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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JTBC <뉴스룸>과 TV조선 <뉴스 9>은 이를 전혀 다르게 보도했다.

JTBC의 주목과 TV조선의 외면

당일 TV조선 <뉴스 9>(이하 TV조선)은 전체 23꼭지 중 관련 보도를 1꼭지만 내보냈다. 보도 시간은 1분 44초로 전체 51분 12초 중 3.4% 비중이었다. 반면 JTBC <뉴스룸>(이하 JTBC)은 전체 35꼭지 중 6꼭지를 보도했다. 보도 시간은 1꼭지 2분 37초, 2꼭지 1분 28초, 3꼭지 1분 42초, 4꼭지 1분 53초, 5꼭지 1분 55초, 6꼭지 1분 56초로 총 11분 31초였다. JTBC의 총 뉴스 시간은 1시간 23분으로 약 14% 비중으로 다뤘다. 다음 날인 3월 29일 목요일에 TV조선은 관련 보도를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JTBC는 6꼭지를 내보냈다. 관련 보도는 총 9분 2초로, 약 11% 비중이다.

TV조선과 JTBC 뉴스보도 비교.
 TV조선과 JTBC 뉴스보도 비교.
ⓒ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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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행적' 의제 설정 차단하는 TV조선

3월 28일, TV조선은 관련 보도를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단 한 건 처리했다. TV조선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행적'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날 보도를 통해 명백히 알 수 있다. 관련 보도를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TV조선은 박근혜 행적이 의제(agenda)화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난 사건은 12꼭지를 내보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보도를 넘어서는 과다한 분량이다. TV조선은 박근혜 행적을 의제화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이를 차단하고 있다.

28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행적 보도 앞 꼭지에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뒤에는 국정교과서 관계자 징계의 부당성을 강조한 보도를 배치했다. 앞 보도는 친정부 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의 잘못을 부각하고, 뒤 두 꼭지는 전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샌드위치 보도를 통해 '박근혜 수사 결과 발표' 보도에 초점이 모이는 걸 차단하기 위한 프라이밍(Priming)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관련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 제기하는 JTBC

JTBC는 28일 당일 첫 꼭지에서 검찰 조사 결과 스트레이트 보도를 냈다. 두 번째 꼭지에서는 참사 당일 학생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언급해 시청자들의 감성을 유도하면서 첫 보고 시각 조작 사실 사실을 내보냈다. 세 번째 꼭지에는 세월호 당일 보고에 관한 박근혜 정부가 허위로 국회 답변서를 제출한 사실을 다뤘다. 네 번째 꼭지는 '골든타임'을 넘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섯 번째 꼭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위증한 인물들을 다뤘다. 마지막 여섯 번째 꼭지는 박근혜 정부가 탄핵심판 당시 제출한 참사 당일 행적 보고서도 허위로 드러난 사실을 다뤘다.

3월 28일자 JTBC 기사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도 '허위''.
 3월 28일자 JTBC 기사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도 '허위''.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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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29일에도 관련 보도 6건을 내보냈다. 첫 번째 꼭지는 참사 당일 행적에 여전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 두 번째 꼭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진술이 허위임을 밝히는 검찰 검증 과정을 다뤘다. 세 번째 꼭지는 최순실 개입 범위에 관한 보도를 냈고, 네 번째 꼭지는 자유한국당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오독한 내용에 대해 다뤘다. 다섯 번째 꼭지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조사를 방해한 이병기, 안종범, 조윤선 전 의원의 추가 기소에 대해 다뤘다. 마지막 6번째 꼭지는 자유한국당 황전원 의원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해 유족들의 저항을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일'에 관한 보도를 이틀 연속 여섯 꼭지를 배치해 이 사안을 명백히 이 시대의 주요 의제로 설정(Agenda-setting) 하고 있다.

JTBC는 '박근혜 행적 검찰 수사 발표'와 관련한 보도를 어떻게 프레이밍 하고 있는가. 28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관련 보도 앞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난 사실을 보도했다. TV조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변이나 리설주 여사에 주목한 것과 달리 JTBC는 한반도 비핵화 여부에 대해 다뤘다. '세월호 참사 당일' 관련 보도 뒤 꼭지에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다뤘고 그 뒤에 'MB 옥중 조사 거부' 사실을 보도했다.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와 MB가 불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하고 있다는 내용을 통해 일관되게 전 정부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9일 보도에서는 '후련하다'고 표현한 관련 사건 증언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청자들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압축했다. 나아가 최순실씨 개입 범위 의혹, 자유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논평하고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사실을 보도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진상 규명' VS. '보수 결집'

JTBC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의혹을 끝까지 추적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연루된 지난 정부 인사들을 거론하고, 전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건 진상 규명을 방해했다는 정황도 보도하고 있다. 여전히 진상 규명이 미완의 과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TV조선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축소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더욱이 관련 사안 앞뒤 보도는 현 정부가 전 정부를 '정권 탄압'한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도록 배치하고 있다. 이런 형식을 통해 TV조선은 지난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층 입맛에 맞는 감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하고 있다. 진상 규명보다 전 정부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프레임이고 프라이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세월호참사, #JTBC, #TV조선, #미디어비평,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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