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골키퍼 베고비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4-1로 역전승했다.

지난 3월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골키퍼 베고비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4-1로 역전승했다. ⓒ EPA/연합뉴스


손흥민은 올해도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손흥민은 2017-18시즌 각종 대회를 통틀어 18골 1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21골 7도움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인 유럽파 시즌 최다골 기록을 수립한 2016-17시즌을 넘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을 경신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비록 시즌 막판 골침묵에 시달리며 2년 연속 20골 기록은 멀어졌지만 어느덧 프리미어리그 3년차로 원숙해진 손흥민은 이제 외신과 유럽 축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시즌임에도 틀림없다. 일단 토트넘은 올해도 무관에 그쳤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서 유벤투스에, FA컵 준결승에서는 맨유에 덜미를 잡히며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나마 최종전을 앞두고 리그에서 최소 4위를 확보하며 다시 한번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한 것이 위안이다.

막바지에 접어들며 손흥민은 다소 주춤했다. 지난 10일 뉴캐슬전에서 도움 1개를 추가했지만 9경기 연속 무득점 기록을 깨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발목 부상에 시달려온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기도 했다. 시즌 중반까지 거침없이 질주하던 토트넘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도 손흥민의 득점포가 침묵한 기간도 일치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압도적인 기록 차이에도 불구하고 에릭 라멜라와 '강제 포지션 경쟁'에 시달려야 했던 것도 국내 팬들이 불만스러워 했던 대목이었다. 라멜라는 지난해부터 장기 부상에 시달리다가 올시즌 중반에야 복귀했지만 포체티노 감독의 꾸준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종종 팀 내 득점 2위인 손흥민을 제쳐두고 라멜라를 선발로 기용하는 변칙 용병술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대체로 좋지 않았고 유럽 현지 전문가들도 대부분 비판적인 시각을 보냈다. 해리 케인-크리스티안 에릭센-델레 알리 등이 일시적인 부진에도 꾸준히 주전 자리를 보장받는 것과 달리, 유독 손흥민만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손흥민과 재계약 준비 중인 토트넘, 현재 팀 내 상황은?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지난 2월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 연합뉴스/EPA


토트넘은 지난 2년간의 활약을 고려하여 손흥민과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0년까지 계약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병역문제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손흥민이 만일 올해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면 합법적으로 병역을 해결하고 유럽무대에서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어느덧 20대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으로서는 앞으로 3~4년간이 선수로서 본격적인 최전성기에 접어들 시점인 만큼 다음 계약이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현 소속팀인 토트넘이 앞으로도 손흥민의 미래를 걸기에 충분한 구단인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낸 지난 3년간 선수로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트넘에는 너무나 많은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있다.

토트넘은 현재 EPL에서 '빅6'로 평가받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우승 가능성은 높지 않은 다크호스 정도의 위상에 가깝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단 한 차례 오른 것이 역대 최고성적이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57년, FA컵은 27년 전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이다. 아직까지 프로무대에서 우승컵을 한번도 들어 올려보지 못한 손흥민으로서는 더 큰 도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만족할 수 없는 위치다.

냉정히 말해 토트넘이 현재의 전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도 보장이 없다. 케인, 알리, 에릭센 등 토트넘의 주축 선수들은 매년 빅클럽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령탑인 포체티노 감독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토트넘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가레스 베일은 역대 최고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세 차례나 달성한 바 있다.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의 주전 풀백으로 활약했던 카일 워커 역시 올시즌 맨시티로 이적하자마자 첫해에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토트넘이 다른 빅클럽에 비하여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낮은 주급 체계다. 토트넘의 주전 선수들은 실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몸값을 받으며 뛰고 있다. 토트넘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던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이 불발된 이유도 주급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도르트문트(독일)나 아스널(잉글랜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같이 빅클럽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팀들이 라이벌팀에게 주축 선수들을 번번이 빼앗기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던 것도 재정규모의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미래,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기

 22일 오전 1시(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튼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득점에 토트넘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토트넘의 손흥민, 무사 시소코, 해리 케인 선수.

지난 1월 22일 오전 1시(한국시각) 영국 사우스햄튼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스햄튼과의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득점에 토트넘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토트넘의 손흥민, 무사 시소코, 해리 케인 선수. ⓒ EPA/연합뉴스


포체티노 감독과 손흥민의 궁합도 미묘하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포체티노 감독은 중상위권팀이던 토트넘을 어엿한 리그의 강호로 키워낸 명장이자 손흥민에게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최근 손흥민에 대하여 들쭉날쭉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기용방식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 측면도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중요한 빅매치나 결정적인 승부처마다 손흥민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물론 손흥민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 시기에는 대부분 주전으로 기용하지만, 반대로 조금만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전술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손흥민이 유독 1순위로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리그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선수는 8명뿐이고 이중에서 확실한 베스트 11로 대우받지 못하는 선수는 손흥민뿐이다.

토트넘은 라멜라가 다음 시즌 설사 팀을 떠난다고 해도 현재 영입설이 거론되고 있는 앙토니 마샬(맨유) 등 새로운 자원의 합류가 성사된다면 역시 손흥민과 가장 먼저 주전경쟁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 정도의 선수가 토트넘에서 '슈퍼서브'나 유틸리티 플레이어 정도로 언제까지 만족해야 하는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토트넘이 이미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정한 지금 손흥민은 다가오는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표팀의 기둥인 손흥민의 부상이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에도 큰 타격이다. 손흥민으로서도 월드컵과 병역혜택이 걸려있던 아시안게임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쳐야 앞으로 유럽무대에서의 진로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토트넘과 앞으로도 축구선수로서의 미래를 함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심사숙고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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