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역사상 최고의 두 팀이 또 만났다. 238번째 엘 클라시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양보 없는 싸움을 더 특별하게 만든 한 선수가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정들었던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한 천재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마지막 엘 클라시코였기에 더 감회가 깊을 수밖에 없다.
57분 15초 교체 선수 파울리뉴가 들어오면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수많은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캄프 누 피치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팔뚝에 있던 주장 완장을 리오넬 메시에게 넘기는 순간은 더 특별하게 보였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가 7일(아래 한국시각) 오전 3시 45분 캄프 누에서 벌어진 2017-2018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CF와의 엘 클라시코에서 2-2로 비기며 무패 우승의 위업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9만7939명 관중들의 기립 박수나흘 뒤인 11일이 되면 34살이 되는 천재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21년 동안 정들었던 FC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1996년 9월 이니에스타는 12살의 어린 나이로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들어왔다.
이니에스타에게도 꿈의 그라운드였던 FC 바르셀로나 A팀으로 첫 이름을 남긴 날이 2002년 10월 29일이었다. 사비 에르난데스와 함께 축구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드 라인을 세웠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FC 바르셀로나에게 모두 31개의 우승 트로피(프리메라 리가 우승 8회, 스페니시 슈퍼 컵 우승 7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코파 델 레이 우승 6회, UEFA 슈퍼 컵 우승 3회,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3회)를 선물하고 떠나게 됐다.
이반 라키티치,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함께 FC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로 이 마지막 엘 클라시코에 임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특유의 유연한 드리블과 번뜩이는 방향 전환으로 강팀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들과 당당히 맞섰다.
55분, 바르셀로나가 역습을 시작하면서 센터백 헤라르드 피케가 과감하게 리베로 역할을 자처했다. 그 순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믿기 힘든 오른발 뒤꿈치 패스가 빛났다. 관중석에서는 놀랍다는 탄성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그리고 2분 뒤 발베르데 감독의 선수 교체 지시가 떨어졌다. 파울리뉴가 대기심 옆에 서 있었고 빠져야 하는 선수의 등번호가 8로 표시됐다. 이를 확인한 이니에스타는 자신이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리오넬 메시에게 넘기고 걸어나왔다. 그 순간 9만7939명 관중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최고의 미드필더를 향한 의식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이니에스타의 마지막 엘 클라시코가 끝났다.
아름다운 골들, 엘 클라시코를 빛내다이미 FC 바르셀로나의 라 리가 우승이 확정된 상태에서 벌어진 엘 클라시코는 싱겁게 보일 수도 있었다. '바르사가 무패 우승 기록을 완성할 수 있을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20일 앞두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최상의 멤버로 상대할까' 정도가 주목할 만한 뉴스였다.
경기 시작 후 10분만에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측면 역습이 빛나면서 멋진 선취골이 터졌다. 세르지 로베르토의 크로스가 반대쪽으로 넘어가면서 루이스 수아레스의 오른발 발리슛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도 이대로 주저앉을 맞수가 아니라는 듯 단 4분 만에 동점골을 뽑아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뒤로 밀어준 공을 받은 토니 크로스가 왼쪽 끝줄 앞에서 크로스한 공을 카림 벤제마가 헤더로 떨어뜨려 주었고 이 순간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놓치지 않았다. 축구 경기에서 세 명의 패턴 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명장면이었다.
그런데 전반전 추가 시간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첫 골을 도운 세르지 로베르토가 레알 마드리드 풀백 마르셀루와 몸싸움을 펼치다가 손으로 때린 것이다. 호세 에르난데스 주심은 어김없이 세르지 로베르토의 퇴장을 명령했다.
후반전을 수적 열세로 시작한 FC 바르셀로나는 어쩔 수 없이 필리페 쿠티뉴를 빼고 세메도를 들여보내야 했다. 그리고 지혜로운 역습을 성공시키며 다시 1골을 달아나기 시작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라파엘 바란과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찔러준 공을 리오넬 메시가 받아서 세르히오 라모스와 카세미루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왼발 감아차기를 절묘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골 직전 루이스 수아레스가 라파엘 바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것이 오심이라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호세 에르난데스 주심에게 격하게 항의했지만 FC 바르셀로나의 골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72분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골이 터져나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후반전 교체 선수 마르코 아센시오가 밀어준 공을 가레스 베일이 18미터 지점에서 잡지도 않고 왼발 감아차기를 기막히게 성공시킨 것이다. 공의 패스 속도도 빨랐고 베일이 빠르게 뛰고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슛 동작이었지만 시즌 최고의 골에 뽑혀도 이견 없을 정도로 완벽한 골이었다.
이렇게 238번째 엘 클라시코는 승리 팀 없이 끝났다. FC 바르셀로나의 무패 우승 위업이 가시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FC 바르셀로나는 오는 10일 비야레알과의 홈 경기, 레반테와의 어웨이 경기(14일),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홈 경기(20일)를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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