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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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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동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한다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켰다. 이 사실은 북한 <조선중앙통신>뿐만 아니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에도 그대로 소개됐다.

NLL 지역은 남북이 가장 빈번하게 충돌하고 있는 군사적 격전지다.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필두로 제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이 모두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NLL 지역을 가리켜 한반도의 화약고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NLL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남한이 NLL을 영해선으로 인식해 온 반면 북한은 해상경계선, 군사분계선 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탓이다. 심지어 북한은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북방한계선의 '북'자도 꺼내지 못하게 할 만큼 NLL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공동선언문에 NLL을 명기하고 내부 매체를 통해 관련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달 열릴 예정인 남북군사회담을 지켜봐야겠지만,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자세와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18년, 남북이 합의한 '서해'

남북 정상이 설치하기로 합의한 '서해평화지대'는 여러모로 2007년 10.4 공동선언 당시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서해특별지대)와 닮아있다. 서해평화지대와 서해특별지대는 남북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조성해 이곳을 '평화수역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NLL을 기점으로 남북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 평화정착을 위한 서해특별지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군사적 긴장이 팽배하던 NLL 지역을 남북신뢰 회복과 평화공존을 위한 완충지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었다.

정문헌 전 새누리당 의원.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1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진사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철우, 김기현, 신의진 의원과 함께 들어오고 있는 모습.
 정문헌 전 새누리당 의원.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1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진사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철우, 김기현, 신의진 의원과 함께 들어오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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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해특별지대는 이후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은 경천동지할 내용을 터트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정 의원은 두 정상 간의 단독비밀회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녹취록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의 폭로 이후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인사들이 "정문헌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NLL 의혹'은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고갔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NLL 의혹을 정치쟁점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라며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박근혜 후보 역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NLL과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있다"라며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승리 후에도 집요했던 NLL 문제 제기, 하지만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국정원 댓글사건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자 NLL 문제를 다시 꺼내들며 국면전환에 나선 것이다. NLL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없애고 남북화해와 평화의 교두보로 삼으려던 노 전 대통령의 서해특별지대 구상은 이처럼 새누리당의 정치공세 속에 시쳇말로 누더기가 됐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이 끊임없이 제기했던 NLL 의혹은 실체없는 악의적 정치공세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정 의원이 정치생명까지 걸면서 폭로했던 남북정상 사이의 비밀회담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았다(의혹 제기 3일 뒤 정문헌 의원은 '녹취록이 있다'는 입장에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이 말한 대화록이 그 대화록'이라면서 입장을 바꿨다. 관련 기사 : 노무현-김정일 녹취록 있다더니... 말 바꾼 정문헌).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대화록에도 노 전 대통령이 말했다는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당시 NLL 공세에 앞장섰던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훗날 "노 대통령은 포기라는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으셨다, 그것(NLL 포기)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되레 시간이 가면서 NLL 의혹을 '기획된 정치공작'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선 당시 선대위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한국당 의원과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이 대화록을 불법 입수해 정치공세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2013년 6월 2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대화록을 다 입수해 쭉 읽어봤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쭈욱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기자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도 기사화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1급기밀인 대화록을 불법 입수해 유세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뒤따랐다.

지난 2013년 6월 26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주중 대사가 작년 12월 10일 대선을 앞두고, 집권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했다"며 권 전 실장의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3년 6월 26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주중 대사가 작년 12월 10일 대선을 앞두고, 집권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까겠다고 말했다"며 권 전 실장의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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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대사 역시 2012년 12월 10일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NLL 관련 얘기를 해야 하는데, NLL  대화록, 대화록 있잖아요. 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것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이고, 도 아니면 모고 할 때 아니면 못 까지.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이니까. 그래서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말한 녹취록이 박범계 의원에 의해 공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서 1급기밀이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당시 새누리당 캠프에 불법적으로 유출됐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2014년 6월 9일 대화록 유출 의혹을 받았던 김 의원과 권 전 대사 등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이 "정보지 내용을 토대로 유세에 활용한 것"(김 의원), "대화록을 불법 열람한 사실이 없다"(권 전 대사)는 당시 여당 핵심 실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무혐의 처리는 법조계는 물론이고 야당과 범시민사회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의 부실·축소 수사 의혹이 여러 차례 있어온 데다가, 대화록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나오기 힘든 구체적 내용들이 두 사람의 입을 통해 공개된 탓이다.

NLL 의혹과 관련해, 문정인 문재인 정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012년 11월 10일 치 <시사IN> 제269호에서 "'10.4 남북 공동선언문' 5항이 명시하고 있듯, 노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라는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고, NLL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이를 'NLL 포기'라고 왜곡, 폄하하는 것은 이 지역을 영원히 분쟁지역으로 남겨두고 북한과 대립구도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성토한 바 있다. NLL 의혹이 서해특별지대를 왜곡하기 위한 정치공세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NLL 대화록 유출사건'은 검찰 수사에도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월 9일 검찰은 유출 피의자였던 김태효 MB 정부 대외전략기획관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기 때문이다.

'NLL 포기'라며 날조했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나

공개된 대화록을 살펴보면, 서해특별지대는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높은 NLL 문제를 군사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는 것이 드러난다. 노 전 대통령은 서해특별지대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게 되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군사적 긴장관계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해특별지대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07년의 서해특별지대와 2018년의 서해평화지대는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모두 남북의 평화와 공존,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선택이자 도전이다. 그러나 주지한 것처럼 서해특별지대는 새누리당이 제기한 NLL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은 철저하게 왜곡당했다.

보수세력에게 서해특별지대가 'NLL 포기'라면, 서해평화지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사달이 났어도 진작에 사달이 났어야 함에도 꿀 먹은 듯 잠잠하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한국당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서해특별지대를 'NLL 포기'라고 날조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거짓과 조작으로 노 전 대통령을 음해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숨은 건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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