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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에 지어진 박수근 파빌리온
 2014년에 지어진 박수근 파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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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미술관은 크게 세 가지 건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2년에 세워진 박수근 기념전시관, 2005년에 세워진 현대미술관, 2014년에 세워진 박수근 파빌리온이다. 이들 건물은 이종호(1957-2014) 건축가가 설계했다. 이종호는 김수근 공간건축연구소에서 공부해서인지 인간과 건축의 소통, 기능성과 예술성의 조화라는 측면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박수근미술관의 건축은 첫 눈에 개성이 있으면서도 예술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돌과 콘크리트, 유리와 금속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가와 관람객이 만나 소통하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은, 화가의 작품을 담고 있는 틀이다. 그 틀 속으로 들어간 관람객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화가의 삶을 이해하고 예술에 공감하고 작품을 평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건축가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건축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한 점을 고려해 지어진 박수근미술관은 의도와 결과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 건축이다.

 박수근 기념전시관
 박수근 기념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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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기념전시관은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2002년 세워졌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연구와 전시, 행정과 작품 보관이 이루어진다. 현대미술관은 기획전시, 교육과 세미나, 창작 스튜디오 개념으로 2005년에 세워졌다. 박수근 파빌리온은 박수근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14년에 세워졌다. 이곳에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과 근현대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이들을 전시하기도 한다. 

박수근 기념전시관은 외관이 돌(화강석)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박수근 화백의 돌 사랑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박수근 화백은 호가 미석(美石)이다. 탑과 비석 등 석물에 가장 많이 사용된 화강석의 아름다움에서 호를 따온 것 같다. 그는 석물에서 아름다움을 찾아 그것을 조형화하려고 했다. 박수근은 오래된 석물 표면의 오돌도돌한 양감과 꺼끌꺼끌한 질감을 표현해 한국적 미를 구현하려고 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옛 석물, 즉 석탑 석물 같은 데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끼며 조형화에 도입하고자 애 쓰고 있다."   

 화강석으로 만든 석물(3층석탑)
 화강석으로 만든 석물(3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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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화백의 유품: 연적과 와당
 박수근 화백의 유품: 연적과 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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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미술관으로 향하다 보면 돌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나게 된다. 이 건물이 박수근 기념전시관이다. 이 건물을 따라 반 바퀴 돌면 전시관 입구에 도달하게 된다. 미술관 밖에는 박수근 화백이 사랑한 석탑과 새 모양 석물이 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삼층석탑은 박수근을 사랑한 전후연의 기증품이다. 근현대 작품으로, 종교적인 측면에서보다는 예술적 측면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

기념전시관은 기념전시실, 중정, 기획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기념전시실에는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시계, 인장, 안경, 연적 등 선생의 손때가 묻은 유품, 사진, 편지, 메모, 스크랩북, 잡지와 책자에 들어간 삽화, 삽화집, 자녀들을 위해 직접 그린 동화책 등이 있다.

이러한 물건들은 박 화백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그림은 박 화백의 예술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영상, 연표 같은 자료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연표에 나온 1926년 기록이 눈길을 끈다.

 노변의 행상
 노변의 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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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2세. 그림 재주가 뛰어나 담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각별한 귀여움을 받음. 이 무렵 프랑스의 농민화가 밀레의 '만종(晩鐘)'을 원색 도판으로 처음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음. 그 후 그림에 더욱 열중했으며, '하느님, 저도 이다음에 커서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 주옵소서' 라며 늘 기도함."

박수근은 이후 독학으로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예술은 고양이 눈빛처럼 쉽사리 변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게 한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박수근은 1932년 제11회 선전 입선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해방 후인 1953년 제2회 국전에 출품한 작품 중 '집'이 특선에, '노상에서'가 입선에 선정된다.

 시장의 여인들
 시장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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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박수근은 단순 소박한 주제, 선과 윤곽으로 표현한 대상, 흰색, 회갈색, 황갈색으로 이루어진 토속적 색채, 원근법을 무시하고 명암을 강조하는 기법 등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1957년 제 6회 국전에 1백호 크기의 대작 '세 여인'을 출품해 낙선하자 충격과 비탄에 빠지기도 한다. 1959년에는 다행히 추천작가가 되어 '한일(閑日)'과 '좌녀(坐女)'를 출품한다.

