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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무노조 경영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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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5월 1일 노동절 128주년이다. 128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권리는 아직 안녕하지 못하다. 노동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간 선두에 경제 권력, 바로 삼성그룹이 있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월 30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이 가리킨 곳은 삼성이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문이 열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대전환이 이뤄지게 되면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냉전적 사고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 내부의 냉전 질서인 '80년 삼성 무노조 전략' 청산과 노사 관계의 개혁을 촉구한다."

심 의원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냉전 체제에 비유했다. 지난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처럼 과거 삼성의 부당노동행위 역사를 청산하고 '우리 안의 냉전 체제'를 종식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에게 삼성은 그냥 기업이 아니다. 삼성이 바뀌어야 대한민국 노동도 바뀐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삼성 무노조 청산 촉구 국회결의안 기자회견'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삼성 바뀌어야 대한민국 노동도 바뀐다"

삼성그룹(자료사진)
 삼성그룹(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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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올해 다스(DAS) 소송비 대납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6000여 건이 넘는 삼성의 노조파괴 문서 그리고 경총의 부당노동행위 조력 등 헌법을 유린한 무노조 경영의 전방위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라면서 ▲ 삼성그룹의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체제 청산 ▲ 무노조 경영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 ▲ 그룹 차원의 노조 인정과 민주적인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촉구했다.

- 기자회견의 취지는 무엇이었나.
"노동절을 앞두고 정치권이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삼성은 그냥 기업이 아니지 않나. 노동자들에게도 삼성이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이다. 뜻에 동참한 의원들 서명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청산과 노사관계 개혁 촉구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노웅래·박광온·박용진·박홍근·송옥주·신창현·심기준·안규백·오영훈·원혜영·유승희·이용득·이철희·임종성·제윤경·조승래·진선미·표창원 의원(20명),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1명), 바른미래당 박선숙·장정숙·채이배 의원(3명), 민주평화당 정동영·천정배·이용주 의원(3명), 정의당 김종대·노회찬·심상정·윤소하·이정미·추혜선 의원(6명), 민중당 김종훈 의원(1명)으로 총 34명이다.

- 왜 삼성인가.
"삼성이 바뀌어야 대한민국 노동도 바뀐다. 삼성은 80년 동안 노조 설립을 번번이 깨뜨리고 노동자를 감시하고 미행하며 돈으로 회유하고 협박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당하고, 목숨까지 잃은 비극적인 사건들도 겪었다. 무노조 경영은 단지 법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심 의원은 지난 2013년 10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가 조직적으로 노조를 와해하려 했던 정황이 포함된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언론에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근 다시 시작됐는데.
"내가 이미 2013년 폭로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통해 실체가 드러났지만, 노동부와 검찰 수사는 꼬리만 자르고 말았다. 기회를 한 번 놓친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삼성의 헌법 유린행위에 눈감아 왔고, 방조해온 책임이 크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 국회도 책임을 통감하며 삼성의 결단을 촉구한다."

지난 3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삼성간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던 도중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 6000여 건을 새로이 확보하면서 삼성의 노조 파괴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26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경총이 삼성의 노조 탄압에 발을 맞춰온 정황도 발견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한 본격 소환 조사에 들어간다.

-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이번엔 검찰 수사가 잘 될까.
"안 하면 안 되지 않겠나. 6000건이나 세상에 나왔는데 검찰이 무슨 재주로 은폐하겠나. 다 같이 지켜보자."

"헌법 위 80년 군림한 삼성... 이재용이 직접 삼성 무노조 경영 청산 선언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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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검찰 재수사가 시작된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7일 하청업체 노동자 8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발표했다. 노조활동 보장도 약속했다.

- 논란이 일자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늦었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소에 그랬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지금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눈 앞에 와있지 않나.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모두가 피의자 신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때에 노조 인정과 비정규직 전환을 얘기하니까 이게 또 면피용, 일회용,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삼성은 1938년 삼성상회를 시작으로 8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현재 삼성의 비약적인 성장 이면에 노조 와해 전략이 있었던 것이 드러나고 있다. 80년 세월 동안 삼성은 치외법권을 자처하며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부정은 암이고 부정이 있으면 반드시 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은 정반대였다. 부정으로 암을 키웠다. 삼성그룹은 이제 80년의 무노조 경영을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공식 선언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선언해야 한다."

- 한국 지엠(GM) 문제 등 다른 노동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국회에서 뭘 하려고 해도 상임위가 열려야 뭘 하지 않겠나. 답답하다. 지난번 실사 결과도 아직 보고 못 받고 있고... 지엠 문제도 엄격하게 점검하고 평가해야 하는데 진행을 못하고 있다."

- 2월에는 5년 만에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됐다. 어떻게 봤나.
"특례업종이 여전히 몇 군데 남아있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노사정이 합의해 확정한 상태다. 여기서부터 또 시작해서 노동자가 만족할 수 있는 더 높은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태그:#심상정, #삼성, #노조, #이재용,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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