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소속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최근 몇 년 이래 가장 힘든 전반기를 보내고 있다. 투타의 핵심 전력들이 부상으로 이탈하여 아직까지 정규 시즌에 합류하지 못하거나, 시즌을 치르다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아직까지 완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저스틴 터너가 왼손 손목 골절로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으며, 로건 포사이드는 오른쪽 어깨 염증으로 전력을 이탈했다. 야시엘 푸이그는 외야 수비 도중 충돌 후유증으로 왼쪽 엉덩이를 다친 데다 자신의 파울 타구에 타박상까지 입었다. 게다가 코리 시거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아서 올해 남은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선발진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베테랑 왼손 투수 리치 힐은 올해도 어김없이 손가락에 염증이 생겨서 전력을 잠시 이탈했다. 올 시즌 선발투수들 중 페이스가 가장 좋던 류현진은 투구 도중 사타구니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인해 투구 도중 마운드를 내려왔고, 재활까지 감안하면 최소 전반기를 나올 수 없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마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커쇼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이벤트 원정 경기 장소였던 멕시코에서 캐치볼 도중 팔에 이상을 느꼈고, 바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구단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정밀 검진을 받았다. 그리고 이두박근 건염 판정을 받아 한동안 투구를 중단하게 됐다.

투구 페이스 가장 좋았던 류현진, 너무 잘 하려다가 근육 파열

다저스에서 올 시즌 투구 패턴이 가장 좋았던 투수는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시즌 첫 경기에서만 3.2이닝 5볼넷 3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을 뿐,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포함하여 시즌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2.12를 기록하고 있었다.

류현진이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는 동안 페이스는 상당히 좋았다. 시즌 첫 승을 했던 경기에서는 안타와 볼넷을 단 1개 씩만 허용하고 삼진을 8개나 잡아내는 압도적인 투구를 했고, 그 다음 경기에서도 홈런과 몸 맞는 공이 하나씩 있었지만, 그 이외에 흔들린 요소 없이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3승 째 경기에서는 역시 삼진을 8개나 잡아내며 7이닝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했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승리한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 이상의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던 류현진은 시즌 5번째 등판이었던 4월 28일(이하 한국 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원정 경기에서 불안 요소를 드러냈다. 투구 내용이 부진한 것은 아니었는데,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까지 아웃 카운트가 하나 남은 상황에서 타구에 허벅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간 것이다.

일단 류현진은 휴식을 취한 뒤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2회말 디백스 공격 때 1사 후 데븐 마레로에게 2구째 공을 던진 직후 몸 상태에 이상을 호소했다. 바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트레이너 등이 마운드를 방문했고, 류현진의 상태를 점검한 뒤 투수를 교체했다.

왼쪽 사타구니 근육이 파열된 류현진은 바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하여 근육 파열 상태를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사타구니 근육 파열은 재활에 최소 3~4주가 걸리기 때문에 5월에는 공을 던질 수 없다. 아무리 빨라도 6월이나 돌아올 수 있고 전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인데, 일단 정확한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두박근 염증, 처음으로 어깨 부상 당한 커쇼

에이스 커쇼가 올해 구속이 떨어졌던 원인 요소 하나가 드러났다.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는 이두박근에 통증을 달고 있었고, 이 때문에 어깨 앞쪽 통증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서 일단 시즌에 들어갔는데, 커쇼는 등판 일정 때문에 다저스 선수단과 함께 멕시코 원정에 동행하고 있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3연전이 이벤트 차원에서 멕시코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로테이션 간격에 맞춰 캐치볼을 하던 커쇼는 팔에 이상을 느꼈고, 이에 구단 트레이너들이 이두박근 건염 진단을 내려 로스앤젤레스로 귀국시켰다. 로버츠 감독에 의하면, 커쇼는 지난 번 일정인 애리조나 주 피닉스 원정 때부터 같은 증세를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커쇼는 구단 주치의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정밀 검진 결과 이두박근 건염 이외의 추가적인 이상은 없었다. 다저스 주축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사항은 커쇼의 부상 부위다. 2014년에 처음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갔던 커쇼는 호주에서 열렸던 개막전 이후 등쪽 대원근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을 결장하는 바람에 정규 시즌 20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27경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쇼는 당시 압도적인 성적(21승 3패 ERA 1.77 239탈삼진)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만장일치)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커쇼 11K' 다저스, 휴스턴에 3-1 승리  지난 2017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차전에서 다저스의 선발투수 클레이턴 커쇼가 1회 초 투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커쇼는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호투했으며, 볼넷 없이 삼진을 11개나 잡아내며 다저스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다저스는 6회 말 저스틴 터너가 터뜨린 결승포로 휴스턴을 3-1로 제압해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2016년에는 전반기에 정상 궤도를 달리다 6월에 추간판 탈출증으로 잠시 쉬어야 했다. 후반기 복귀 이후 좋은 성적을 보였으나, 결국 리그 사이 영 상은 201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압도적인 승률로 상을 수상했던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에게 내줬다.

이 때까지 커쇼의 부상 부위는 등이나 허리였다. 그런데 이번 부상은 그리 심하진 않더라도 투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어깨 부위라는 점에서 우려가 가고 있다. 다저스의 전설적인 왼손 투수 샌디 쿠팩스가 은퇴하던 시점은 아직 토미 존 서저리가 시술되기 전의 시대였다.

이후 토미 존 서저리를 받고 선수 생활을 더 오래 지속한 선수가 많이 나온 반면, 어깨 부상으로 인해 무너진 선수는 선수 생활을 더 오래 이어간 사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커트 실링 역시 젊은 시절의 어깨 부상은 어떻게 극복했으나, 선수 생활 말년의 부상은 극복하지 못했다.

