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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선남선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주례사를 한 장헌민 목사가 두 사람 손에 손을 얹고 혼인선언을 하고 있다.
 지난 4월28일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선남선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주례사를 한 장헌민 목사가 두 사람 손에 손을 얹고 혼인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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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토요일, 그러니까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다음 날이었다. 역사적이고 뜻깊은 그날의 감동에 아직 젖어있던 즈음이기도 했다. 이천시(시장 조병돈) 서희테마파크에서 열린 야외결혼식에 다녀왔다.

서희테마파크는 고려 성종 때 거란의 소손녕이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공하자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하여 전쟁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강동6주를 회복한 장위공 서희(徐熙.942~998)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서희 선생의 일대기를 서사적으로 엮은 30여 종의 조형 작품과 서희역사관, 전시관, 체험관, 영상관, 추모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야외 결혼식을 시작하기 1시간 전이었다. 햇살은 따스하고 효양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은 알맞게 부드러웠다. 산과 들은 푸른빛으로 점점이 번져가고 있었다. 활짝 핀 철쭉과 영산홍, 노란 애기똥풀꽃과 보랏빛 제비꽃은 곱고 수수한 자태를 선보였다. 봄빛이 완연한 가운데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신랑 박상호(29)씨, 신부 이재윤(26)씨를 만났다. 고향이 이천인 두 사람은 거주지를 다른 도시로 옮기지 않고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고향의 의미 있는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어요. 도리(道理)상 서둘러 다녀가는 곳이 아닌 여유롭게 식사하면서 감사를 전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이왕이면 탁 트인 야외에서 지인과 하객들이 재미있게 만들고 즐기는 작은 축제이기를 바랐고요. 그래서 여러 곳을 둘러봤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 지역의 다양한 명소를 새롭게 알았습니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서희 선생의 일대기를 알았는데 저희에게 좋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서필의 둘째 아들로 이천에서 태어난 서희 선생은 우리 역사상 최고 외교가·협상가로 불린다.

서희테마파크에 있는 조형물. 서희 선생이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짓는 장면
 서희테마파크에 있는 조형물. 서희 선생이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짓는 장면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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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신랑 친구의 사회로 결혼식이 시작됐다. 금청하 선생의 작천분재(이천시 신둔면 소재)가 나란히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신랑에 이어 아버지 손을 잡은 신부가 걸어왔다. 가족과 지역의 지인들도 마음을 모아 재능을 펼쳤다. 이천음악협회 스트링 앙상블의 악기 연주, 장헌민 이천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의 주례, 신랑의 고향친구 친구 승준씨의 힙합 축가, 이천코스모스합창단 지휘자이자 국립합창단 테너 김종갑 선생과 남성단원의 축가, 신부 큰아버지의 축복기도 등이었다.

신랑 박상호 씨 부친 박향수 씨는 분재마다 일일이 리본 장식을 하며 두 사람을 향한 마음을 담았다. 또한 이동준 이천문화원 사무국장은 서희 복장으로 깜짝 등장하여 신부와 신랑에게 서희 선생 메시지를 전했다.

서희 선생은 거란의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평화를 이룩하고 강동6주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강동 6주라 함은 우리가 인생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미개척 땅이다. 모두가 함께 평화를 누리고 함께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나라다. 신랑 신부는 이제부터 미개척의 땅, 강동 6주에 신혼집을 차리고 자녀를 많이 낳을 용의가 있는가?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인생의 역경에 맞서 당당하게 싸울 용기가 있는가? 등이었다.

4월28일,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열린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금청하 선생은 분재로 도움을 줬고 신랑 부친인 박향수 씨는 화분에 리본을 묶으며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4월28일,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에서 열린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금청하 선생은 분재로 도움을 줬고 신랑 부친인 박향수 씨는 화분에 리본을 묶으며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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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랑 신부는 큰소리로 "예" 라고 대답했고 하객들은 큰 웃음과 힘찬 박수로 응원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봄나들이 나온 아이들, 마을 등산객, 상춘객 등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정자와 계단 등에 편히 앉아 작은 축제를 관람했다. 꽃과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고개를 갸웃하던 벌과 나비, 새들은 노래했다.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꽃과 풀잎도 선남선녀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축복했다.

한편 이천시 서희테마파크 축제마당은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장소 이용료는 무료다. 문의는 이천시 산림공원과 공원관리팀으로 하면 된다.


태그:#이천시 서희테마파크, #서희 선생, #의미있는 결혼식, #문화공간, #외교,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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