없다. 바구니는 10단 높이로 쌓아두는데 바구니 층과 층 사이에는 눈이나 내장이 튀어나온 채 끼어 죽어있는 병아리들이 즐비한다.

다음엔 골라내어진 바구니 안의 병아리들을 트럭에 실린 컨테이너 속에 붓는다. 병아리 위로 병아리를 붓고, 또 붓고 나면 발버둥 치는 병아리들 위로 버려지는 무정란들을 쏟는다. 그 위에는 작은 덤프트럭 안에 담아놓았던 알껍질과 쓰레기 더미들을 쏟아붓는다. 그렇게 병아리들은 컨테이너 안에서 쓰레기들에 생매장되어 죽는다. 이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죽임을 당하는 이유는 하나다. 인간들에게 알을 주지 못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축산물 안전 관리 시스템에서 2018년 4월 제공한 통계를 보면 한 달에 8천21만5000마리의 닭이 도축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닭을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죽였다고 가정하더라도 한국에서만 1초에 약 31마리의 닭들이 고기가 될 명목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숫자긴 하지만, 이 통계는 먹는 사료보다 성장이 더디거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병에 걸리고 장애가 생겼다는 이유로 목을 비틀고 부러트려 죽인 닭들과 쓰레기 더미에 생매장해 죽인 병아리 등의 목숨은 포함되지 않은 통계다.

이 모든 폭력은 인간이 소의 젖을 마시고 싶어 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이 모든 폭력은 인간이 소의 젖을 마시고 싶어 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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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는 출산 없이도 그냥 젖이 나오는 거 아니었어?

축산물 안전관리 시스템 사이트나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등에 따르면, 소는 우유를 그냥 만들어내지 않는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젖을 만들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인간들은 착유에 방해되는 뿔이나 꼬리, 젖을 짜내는 기계에 맞지 않게 부착된 유두 등을 잘라내고 생후 14개월 정도 지난 소에게 첫 수정을 시킨다. 소들 중에선 우유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호르몬 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이 소들은 1년 12개월 중 임신 7개월을 포함해 10개월 동안을 젖에 기계를 달고 우유를 짜낸다. 임신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쉬지 못하고 착유를 당하는 것이다.

새끼를 낳은 후 60일이 지나면 다시 수정시켜 임신시킨다. 이런 삶이 4년간 반복되고 나면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도축장에 끌려가 죽는다. 지속적인 임신과 젖분비로 인해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많은 소들이 다리에 장애가 생겨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다우너 소'가 된다. 유선염에 걸려 유방에 심각한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산란계 수평아리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태어난 *수송아지는 우유를 생산할 때 생기는 쓸모없는 부산물로 여겨져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분리돼 잔인한 학대를 받다가 죽게 된다.

엄마 소는 송아지가 사라지면 울부짖으며 송아지를 찾는다. 아기를 찾느라 우리를 탈출해 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다른 목장까지 가는 소들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폭력은 인간이 소의 젖을 마시고 싶어 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숨겨진 진실, 몰라도 괜찮은 권력층

"미국 축산업계에선 한 해에 100억 마리의 동물을 도살한다. 해마다 잡아 들이는 물고기와 다른 바다동물 100억 마리는 빼놓고도 그렇다. 1분에 1만 9,025마리, 초당 317마리꼴이다. 당신이 이 책 한쪽을 읽는 순간에 거의 6만 마리의 동물이 도살된다. (중략) 그런데 이 모든 동물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_멜라니 조이,<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육식주의 사회는 인간들이 동물의 몸을 소비할 때 고기를 동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세뇌를 한다. 멜라니 조이는 이런 현상을 '사라진 연결고리'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고기와 그것을 제공한 동물을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공된 고기가 개고기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개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느끼지만, 돼지고기를 볼 때는 돼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조각나 접시에 올라가 있는 형태'가 아닌 돼지를 볼 수 없는 것은 의도적인 일이다. 닭발, 족발, 통닭, 곱창, 돼지 껍데기, 토끼탕, 쥐고기 등의 흔히 징그럽다고 여겨지는 음식은 '그것을 제공한 동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버거나 만두 아이스크림 등) 그렇지 않은 음식보다 더 많은 거부감을 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진 돼지들, 이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재생산 능력의 착취가 달걀이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비인간 동물을 이용한 산업 뒤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만큼의 동물을 생산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강제적인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하는 비인간 동물들이 있다. 돼지 같은 경우 1년에 대략 두 번 이상의 출산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번 출산을 하면 한 달도 채 쉬지 못하고 다시 임신을 시킨다.

