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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17일, 2018 퀴어여성게임즈(2018 Queer Women Games)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가 개최된다. 2017년 동대문구체육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동대문구가 대관을 취소하여 한 차례 연기되었던 자리이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퀴어여성게임즈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여성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여성 성소수자에게 있어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 스포츠에 있어 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 기자 말

 인라인스케이트팀 연습 날
 인라인스케이트팀 연습 날
ⓒ 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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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전 기사]
① "남자애가 왜 이렇게 운동을 못 하냐"고?
② "선수 말고 매니저나 해" 거 참, 여자도 운동 좀 합시다

여성성소수자들에게 운동은 몸에 대한 편견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단지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어 찾아간 헬스장에서 묻지도 않고 체중을 줄이는 운동만 강요할 때, 멋진 어깨와 탄탄한 몸을 원하는데도 "여자는 근육이 크면 보기 안 좋다"며 러닝머신만 뛰게 할 때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운동하는 일은 포기하기 쉽다.

나에게 어떤 몸과 운동방식이 적절한지 미리 재단당하지 않고 편견 없는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건강한 몸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지난 4월 21일, 2018퀴어여성게임즈 기획단이자 현직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꼬(활동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자라고 남자보다 짧은 운동복을... 정말 싫더라"

- 한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고 들었어. 트레이너로 일하게 된 계기가 있어?
"대학가기 전까지 선수 생활을 했어.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해서 선택한 진로였는데, 운동을 즐겁게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 때까지는 성적이 정말 좋았어. 근데 선수들한테 주어지는 강압적인 훈련방식이 나한테 맞지 않았던 것 같아. 언젠가부터 즐기는 게 없어지고 이게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 힘들어졌어.

그래서 자격증을 따서 트레이너 일을 시작했지. 무엇보다 내가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운동을 가르쳐주는 일이 나한테 정말 잘 맞고 재미있어. 출근하면서 일하기 싫었던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아. 훈련이 힘들기는 했지만 선수 때 했던 운동이 지금 하는 일의 기본기가 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

- 선수생활 하면서 운동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어?
"힘들다기보다 더 편했던 부분도 있는데, 내 경우엔 운동부면 여학생도 치마교복을 안 입어도 됐거든. 그때는 머리도 상고머리 아니면 혼이 날 정도였으니까. 운동할 때는 여자라고 예외가 없었는데, 나는 이런 점이 내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해. 남자 여자 똑같이 대우받는 것. 그래서 혼이 나도 똑같이 나고 얼차려도 똑같이 받았지(하하).

하나 싫었던 건, 여자라고 남자보다 더 짧은 경기복을 입어야 했던 거. 이건 정말 싫었어. 외모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수 생활 끝내고 나서 조금 더 신경이 쓰였지. 쟤는 선수가 아닌데도 왜 머리를 계속 짧게 하고 다니는지 사람들이 물어볼까봐 한동안 마음대로 못하고 다녔던 거 같아. 근데 이제는 '나는 나다'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어. 남들이 내 외모에 대해서 여성스럽게 해라 화장해라 이러는 게 지금은 그냥 '뭔 난리인가' 싶은 마음."

-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강습하는 방식이나 원칙이 있다면?
"나는 남자회원이든 여자회원이든 중량만 다를 뿐 운동자체는 다 똑같이 시켜. 이 사람들이 운동하면서 중량을 점차 늘려나가는 즐거움이나 자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길 바라. 내가 여자선생이라고 여자회원이 많기도 한데, 이분들이 굳이 안 해도 될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거든. 나는 그 분들한테 좋은 운동을 알려주고 자기 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고 싶어.

'지금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굳이 다이어트해서 몸을 예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먹는 것도 그렇게 조금씩 먹지 않아도 된다. 근력운동을 하면서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줘라.' 이렇게 내가 잔소리하듯이 매일 말하는데, 결국 그 사람들이 조금씩 변할 때 나도 즐거운 게 있어.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힘든 운동을 이 사람이 결국 해냈을 때 되게 기분이 좋아.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많아서 페미니스트 트레이너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지만, 언젠간 좀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헬스장이 '남자냐, 여자냐' 따지지 않는, 친근한 공간 되길

 퀴어 스포츠팀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퀴어 스포츠팀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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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퀴어여성 인라인스케이트팀을 만들었는데, 너 빼고는 인라인을 정말 잘 못타는 사람들이잖아. 어떻게 그런 팀을 만들자고 결심을 했어? 
"솔직히 나한테 도전이기도 했지. 퀴어 운동모임을 되게 하고 싶었어. 팀원들이 잘 일어서지도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어. 왜냐면 같이하면 되니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걸 알려주고 어느 정도 만들어놓으면 실력이 느니까 그 다음부터는 서로 봐줄 수 있잖아. 요즘에 주변에서 자꾸 우리 팀원들 못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 물론 지금보다 더 잘 하려면 더 많이 열심히 해야 되고 운동에 맞는 근력운동도 더 해야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

- 앞으로도 계속 운동하면서 살게 될까? 트레이너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나는 운동을 안 했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아.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운동하면서 살 거야. 지금 당장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싶고, 나중에는 먹고살 수 있는 만큼만 벌면서 퀴어들이 좀 더 편하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더 좋은 운동 알려주고 같이하고 싶어.

나만 해도 헬스장 가서 중량 많이 든다고 남자냐 여자냐 따지고 드는데, 그런 불편한 시선을 주지 않는 곳이 있었으면 해. 언제쯤이면 더 많은 퀴어들과 같이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을까, 더 친근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게 고민이야."

- 마지막으로, 너처럼 운동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잘하는 종목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퀴어여성게임즈에 오라고 해도, 참여를 좀 망설일 수 있잖아. 
"망설이고 있다는 건 하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복잡하게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 체육대회에 와서 운동하는 퀴어들의 에너지를 좀 느끼고 자신감이 생겼으면 해. 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도 저렇게 잘해보고 싶다 생각할 수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거든 '어 쟤도 하네, 나도 해봐야지' 이렇게 느끼면 좋겠어. 그러다 농구든, 풋살이든, 인라인이든 원하는 팀에 들어갈 수도 있잖아. 너무 많은 기회가 열려있는 공간이야. 성소수자라고 체육관 하나 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게 체육대회가 열리는데, 한 번 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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