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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건설현장

산업안전보건공단의'2017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각종 노동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수는 1957명에 달한다. 그 중'사고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단연 건설현장에 가장 많다. 무려 506명의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사망하였는데 재해의 원인은 추락, 낙하, 붕괴 등 소위'후진국형 사고'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건설현장 중대사고 4749건 중 1036건이 굴삭기, 크레인, 지게차 등'건설기계 장비'에 기인한 것이었다. 4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축이 선호되고 공사기간 단축과 인건비 감소를 위하여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의 건설기계 사용이 늘면서'건설기계장비'로 인한 산업재해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설노동자가 가장 많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건설노동자가 가장 많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
ⓒ 전국건설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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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는 서울 강서구청 인근 건물철거 현장에서 굴삭기를 인양하던 이동식 크레인이 버스를 덮치는 사고로 승객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동식 크레인, 타워크레인 등 대형 건설기계의 무리한 운행은 건설현장 안전펜스 안의 노동자 안전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펜스 밖 무방비 상태의 시민들에 대한 불측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상식 밖의 원인으로 산업재해 발생해
 
이러한 건설기계 사용으로 인한 재해는 안전수칙 미준수, 신호체계 불일치, 무면허 운전 등의'인적요인'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자체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구조·규격 및 성능의 결함 등의'기계적 요인'으로도 발생한다. 이에'건설기계관리법'은 건설기계의 적정 안전도 확보를 위해 건설기계의 제작자·매매업자·임대업자 등에 대해 형식승인·관련사업 등록 등의 의무를 지우고 있으며, 건설기계를 직접 사용하는 소유자의 건설기계 등록·조종면허 취득과 정기·수시 정비 의무 등을 정하고 있다.

'건설기계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은 '건설기계관리법' 제12조의 위임에 따라 건설기계의 종류별 그 구조·규격 및 성능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준에 미달하는 제작결함을 시정하지 않거나 원동기, 제동장치 등 주요 장치를 임의로 변경개조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위임으로 제정된'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주로 작업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노동자와 사용자가 준수하여야 할 작업수칙 내지 안전기준을 규정 것과 비교하여 '건설기계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은 건설기계가 '제작물'로써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내구성과 장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조차 적용이 안된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조차 적용이 안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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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건설기계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구조와 규격에 따라 엄격하게 제작된 건설기계를 사용하고, 제원표에 따른 성능의 한계에 적합한 작업방법을 준수한다면 최근 연일 반복되는 크레인 사고는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건설현장은 항상 상식 밖의 원인으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다.

2016년 12월 청주에서 외벽 보강판넬 작업 중 3형제가 추락해 형제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을 양중하여 적재·적하 작업만이 가능한 카고크레인을 불법개조하여 바스켓(고소작업대)을 달아'사람'을 들어 올리다가 발생한'인재(人災)'였다. 반대로 고소작업 시 '사람'을 실어 작업위치로 이동시켜주는 스카이크레인(차량 탑재형 고소작업대)에 '화물'을 실어 올리다가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화물이 추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발생한다. 이처럼 건설현장에는 특정한 목적으로 제작된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용도 외 작업을 하다가 결국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건설사의 입장에선 1대의 기계만 임대하여 2종류의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부족한 것을 메꾸고, 건설현장 안전의 '정상화' 이뤄야

한편,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조종사 스스로가 과부하경보장치를 제거하고 정격하중을 초과한 화물을 양중하거나 무리하게 붐대를 늘려 작업하는 등 안전장치를 임의조작하는 것 또한 하나의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의 책임을 모두 조종사의 업무상 과실로 돌려 형사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건설기계를 직접소유하거나 조종사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외부 임대업체나 개인소유자와 임대 또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건설기계 조종사들은 자비를 들여 수천만 원,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기계를 구매하여 스스로 형식적인 '개인사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특수한 고용구조 속에서 조종사들이 고액의 기계 할부금을 제때 납부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위험작업 요구를 감히 거부할 수 없다.

게다가 건설기계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 시'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조종사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혜택에서 배제되며, 자신의 운행으로 다른 작업자에게 발생한 부상·사망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청구 상대방이 된다. 그러나 정작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이익을 얻고 유해·위험작업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해야 할 건설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지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처럼 간편하고 경제성 있는'위험의 외주화'는 지난 50년간 22여 차례나 개정된 '건설기계관리법'이 여전히 건설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타워크레인의 임차인인 건설공사의 도급인(원청사)에 대하여 타워크레인의 작동 및 설치·해체·조립 작업 시 유해·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신설되었다. 잇따른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입법조치된 것이라 하겠으나 건설현장은 타워크레인 이외의도 다양한 건설기계와 노동자가 혼재되어 동시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 기계에 국한된 조치로 전체 건설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타워크레인 안전의 원청사 책임은 작은 걸음이나마 건설현장'정상화'의 시작임이 분명하다. 건설현장 구석구석 노동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메우고 있는 건설기계의 안전이 원청사의 역할로 옮겨지는 상식의'정상화'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미경 노무사는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소속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제 안전법 검토 모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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