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희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우 심희섭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심희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우 심희섭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뽀빠이 살려주세요." 
"주검 죽으면 안 돼!" 

OCN <작은 신의 아이들> 애청자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내내 뽀빠이, 주하민 검사가 죽을까 걱정하다 칼을 맞고 쓰러진 그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쓴 이들은, 주 검사가 살아 슈퍼주인이 된 모습을 보고서야 표정을 풀었다. '그래, 뽀빠이가 살았으니 됐어...'

<시그널> 이재한(조진웅 분) 형사 이후, 이렇게 많은 시청자들이 간절히 '살아만 달라' 바란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다. 시청자들의 동정과 사랑을 듬뿍 받은 <작은 신의 아이들> 주하민을 연기한 배우 심희섭을 만났다.

주하민은 겉으로 보기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모범답안형 검사지만, 실상은 대형 이단 교회 목사인 왕 목사(장광 분), 재벌 총수인 백 회장(이효정 분), 유력 대통령 후보 국한주(이재용 분) 등 악인 3인방에 협력하며 각종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주하민의 학대 받은 어린 시절과, 24년 전 집단 변사 사건의 목격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시청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그저 슈퍼 주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소년이 살아남기 위해 택할 수밖에 없었던 단 하나의 선택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삶과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온전히 버리지도, 온전히 지키지도 못하는 주하민의 고통에 시청자들은 연민을 느낀 것이다. 

"(좋은 반응에) 얼떨떨해요.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죠. 시작할 때는 이런 반응을 상상도 못 했거든요.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분들이 주하민의 불행한 삶을 함께 안타까워해주신 것 같아요." 

<변호인> 윤중위, <역적> 길현, <작신아> 주하민의 공통점

영화 <변호인>의 내부고발자 윤 중위, 드라마 <역적>의 길현, <작은 신의 아이들>의 주하민. 심희섭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늘 자신을 억누르고 강요받은 길을 선택하지만, 최후의 갈림길에서는 스스로 선을 택한다는 점이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그저 '흔들린'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흔들리는 와중에 많은 악행을 저지른 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죽음을 예상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여러 드라마에서 그처럼 많은 죄를 저지르고 후회하는 캐릭터들이, 속죄할 기회도 없이 죽음을 맞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살았다. 천재인(강지환 분)은 극 중 권력과 악의 정점에 있던 이들이, 자신들을 배신한 주하민을 살려두지 않을 것을 짐작했고, 주하민의 죽음을 조작해 새 삶을 준 것이다. 심희섭은 이런 '반전' 결말에 대해 "끝까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연기하면서도 16부 대본을 볼 때까지 결말을 모르겠더라고요. 15부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될 거라셨는데... 봐도 모르겠던데요? 극 중 대사 중에 '궁금하면 또 봐요'란 말이 있었는데, 작가님이 끝까지 보게 만들려고 작정하셨구나 싶고. 하하하. 

죽거나, 살아서 죗값을 치르거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정도는 예상했어요. 살아남은 것도 중요하지만, 천재인이 살려줬다는 게 의미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캐릭터인데 살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웃음)" 

"배우로서 야망 큰 사람 아니다"

배우 심희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우 심희섭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심희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우 심희섭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심희섭은 실제 본인의 성격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 "직업병인 것 같다"고 했다. 늘 여러 캐릭터를 오가며 새로운 인물과 그 삶에 젖어 있다 보니 실제 자신의 모습이 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외향적이지 않은 건 맞는 것 같아요. 나서는 성격도 아니고 엄청 활발하지도 않거든요. 고등학교 때 연극을 보고 처음 깨달았던 것 같아요. 나도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 무대는 일상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여러 감정을 표출해도 되는 공간이었던 거죠. 연극영화과를 택할 때까지만 해도 '배우가 되고 말겠다'는 명확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연습하고 공연 올리고 하는 과정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더라고요." 

2013년에 데뷔해 바로 <변호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작은 신의 아이들>로 주연배우가 됐다. 딱 5년. 빠른 성장세지만, 그는 "나는 배우로서의 야망이 큰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죠. 하지만 스타가 되고 싶다거나,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미래가 불안했던 시기도 있었고, 여전히 계속 연기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은 없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끝까지 버틸 자신은 있었거든요." 

"길게 가는 배우 되고 싶다"

배우 심희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우 심희섭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심희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배우 심희섭이 2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래서 심희섭의 롤모델은 한류스타나 천만배우가 아닌, '평생 배우로 사신 선배님들'이다. 심희섭은 유독 선배운이 좋은 배우이기도 한데, <변호인>의 송강호, <역적>의 김상중, 김병옥, 박준규, 그리고 <작은 신의 아이들> 장광, 이효정, 이재용 등과 호흡을 맞췄다.

"이재용 선배님과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제 캐릭터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마지막에 제가 선배님께 청산가리를 건네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목을 조를 테니까 너는 나를 잡고 분노를 표출하라'고 디테일하게 조언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죠. 선배님이 도움을 주신 신들은 정말 다 잘 나오더라고요. 

다른 선배님들도 너무 편하게 해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노숙자 어벤져스 선배님들이나, 형사 역할하신 선배님들... 덕분에 너무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제 역할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써주신 작가님, 감정 조절을 도와주신 감독님,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 선배님들 덕분이에요."

심희섭은 주하민에 대해 "너무 불쌍하고 불행한 그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떡볶이라도 사주고 싶다"면서 "유독 여운이 남는 캐릭터"라고 했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주하민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도, 꼭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말이다. 

"아직은 완전히 주하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여운이 길어지고 짙어질 것 같아요. 절대로 잊지 못할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심희섭 주하민 뽀빠이 작은 신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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