'한가한 날'과 '앉아 있는 여인'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이번 2018 박수근미술관 아카이브 특별전 제목 "앉아 있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앉아 있는 두 남자', '시장의 여인들', '노변의 행상', '앉아 있는 여인'이 나와 있다. 그리고 이들 그림의 바탕이 되는 드로잉(Drawing)이 소개되고 있다. '앉아 있는 여인', '노변의 행상', '그림 그리는 남자', '인간 군상'으로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유화와 드로잉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바위와 새
 바위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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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비둘기', '바위와 새' 같은 다른 주제의 작품도 보인다. 그런데 새들이 두 마리 한 쌍이다. 그러고 보니 박수근은 사람과 사물을 짝수로 그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나무와 두 여인', '아기 업은 소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수근은 둘 또는 넷을 선호한다. 전에는 기념전시실에 '나무와 여인', '귀로', '풍경(산)' 같은 작품이 있었는데, 이번 전시에는 나오지 않았다.   

박수근과 그 친구들

 이중섭의 '가족과 동네 아이들'
 이중섭의 '가족과 동네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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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을 지나면 기획전시실이 나온다. 그곳에서는 박수근과 그 친구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수근 화백과 인연이 있는 화가들의 작품이 7개 주제로 나눠져 전시되고 있다. 첫 주제가 기다림이다.

앉아 있는 사람들과 나무를 통해 시대사를 표현하고 있다. 이때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 주제가 그리움이다.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윤중식이 그린 사랑과 가족애다. 이중섭의 작품 '가족과 동네 아이들'을 이곳에서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장욱진의 그림은 여전히 동화적이다. 윤중식의 노을은 강렬하다.

세 번째 주제가 침묵의 대화다. 박수근, 도상봉, 이대원, 황영수가 그린 정물이 있다. 박수근 화백의 정물 '굴비'와 '과일'이 인상적이다. 굴비는 전형적인 박수근 풍이지만, 과일은 수채화처럼 밝고 시원하다. 박수근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다. 네 번째 주제가 추상, 마음으로 읽는 그림이다. 이곳에는 김환기, 남관, 이응로의 추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김환기의 작품이 6점, 남관의 작품이 2점, 이응로의 작품이 두 점이다.

 박수근의 굴비
 박수근의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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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작품 중 네 점은 드로잉이고, 두 점이 채색화다. 산과 달 그리고 새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 남관의 작품은 사람들과 추상문자다. 가시적인 것보다 인간 내면을 표현하려 했다는데, 두 작품으로 그 경향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응로의 작품은 춤과 인물 추상이다. 소품이기는 하지만 인상적이다. 인물 추상은 탈이나 도깨비를 연상시킨다.

다섯 번째 주제가 한국화의 새바람이다. 천경자, 서세옥, 성재휴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천경자의 아열대나무, 금붕어, 개구리는 밝은 색채로 동양화와 서양화의 기법을 결합시켰다. 서세옥의 낙조와 성재휴의 산사도 인상적이다. 낙조에서는 새 세 마리가 떨어지는 낙조를 감싸고 춤을 춘다. 산사는 법당과 탑 그리고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영림의 여심
 최영림의 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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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주제가 주호회와 한국 판화다. 주호회(珠壺會)는 박수근이 평양에서 최영림, 황유엽, 장리석과 함께 만든 미술단체다. 1940년 결성되어 1945년까지 5회 전시회를 열었다. 판화를 예술작품으로 인정해 전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곳에 전시된 최영림의 여심은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장리석의 주막은 1950년대 장터 주막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일곱 번째 주제인 그 시절 그 풍경은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박고석, 최덕휴, 임직순의 작품이 걸려 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이 기증한 총 55점의 작품 중 일부다. 자료를 보니 구본웅, 김기창, 박래현 등의 작품도 있다고 한다. 박수근의 작품으로는 굴비 외에 시장과 독장수가 있다. 화상이라고 불리는 화랑 주인의 통 큰 기부로 눈이 호사를 했다.   

 박수근의 묘
 박수근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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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기념전시관을 나가면 길은 자연스럽게 박수근 묘와 전망대로 이어진다. 5월초라 그런지 길 양옆으로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다. 묘소에는 박수근 화백의 기일(5월 6일)을 맞아 양구군수와 지인들이 바친 꽃들이 놓여 있다. 묘소 앞에는 '화백 박수근 전도사 김복순의 묘'라는 비석이 있고,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을 표현한 화상석이 있다. 한 여인은 앉아 있고, 다른 여인은 아이를 업은 채 서 있다.

묘소에서 길은 현대미술관과 박수근 파빌리온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먼저 박수근 파빌리온을 보고, 그 다음 현대미술관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이들 두 전시관에서는 제2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 김진열전이 열리고 있다. 박수근의 삶과 예술세계를 계승 발전시키고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한 작가를 지원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김진열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한다. 2017년 제1회 박수근미술상은 화가 황재형이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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