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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들어앉은 허브농원이다보니 5월 이후에는 자연 숲과 인공의 시설이 잘 조화를 이룬다.
▲ 허브나라 숲 속에 들어앉은 허브농원이다보니 5월 이후에는 자연 숲과 인공의 시설이 잘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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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허브가 그리워지면 자연으로 떠나자

향기 나는 식물 혹은 꽃, 허브(herb)라 한다. 허브가 우리 귀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불과 20년 정도지만 허브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농원은 물론 일반 꽃집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허브를 취급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가까이 들어와 있다.

꽃잎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만진 다음 손가락의 냄새를 맡으면 좋은 향기가 손가락에 배어 코 점막을 자극하고 상쾌한 기분을 갖게 한다. 초창기 허브를 홍보할 때 이런 방식으로 널리 알렸다. 지금은 허브차를 시음하거나 목덜미에 허브 향을 살짝 뿌리거나 발라준다. 순간 움찔하면서 차가움과 시원함, 향기가 한데 섞여 코와 온몸을 자극한다. 

온갖 미세먼지와 황사, 오염되고 찌든 공기와 냄새에 노출되어 있는 도시인들(특히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이 향기들이 더욱 차별화된다. 그래서 '냄새'는 '내음'이 된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는 크고 작은 많은 허브농원들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숱한 허브가 저마다의 개성과 향기를 내뿜는 농원과 허브샵에서 그 내음을 한껏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허브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허브 향을 필요로 할 만큼 우리 주변의 냄새 오염이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17세기 이후 산업화로 인한 인구 밀집, 도시 기반 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미비로 프랑스 파리에서 향수가 발달한 이유와 마찬 가지다.

그러나 개개인이 자기 몸에 아무리 향수를 뿌린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더욱 향수를 필요로 하고 향수 산업이 크게 발달했지만 악취가 해결된 것은, 상하수도 시설을 비롯한 도시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고 난 훨씬 뒤의 일이다.

초창기 허브농원의 대표격이자 지금도 대표적인 허브농원으로 꼽힌다.
▲ 허브나라 벽(wall)가든 초창기 허브농원의 대표격이자 지금도 대표적인 허브농원으로 꼽힌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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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가 우리 주변에 보편화 되었다고 해서 환경과 악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허브 화분을 키우고 허브향이나 향수를 사용한다 해서 자기 주변의 공기와 환경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개인이 단시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은 것들을 실천하되 아쉬운 대로 진짜 허브가 살아 있는 곳에 가끔 여행 가면 어떨까 한다. 화분이나 작은 병 속에 갇히거나 이보다는 더 큰 비닐하우스에 갇힌 허브 향이 아닌, 진짜 자연 속에서 자연의 향과 더불어 자신의 향기를 내뿜는, 그래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산 속의 허브 농원에 가끔씩 다녀오는 건 어떨까.

5월 이후에 가는 봉평 허브나라와 흥정계곡

메밀꽃 피는 고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의 봉평면은 아름다운 계곡이자 펜션의 집결지로 소문난 흥정계곡을 품에 안고 있다. 봄, 가을에는 싱그러운 물소리, 여름에는 피서 계곡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계곡이다.

허브나라가 있는 흥정계곡은 그저 계곡을 보러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 흥정계곡 허브나라가 있는 흥정계곡은 그저 계곡을 보러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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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정계곡에서 가장 먼저 생긴 펜션 시설이자 가장 자연 경관이 빼어난 초창기 허브농원이 <허브나라>이다. 허브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인데, 이러한 초창기 허브농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산 속 계곡에 있다 보니 허브가 피는 시기가 좀 늦어서 5월 중순 이후가 돼야 하나둘 꽃이 피기 시작하고 5월 하순이 되면 여러 봄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허브나라는 1993년 대기업 간부를 지내다가 농대 출신 아내와의 젊은 시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깊은 산골로 들어온 이호순, 이두이 부부가 세운 농원이다.
1994년에 허브농원이라 이름 짓고, 본격적으로 가든을 조성하였는데, 1995년 이후 매스컴과 잡지에 오르면서 이 부부의 사연도 공개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여 지금은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 있다.

하지만 농원이 계곡에 바짝 붙어 있다 보니, 지금까지 20년 이상의 운영 기간 동안 두 번의 큰 수해를 만나 농원의 일부 혹은 전체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겪기도 했다. 그래도 오뚝이처럼 금세 일어나 다시 수습하면서 운영을 이어갔고, 농원 구조를 바꾸거나 새로운 가든을 만들어 오픈하는 등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흥정계곡을 건너 농원에 들어가는 다리이다.
▲ 허브나라 입구 청향교 흥정계곡을 건너 농원에 들어가는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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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나라 입구는 계곡 상류 쪽에서 2013년에 지금의 정문으로 바뀌었다. 흥정계곡을 가로지르는 청향교를 건너 숲속으로 들어가면 주변을 온통 상쾌한 향기로 가득 채우는 허브농원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처음 나오는 것은 팔레트가든인데, 과거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팔레트 모양의 정원을 조성하였다. 정원이 아기자기하다. 오른쪽에는 로맨틱가든이 있다. 건물도 예쁘게 만들었는데, 커플들은 이 안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팔레트가든을 지나면 유리온실이다. 온실 안의 다양한 허브를 감상한 다음 문을 나서면 본격적인 농원이 펼쳐진다.

