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꿈이 있는데 제 경우는 한 번쯤 죽기 전에 1980년대를 그려보고 싶었다. 제 20대 청춘의 열망과 절망, 희망이 담긴 시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게 됐다." (박기복 감독)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목이 말해주듯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스토리펀딩으로 제작돼 3년 만에 개봉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10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5·18은 끝나지 않은 사건 

'임을 위한 행진곡' 김꽃비, 충무로 황제의 미소 배우 김꽃비가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김꽃비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희수 역을 맡은 배우 김꽃비. ⓒ 이정민


'임을 위한 행진곡' 김채희-전수현, 다정한 임 사이 배우 김채희와 전수현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김채희-전수현 김채희와 전수현은 신인으로서, 이 영화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 이정민


이 영화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5·18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란 걸 상기시키는 데 있었다. 제작진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시간의 간극과 상관없이 유효하며 국가폭력과 범죄는 시효가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자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런 의도에 걸맞게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철수(전수현 분)와 명희(김부선/김채희 분)의 이야기와 여기에 더해 둘 사이에서 태어난 희수(김꽃비 분)의 이야기를 모두 아우른다. 과거와 현재가 하나로 이어지며 1980년대를 넘어 여전히 계속되는 아픔을 그렸다.

1980년 5월, 민주화 운동을 하던 법대생 철수는 "데모하면 세상이 바뀔 것 같냐"고 말하는 미대생 명희(김채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명희는 철수가 말하는 신념이 궁금해지고 점점 동화돼 두 사람은 함께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다. 2018년 5월 현재,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살아남은 명희(김부선)는 사이렌 소리에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정신분열 증세가 심해지고 개그맨인 딸 희수는 엄마를 지켜보기 고통스럽다. 하지만 엄마의 노트 등을 보며 아버지 철수의 존재와 5.18을 겪은 엄마의 고통을 알게 된다.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희수'의 시선으로 아직도 1980년 5월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재조명한다. 많은 이들에게 5·18은 흐려진 역사지만 당사자들에겐 그 고통이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음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나선 철수가 국가로부터 죽임당하고 남겨진 이가 시간이 흐른 후 그 의문사를 재구성하는 방식이 인상 깊다. 또한 머리에 총알이 박혀 제정신이 아닌 채 37년째 정신병동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명희 김부선의 연기와 그것을 지켜봐야하는 희수 김꽃비의 처절한 연기가 울림을 전한다.

광주 출신으로 5·18을 겪은 박기복 감독은 "1980년 5월의 광주라는 닫힌 시공간의 영화가 아닌 열린 배경으로 민주화 담론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의 명희(김부선)와 과거의 명희(김채희)의 이야기가 섞이며 딸 희수가 그것을 바라보는 설정과, 극중 철수-철호 형제가 경상도 출신이지만 광주에 머무는 설정 등이 바로 '열린 시공간'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박기복 감독은 실제로 보고 들었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년에 발생한 '이철규 변사사건'을 엮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에 출연한 주인공들 대부분이 5·18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지만 당시의 역사를 이해하고 연기하려 노력했다.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찍었다. 5·18이란 소재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똑같은 소재의 이야기를 또 하느냐', '지겹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사건이고 현재진행형인 역사라고. 이걸 잊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선 계속 이 이야기가 말해져야 한다. 비슷해보일지 몰라도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김꽃비)

남자 주인공 철수 역의 전수현은 실제 전라도 광주 출신이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5·18 묘지에 안치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5·18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 올라와서 친구들에게 5·18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물었던 적이 있는데 많은 친구들이 몰라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젊은 세대도 그 역사를 알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철수의 형 철호 역을 맡은 김효명은 "저는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5·18을 깊이 알진 못했는데 20~30대가 저처럼 5·18의 속사정까지는 모를 것"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많이 알게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채희는 "제가 태어나기 전의 사건이라서 책과 사진으로만 본 게 다였는데 영화 찍으며 영상자료도 찾아보고 묘지에 가서 해설사님으로부터 사연을 들으면서 제 주변의 평범한 이웃 이야기구나 싶었다"며 "더 공감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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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과 진정성

'임을 위한 행진곡' 전수현-김효명, 뜨거운 팔뚝질 배우 전수현과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전수현-김효명 배우 김효명(왼쪽)은 많은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해 '다작 배우'로 불린다. ⓒ 이정민


전수현, 김채희 등 신인배우들의 열연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따낸 전수현은 첫 신으로 저수지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신을 찍었는데 입속에 거머리가 들어가는 걸 참아내는가 하면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촬영 외의 시간에도 사투리를 썼다. 

젊은 시절의 명희 역을 맡은 김채희는 운동이나 신념에 관심이 없다가 점점 눈을 뜨고 바뀌는 인물을 연기했다. 무거운 소재인 만큼 어두울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김채희는 첫 주연 작품으로 이 영화를 찍으며 "아무래도 부족한 게 많고 배워야할 게 많은 상태에서 소재도 무게감이 있어서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김효명은 "철수(전수현)와 광주에서 촬영하며 먹고 자고 한 게 정말 좋았고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진짜 동생이 죽었다는 그 생각만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주인공 김꽃비는 극중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 명희 역을 맡은 김부선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부선 선배님을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정이 많고 정의로운 분이셨다"며 "저도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편이라서 선배님과 서로 통하는 게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묻는 말에는 "제가 평소에 자가용으로 모터바이크를 타는데 스포츠물처럼 몸 쓰는 역할을 해보고 싶고, 평범한 제 또래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뜨거운 화이팅! 박기복 감독과 배우 김채희, 김꽃비, 전수현,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뜨거운 화이팅! 박기복 감독과 배우 김채희, 김꽃비, 전수현, 김효명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임을위한행진곡 518 김꽃비 김부선 전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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