출산하는 용도의 돼지들은 스톨(stall)이라고 부르는 폭 70cm, 높이 1m 20cm, 길이 1m 90cm 크기의 케이지에 가둬지는데 이 틀은 돼지가 고개를 돌릴 수조차 없이 작아서 눕거나 일어서는 것 외에는 어떤 활동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스톨에 가둬 놓는 이유는 각 돼지의 품종이나 출산 횟수, *산자 수, 유산 유무, 분만 예정일 등의 기록을 할 때 편하기 때문이다. 돼지들은 한번의 출산에 대략 20~30마리를 낳으면 생산성이 좋다고 여겨지는데 대부분 이렇게 3년 동안 스톨에 갇혀 약 7번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뒤 생산성이 떨어져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돼지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돼지의 꼬리를 씹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아기 돼지의 송곳니 8개와 꼬리를 모두 잘라낸다. 작업이 끝나면 돼지들의 입은 혀와 입술이 베어져 나온 피로 흥건하다. 이때 거세도 함께 진행되는데 이는 비린내 제거와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서다. 이 모든 신체 절단은 마취 없이 진행된다.

아기 돼지들은 3주가 지나면 엄마와 분리된다. 갑작스럽게 분리된 아기 돼지들은 며칠이 지나도록 '꾸우우 꾸우우' 하는 소리를 내며 엄마를 부른다. 이 시기의 돼지들이 가장 흔히 보이는 행동은 젖을 찾는 것이다. 다른 돼지들의 배를 뒤집고 입에 집어넣기도 힘들 정도의 작은 젖을 빨아댄다. 성장이 더딘 돼지는 바닥에 한 번 패대기친 후 분뇨장에 버린다. 돼지들은 피를 쏟아내며 분뇨장 안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고 비건!
 고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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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VEGAN!

"우리는 항상 여성에 대한 가상적인 이미지들을 소비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비란 억압의 이행이며, 의지와 산산이 조각난 정체성이 완전히 소비되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이 지시 대상의 소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되며, 그것을 표상하는 것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즉 절멸시키는 반복의 과정이다." _<프랑켄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 캐럴 J. 아담스

비건(vegan)이란, 동물성 제품이나 동물 실험, 전시 등 동물 학대로 제공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을 뜻한다. 동물의 몸과 능력을 소비하고 문제의식 없이 전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억압의 이행이며, 더 많은 폭력을 생산해낼 뿐 아니라 이를 권력층들이 공유하는 문화로 만든다.

육식주의 사회는 앞에 언급된 문제 외에도 동물 학대, 막대한 환경 파괴, 열악한 노동자 인권, 건강 문제 등을 일으킨다.

우리는 알고 변화할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종차별 철폐를 위한 비건 페미니스트 네트워크의 활동은 5월 26일 (토) 월경 페스티벌에서도 계속된다. 여성 환경 연대가 주관하며, 녹색연합, 불꽃페미액션, 비건페미니스트네트워크, 여성환경연대, 장애여성공감, 찍는페미, 페미당당, 페미위키, 페악질, 행복중심생협, 범페미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8 월경 페스티벌은 행사 당일 12시부터 영등포구 하자 센터에서 개최되며 부스, 월경 말하기, 공연, 행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다.

*수평아리 - 인간이 수컷으로 지정해 놓은 병아리를 말함.
*수송아지 - 인간이 수컷으로 지정해 놓은 송아지를 말함.
*산자 수 - 1회 분만으로 출산한 새끼의 수

[월경 페스티벌 연속기고]
① "왜 하지? 자궁 떼고 싶어" 월경이 미운 이유
② 대체 어떤 생리대를 만들고 사용해야 하는 걸까
③ 월경을 해야 비로소 '여자'가 된 거라고?


태그:#월경 페스티벌, #비거니즘, #페미니즘,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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