허브나라 내부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 격인 유리온실. 다양한 꽃들이 사계절 피고 진다.
▲ 허브나라 유리온실 허브나라 내부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 격인 유리온실. 다양한 꽃들이 사계절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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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허브농원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귀엽고 예쁜 꽃
▲ 리빙스턴 데이지 5월의 허브농원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귀엽고 예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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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셰익스피어가든, 코티지가든, 락가든, 나비가든, 중세가든이 이어지며, 이 테마가든들을 충분히 감상하고 나면, 한 단계 올라가 어린이가든, 한터울 터키갤러리, 만화의 숲에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다. 그리고 나서 허브박물관과 향기의 샘에 들러 허브 상품들을 구경한 다음, 가든 카페에서 커피나 차 한 잔 하는 것이 좋겠다.

농원 끝 허브가든을 내려다보는 위치에는 통나무집인 자작나무집이 있는데, 내부에 레스토랑이 있어 허브비빔밥, 허브쌈, 허브샐러드, 허브닭찜 등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건물에는 항상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며, 한없는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한적함이 있다. 물론 사람이 적을 경우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오전 중에 가면 좋다.

허브꽃밭에는 상쾌한 향기를 내뿜는 페퍼민트, 사과와 레몬 향 그윽한 차와 요리에 필수라는 스위트 바질,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라벤더, 매콤한 맛이 향기로운 식용꽃 한련화 등 수많은 허브 꽃들이 5월부터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여 9월까지 피고 지고 한다. 그럴 때 꽃잎을 손으로 문질러 그 내음을 맡으면 신선하고 상큼한 향기가 콧속 뿐 아니라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열어준다.

무엇보다 농장을 활처럼 돌아가는 계곡의 경치가 참으로 아름답고 물도 깨끗하여 여름엔 물놀이하기에도 그만이다. 구무소라는 깊은 소는 이 계곡의 절경인데, 바로 농원 옆의 폭포 밑에 있다. 지금은 농원 외곽을 막아 놓아 여기 내려가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계곡의 물난리로 여러 번 농원이 뒤집어졌어도 아직은 이만한 허브농원이 드문 이유는 바로 자연이 내린 선물인 이 빼어난 계곡 덕분이다.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함께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가든이다.
▲ 어린이가든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함께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가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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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박물관은 허브역사관, 생활관, 허브나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생활관.
▲ 허브박물관 허브박물관은 허브역사관, 생활관, 허브나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생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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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 주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길 225
문의는 033-335-2902, www.herbnara.com  
개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30분(입장은 폐장 1시간 전까지)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우대(초등학생, 평창군민, 경로 우대 등) 4,000원
주차장은 약 200대 주차 가능, 작은 반려견 동반 가능(목줄 착용) 
자체 펜션 시설도 있어 숙박도 가능함

* 허브나라에서는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허브 향초 만들기, 허브 비누 만들기, 압화 공예, 허브 화분 심기 등 다양한 체험들이 있어 별도의 예약 없이 언제든 가서 체험할 수 있다.

* 가는법
자가용으로는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나와 북쪽 6번 국도로 6km 진행하면 봉평에 들어간다. 이 봉평을 지나 2.5km 진행하면 우측으로 흥정계곡 안내판과 함께 진입로가 나온다. 계곡을 따라 약 4km 가면 허브나라가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동서울터미널이나 원주 등에서 강릉 행(장평 경유) 시외버스를 이용, 장평에서 하차,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봉평으로 이동한다. 장평버스정류장 033-332-4209
봉평에서 허브나라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으며 도보로 가기엔 멀다. 택시를 이용한다.
펜션을 예약했다면 펜션에 픽업을 부탁해 둔다.

* 봉평은 작은 동네임에도 일찍부터 메밀의 고장으로 유명해 막국수집들이 수두룩하게 많다. 막국수와 편육 정도는 먹고 갈 만하며, 메밀싹나물비빔밥도 있으니 다양한 메밀 음식도 맛볼 수 있다.

* 허브나라가 있는 흥정계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수많은 펜션들이 들어선 계곡이다. 다양한 컨셉을 가진 숱한 펜션들이 있으니 개인 성향에 맞춰 골라 가서 하룻밤 숙박하는 것도 좋다. 인터넷 검색에서 '흥정계곡 펜션'을 치면 많은 펜션들이 나오니 찾아볼 것. 참고로, 상류로 올라갈수록 물이 깨끗하고 한적하니 상류 펜션들에 가면 더욱 좋다. 허브나라보다 상류에 위치하면 상류로 보고 찾아볼 것.

허브농원 들어가는 길에 팔레트가든과 함께 가장 먼저 나오는 가든. 커플을 위해 예쁘게 조성했다.
▲ 로맨틱가든 허브농원 들어가는 길에 팔레트가든과 함께 가장 먼저 나오는 가든. 커플을 위해 예쁘게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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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허브나라, #흥정계곡, #이호순 이두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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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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