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실수들 속에서 울산현대축구단(아래 울산) 김인성의 한 방이 빛났다. 이 득점에 힘입어 울산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힐 수 있었다.

지난 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울산현대축구단과 수원삼성블루윙즈(아래 수원)의 경기에서는 후반 22분 터진 김인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홈 팀 울산이 1-0 승리를 따냈다.

양 팀은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가 맞물리면서 일정상 3주 연속으로 서로를 만나게 됐다. 지난주 리그에서 펼쳐진 전초전에서는 양 팀의 골키퍼들이 빛났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 속, 선수들의 몇 차례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원의 신화용과 울산의 김용대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를 이어가며 0-0 무승부를 가져갔다. 양 팀 감독은 이번 맞대결 전 기자회견에서 "탐색전은 끝났다"라고 밝히며 승부를 보기 위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할 것을 다짐했다. 이는 선발 포메이션에서도 드러났다. 양 팀 모두 지난 경기와 비교해 4명의 선발 선수들을 바꾸며 변화를 가져갔다.

울산과 수원, 양 팀 모두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서로를 만났다. 4월 중순부터 3~4일마다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단 스쿼드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래도 울산은 영리한 승점 관리를 통해 반등의 기점을 만들어냈다. 시즌 초 부진한 모습이 있었지만 김도훈 감독의 특색 있는 4-4-2 전술이 자리를 잡으면서 최근 공식전 10경기 무패 기록을 달리고 있었다. 이 경기 직전에 펼쳐진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도 2-1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상승세의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최전방 공격수 토요타의 득점력이 살아난 가운데 박주호, 리차드 등이 지키고 있는 중원이 힘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와 경기력,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중이다.

수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수원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강팀들을 연달아 만났기 때문에 로테이션 부분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4월 29일 전북현대모터스(아래 전북)전에서 바그닝요와 장호익이 퇴장을 당하며 어려운 경기를 가져간 끝에 패했고, 지난 라운드 FC서울과의 맞대결인 '슈퍼 매치'에서도 상대 역습에 고전한 끝에 2-1 패배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리그 3경기 무승을 기록 중인 수원은 이번 경기 승리로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바그닝요와 장호익이 돌아오면서 스쿼드에 힘을 더했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높은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데얀의 득점포가 터진다면 원정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가져갈 공산이 높았다.

수원의 우측 라인보다 강했던 울산의 오르샤-이명재 라인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수원의 오른쪽 라인과 울산의 왼쪽 라인이었다. 우선 수원의 키맨은 장호익이었다. 장호익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인 부분에서 우위에 있었다. 지난 전북전 전반 이른 퇴장으로 인해 이후 2경기에서 결장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수원은 전반전부터 왼쪽에 많은 힘을 두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크로스를 시도했고 이기제도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힘을 보탰다.

그러나 수원의 왼쪽 측면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오른쪽 측면의 밸런스가 중요했다. 울산은 수원의 스리백을 흔들기 위해 스피드가 좋은 오르샤, 김승준, 황일수를 모두 선발 출전시켰다. 특히 울산 공격의 핵심인 오르샤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돌파와 슈팅을 이어간다면 수원의 날개는 밸런스를 잃고 무너질 공산이 높았다. 따라서 장호익이 오르샤의 전진을 차단하고 자신이 공격적인 위치에서 공격까지 수행해야지만 수원이 중심을 잡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장호익은 전반 초반부터 오르샤를 압박하며 오르샤부터 파생되는 공격을 잘 막았다. 문제는 공격 상황에서였다. 장호익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섰지만 바그닝요와의 호흡이 좋지 못했다. 패스 미스가 많기도 했고, 울산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서로 겹치는 모습을 종종 노출하기도 했다.

울산은 역시 오르샤에 발끝에 많은 것이 달려 있었다. 최근 불안한 모습을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는 수원의 스리백을 빠른 스피드로 공략할 필요가 있었다. 오르샤는 전반전 큰 힘을 내지 못했다. 수원 수비수들의 압박 수비가 워낙 거셌다. 오르샤가 공을 잡으면 장호익이 곧바로 막아섰고, 수원의 센터백도 함께 따라붙으며 공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오르샤는 후반 22분 김인성의 결승골을 도우며 존재감을 뽐냈다. 순간적으로 생긴 공간에서 침투하는 김인성을 보고 찔러준 감각적인 패스는 득점의 시발점이 됐다. 오르샤는 후반 44분 교체 아웃 전까지 특유의 볼 배급과 드리블로 울산의 공격을 이끌었다.

'골이다' 9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1차전 경기. 선제골을 넣은 울산 김인성이 환호하고 있다.

▲ '골이다' 9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1차전 경기. 선제골을 넣은 울산 김인성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르샤 밑에서 플레이를 가져간 이명재도 인상적이었다. 울산 포백의 왼쪽 수비를 맡은 이명재는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오버래핑을 최소화하고 낮은 위치에서 수원의 공격을 막아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수원의 바그닝요와 장호익이 공격 과정에서 큰 힘을 낼 수 없었던 주된 이유도 이명재의 능숙한 수비 덕분이었다. 물론 아쉬운 볼 트래핑 미스가 몇 차례 이어졌으나, 센터백들과 커버 플레이를 이어가며 위험한 장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울산의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수 싸움에서 이긴 울산, 8강 진출의 교두보 만들다

결국 후반 22분 터진 김인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산이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이 승리는 울산이 실수 싸움에서 이긴 결과였다. 이날 양 팀은 무수히 많은 실수를 노출했다. 공격과 미드필더진, 수비진을 가리지 않고 전반 초반부터 정교하지 못한 플레이들만 양산해 냈다. 울산은 전반 중반부터 수비진들의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졌다. 수비에서 공을 탈취해 낸 후 미드필드진으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정확치 못한 패스로 수원에게 공격권을 내줬다. 반면 수원은 중원에서의 과감하지 못한, 그리고 안일한 대처가 발목을 잡았다. 압박 수비와 울산의 실수를 이용해 점유율을 잡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양 팀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그리고 더 많은 실수를 줄인 울산이 이후 경기 운영에서 우세를 가져갔다. 수원은 실점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울산의 후방에서 최전방까지 전진되는 패스를 전혀 방해하지 못했다. 리차드부터 시작된 느슨한 압박으로 인해 토요다를 거쳐 오르샤까지 공이 순식간에 배달되었다. 그리고 이기제와 조성진이 김인성에게 많은 공간을 허용하며 실점을 내줬다. 이는 앞선 오르샤와 이명재, 울산의 좌측 라인이 수원의 측면 라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인 연장선이기도 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수원은 급하게 공격적으로 전환했지만, 후방의 불안함이 남겨진 상황에서 공격 전개가 원활히 되기는 어려웠다.  

데얀 돌파 9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1차전 경기. 수원 데얀의 드리블 돌파를 울산 리차드가 수비하고 있다.

▲ 데얀 돌파 9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1차전 경기. 수원 데얀의 드리블 돌파를 울산 리차드가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히려 리드를 잡은 울산의 공세가 거세졌다. 후반전 이른 교체 카드 사용으로 변화를 가져간 울산이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으면서 수원을 몰아쳤다. 후반 14분 한승규가 들어가면서 황일수가 토요다와 투톱을 이루며 모든 울산 공격수들이 높은 위치에서 공을 점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제골 이후 울산은 4-2-3-1로 포메이션을 재편성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이끌어나갔고, 무실점 승리를 따내며 8강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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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챔피언스리그 울산현대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 16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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