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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날은 노동자의 날이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고 세상은 절반의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 시각으로 여성은 어디쯤 자리하고 있으며 주부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대학 1학년 때 결혼을 한 친구가 있다. 그녀는 결혼 전에 요리학원까지 다니며 신부수업을 했다. 결혼을 하니 학교는 그만 다니라는 친정 부모 대신 그녀의 대학 학비를 댄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종교생활도 하면서 살기에 정말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녀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병원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남편한테 생활비를 받아서 쓰는 것이 너무 나를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들었어."

그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했던 말은 충격적이었다. 남편이 벌어다준 돈으로 생활한다는 이유만으로 늘 자기는 무위도식하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애 하나 제대로 못 돌보고 도대체 뭘 했어?"

자녀에게 어떤 문제라도 생기면 그 화살은 엄마인 여성에게 돌아온다. 모욕적인 언어폭력과 함께 말이다. 과연 여성들은 가정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대거나, 사회적으로 무가치한 일만 하며 살아왔을까? 자녀 양육의 문제는 여성인 엄마만의 일이고 주부의 가사 노동은 아무것도 아닌 일일까?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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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하의 여성사 특강>(철수와영희)은 여성사와 역사를 연구하는 이임하(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원)가 펴낸 책이다. 저자는 '남성들의 선택적 기억은 여성들에게 지독히도 인색했다'며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신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물으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여성들이 아무 일도 안 한 것이 아니라 단 하루도 일을 쉰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신에 '남성들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역사라고 말해진 모든 곳에서 이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겠지요. 우리도 이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역사'에 질문할 때입니다.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은 반쪽 역사에 해당하는 이들에게는 치유의 과정이고, 온전한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곧 여성사란 한쪽으로 치우친 단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불편하고 또렷하게 보이지 않고 더디지만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치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여성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필요합니다. 저는 즐거운 미래를 계획하는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여성사를 즐겨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머리말 중



강의는 혐오(여성 혐오는 언제부터 일어났는가?), 문명(농업신은 왜 여성이 많은가?), 정치('망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란 뜻은?), 결혼과 가족(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삶이 달라진 때는 언제인가?), 전쟁과 재건('환향녀'는 어떻게 '화냥년'이 되었는가?), 호명(일제강점기에는 왜 '성녀'라는 이름이 많은가?), 규범(금기를 넘어선다는 것은?), 운동(민족 대표 33인에는 왜 여성이 없을까?), 노동(여성들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등 아홉 가지 질문으로 구성됐다.

그렇다. 인간의 삶이 곧 역사이기에 여성의 삶 역시 인류 역사의 절반을 담당해 온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여성들이 하고 있었던 생명을 낳고 기르고 살리고 보호하는 일이 폄훼되고 자본의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세상을 살아왔을 뿐이다.

3.1운동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따위의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신들도 민족의 구성원임을 깨달았습니다.

3.1운동이 일어나기에 앞서 태극기를 준비하고 독립선언서를 인쇄하여 배포하는 일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만세운동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참가하거나 이끌었습니다. 그런데도 '민족 대표 33인에는 여성의 자리가 없었으며, 이는 그 뒤에도 이어졌습니다. -177쪽



과연 여성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일까. 3. 1 만세 운동을 위해 태극기를 만들고 독립선언서를 숨겨 동네동네마다 뿌리고 만세운동을 주도한 여성들이 수없이 많다. 총칼의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만세 행진을 한 기생들도 있다.

5.18민중항쟁 때 여성들은 주먹밥을 만들고 천 피켓을 만들고 목숨을 걸고 가두방송을 하고 도청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다. 그러나 오월 그날의 여성들을 조명하는 시각은 미미하다. 6.10항쟁을 다룬 영화에도 여성들이 앞장서 투쟁했던 기록은 빠져있다.

광우병 쇠고기 사태 촛불을 든 것은 촛불 소녀들로 불린 중고생이었다. 젊은 엄마들은 유모차를 끌고 광장으로 나왔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광화문 광장에 나와 노란 리본을 만들고 서명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반쪽의 역사만 말하고 기억하고 기록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여성과 남성 이라는 양 바퀴로 이어져 왔지만 역사의 기록은 늘 남성들로 채워진 반쪽짜리였던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름이 투명인간화 되었던 역사의 시간들을 이제는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

여성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남성과 다른 역할을 담당하며 절반의 역사를 담당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일과 삶은 결코 남성의 일과 삶보다 못한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올바른 여성사적 시각을 통해 평등하고 민주적인 참가치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 철수와영희/ 이임하/ 13,000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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