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미니 6집 < Time for the moon night > 표지

여자친구의 미니 6집 < Time for the moon night > 표지 ⓒ 쏘스뮤직


4월 30일 공개된 미니 6집 < Time for the moon light >는 어느덧 데뷔 4년차를 맞은 여자친구의 변화를 보여준다.

가장 큰 달라짐은 그동안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 등 팀의 모든 인기곡을 담당했던 이기용배 대신 노주환-이원종이라는 새로운 작곡진의 전면 등장이다. 

'밤(Time for the moon night)', 발라드 'Bye'와 인트로 연주곡 등 총 3개의 트랙을 담당하면서 새 음반 제작의 핵심 역할을 이 두 사람이 맡았다. 한주전 컴백한 러블리즈에 이어 여자친구 역시 작곡진 교체라는 모험을 단행한 것이다.

물론 기존 이기용배와 여자친구의 인연은 수록곡 '틱틱(Tik Tik)'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타이틀 곡 작곡팀의 교체는 그룹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화이기 때문에 신작 < Time for the moon light >를 더욱 관심 깊은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역동성과 담백함의 공존

 새 음반 < Time for the moon night >을 발표한 여자친구

새 음반 < Time for the moon night >을 발표한 여자친구 ⓒ 오마이뉴스


기존 여자친구의 머리곡이라면 현란한 신시사이저 혹은 일렉트릭 기타 소리 + 큰 울림을 만드는 전자 드럼 등이 어울어져 박진감 있는 비트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 좋은 예가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 '핑거팁'이었다.

이에 반해 '밤 (Time for the moon night)'은 최근 발표된 아이돌 그룹의 활동곡 중에선 보기 드물게 가급적 신시사이저를 배제하고 피아노 + 스트링(바이올린-비올라-첼로) 등 어쿠스틱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곡이다.

반면 전자 드럼 소리는 상대적으로 톤을 낮추면서 한발 물러선 입장에서 노래를 뒷받침 한다.

덕분에 이 곡에선 기존 곡들에선 볼 수 없었던 어쿠스틱 악기 특유의 담백함이 묻어난다. 반면 현악기 협연이 만들어내는 장엄함이 함께 녹아들면서 여자친구만의 역동적인 안무에도 새로운 힘이 추가됨을 느낄 수 있다.

그간 'Trust', '그루잠' 등 서정성 짙은 여자친구의 수록곡을 담당하기도 했던 노주환+이원종은 지난해 또 다른 그룹 이달의 소녀 1/3의 '알 수없는 비밀(Sonatine)'에선 아예 드럼과 베이스를 완전해 배제하고 현악기와 피아노 및 아코디온만으로 반주를 구성할 만큼 어쿠스틱 기반의 파격적인 편곡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자친구 - '밤 (Time for the moon night)'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Oyf5o1zWMd0

뿐만 아니라 곡의 구조도 변화가 있었다.

흔히 전주 - A 내지 B파트 - 후렴구 - 간주 식의 구성으로 시작하는데 반해 `밤 (Time for the moon night)`에선 마이너 음계 구성의 후렴구 부분(D#m - C# - B - F# - G#m - D#m - F# - A#7)을 곡의 전주보다 먼저 배치하면서 듣는 이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처음 이 곡을 들은 일부 음악팬들이 어색함 또는 낯선 느낌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는 마이너 전개의 후렴구 vs 조바꿈이 이뤄진 메이저 풍으로 진행되는 A파트의 상반된 구성에서 오는 생소함이 영향을 준 듯 하다.

고음역대 후렴구를 도맡은 유주의 비중이 여전히 크지만 곡의 시작을 알리는 은하를 비롯해 신비, 엄지, 신비, 예린 등 멤버들의 고른 활용을 통해 여자친구라는 일체감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 역시 이번 신곡이 주는 미덕 중 하나다.

이밖에 유명 작곡가 라이언 전이 힘을 더해준 'Love Bug', 수록곡 중 록 음악의 분위기를 가장 강하게 녹인 '휘리휘리' 등을 통해선 여자친구의 음악적인 성장도 감지할 수 있다.

여자친구 고유의 정서는 그대로 유지

 최근 새 음반 < Time for the moon night >을 발표한 여자친구

최근 새 음반 < Time for the moon night >을 발표한 여자친구 ⓒ 쏘스뮤직


노래의 구성과 소리는 다소 달라졌지만 여자친구 특유의 정서 만큼은 큰 변화가 느껴지진 않는다. 가슴 속 한 켠을 때론 울컥하게, 때론 찡하게 만들었던 '시간을 달려서' 속 소녀의 마음은 신곡 '밤'에서도 여전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의 팬이 아닌 분들도 이 곡을 들어보면  이번 신작에 대해 멤버들이 "격정, 아련"이라고 말했던 이유를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그릇은 달라졌지만  더욱 사람들의 입맛을 돋구는 고급 요리의 업그레이드처럼 4년차를 맞은 여자친구의 음악 역시 한층 성숙함을 키우며 어느새 4년이라는 중간 지점에 도달했다.

대중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은 빼어난 음악과 컨셉트, 화려한 안무를 통해 이른바 "중소기획사의 기적"을 만들어낸 지난 3년의 시간은 단순히 운이 아닌, 노력의 결실이었다.

변화와 유지라는 상반됨이 공존하는 새 음반 < Time for the moon night >는 이들 6인조에겐 반환점이면서 새로운 시작이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여자친구 케이팝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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