굳이 오래 전으로 건너가지 않더라도, 다저스는 류현진이 2015년에 어깨 관절와순 병변을 수술로 치료한 뒤 풀 타임 선발투수로 복귀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류현진(1987년생)보다 1살 어린 커쇼(1988년생)에게 있어서 이번 부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아직은 나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커쇼인데, 옵트 아웃을 앞두고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류현진과 커쇼 없는 다저스, 간절하게 기다리는 터너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에 다저스와 파드리스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가 아닌 멕시코의 누에보레온 주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데 베이스볼에서 파드리스의 홈 경기로 3경기를 치렀다. 첫 경기는 다저스가 4-0으로 승리했지만, 6일 경기와 7일 경기는 각각 4-7, 0-3으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류현진과 커쇼가 없는 다저스는 일단 워커 뷸러와 브록 스튜어트 그리고 로스 스트리플링 등 마이너리그에 있던 선발투수 유망주들을 콜업하여 자리를 채웠다. 5일 경기에서는 뷸러가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지만, 6일 경기에서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가 5이닝 3실점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조시 필즈가 패전을 기록했다.

7일 경기는 스트리플링이 등판해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당초 불펜으로 콜업되었다가 임시 선발로 등판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두 번째 투수인 토니 싱그라니가 2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3경기에서 임시로 투입된 선발투수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다저스의 투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타선이 무기력했다. 특히 7일 경기에서는 득점권 9타수 무안타 무타점이었다.

물론 다저스는 2013년 이보다 더 심한 상황을 맞이한 적도 있었다. 당시 선발 로테이션에 있었던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 디백스)가 벤치 클리어링 때 부상을 당했고, 조시 베켓(은퇴)은 2013년을 거의 통째로 날렸다. 다저스는 2013년 6월까지만 해도 처음 81경기에서 38승 43패에 그쳤다.

그러나 당시 다저스는 6월 23일부터 50경기 42승 8패라는 무시무시한 질주를 시작했다. 전반기 마지막 날에 5할 승률을 맞춘 다저스는 결국 6개 디비전 중 가장 먼저 지구 우승을 확정하는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시즌이 끝날 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디백스와의 승차는 무려 11경기였다. 뿐만 아니라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2013년의 다저스와 현재의 다저스는 사정이 좀 다르다. 2013년 다저스는 새롭게 팀에 합류한 류현진, 그레인키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승격된 푸이그 등이 침체에 빠져 있던 팀을 구해냈고, 커쇼 역시 처음으로 1점 대 평균 자책점 시즌을 보낸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의 다저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푸이그(2013), 작 피더슨(2014), 시거(2016), 코디 벨린저(2017), 알렉스 버듀고(2018) 등 마이너리그에서 대기하던 특급 유망주 야수들이 다 올라왔다. 선발진에서도 훌리오 유리아스(2016, 현재 어깨 수술 재활중), 스트리플링(2016), 스튜어트(2016), 뷸러(2018) 등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를 오가고 있다.

하지만 푸이그와 피더슨의 성장이 정체 단계이고, 시거는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다. 버듀고가 시거의 부상으로 올 시즌 풀 타임을 보장 받았지만, 안타깝게 그들의 임팩트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빈 자리에 들어온 맷 켐프가 어느 정도 활약을 해 주고 있지만 당초 다저스의 계산에는 없던 전력이었다.

다저스는 일단 주전 3루수 터너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서 켄달 그레이브먼(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이 던진 공에 손목 골절을 당한 터너는 아직까지 정규 시즌을 1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수술을 피하면서 재활이 빨라졌고, 현재 타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의 반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이 때문에 트레이드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오리올스)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마차도를 데려오기 위해 감수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시거의 공백을 메울 확실한 카드이지만, 상위 유망주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일단 다저스는 대니 에스피노사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하여 만일에 대비는 해 놓았다. 다저스가 마이너리그 선수 영입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다름 아닌 사치세 문제 때문이다. 지난 해 겨울에 비싼 선수들을 트레이드한 이유 중 하나도 갈수록 증가하는 사치세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기존 선수들의 몸값이 상승하면서 그들을 모두 붙잡을 수 없었다. 그레인키가 계약 3년 만에 옵트 아웃을 행사했지만, 그를 붙잡지 못하고 같은 지구의 디백스로 보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선발투수 자니 쿠에토 등을 영입했고, 파드리스도 올 시즌 에릭 호스머를 영입하는 등 서부지구의 다른 팀들은 다저스와의 전력 격차를 줄여 나갔다.

5월 7일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디백스가 23승 11패를 기록, 승패 마진 +12라는 압도적인 승률로 질주하고 있다. 서부지구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 15팀 중 가장 높은 승률(0.676)이다. 지구 2위 콜로라도 로키스는 20승 15패 0.571 승률로 현재 리그 공동 4위에 올라있다. 지구 3위 자이언츠 역시 19승 15패(0.559)로 리그 6위다.

그런데 다저스는 15승 19패 승률 0.441로 리그 순위에서도 11위에 그쳐있다. 아직 1달이 조금 넘은 상황이라 다저스에게는 127경기가 남아있지만, 현재의 페이스로 가면 지구 우승은 커녕 포스트 시즌 도전도 버겁다.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려면 최소 5할 이상의 승률은 확보해야 와일드 카드경쟁 가능성이 있는데, 최근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은 서부지구 팀들이 상위권에 많이 분포해있다.

예전에는 구단 재정이 넉넉한 컨덴더 팀들이 우승을 위해서 FA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그러나 구단 사치세율이 강화되면서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많은 사치세를 냈던 다저스는 더 이상 FA 시장만으로는 그 답을 찾기 어렵게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올라온 특급 유망주들도 시련을 겪고 있는 다저스가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이 위기를 타개해나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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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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