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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겠다. 자존심이 상한다. 내가 촬영한 사진이 없어서도 자존심이 상한다. 그뿐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 없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얼음왕국이 된 설악산'이란 제목을 선점 당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자존심이 상한다.

일본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겨울과 관련해 눈의 나라를 의미하는 '설국(雪國)'을 썼고 바로 이 소설이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줬다. 그런데 눈의 나라도 겨울왕국도 아닌 '얼음왕국이 된 설악산'이란 정말 기막힌 제목을 뽑아 설악산과 자연이 연출한 경이로운 풍경을 간단하면서도 기막히게 표현하다니 시를 쓴다는 입장에서 진실로 크게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이토록 아주 대단하고 특별한 광경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 고향, 그리고 1년이면 수십 차례 오르는 대청봉과 자연이 연출한 대단한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자존심 접어두고 소개한다.

몇 년 전에도 대청봉 등산을 예정했으나 오르기 전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 내려와 "오늘 올리신 사진 좀 사용해 글을 쓰겠습니다"라고 허락을 구하려 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설악산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중청대피소에서는 설악동에 있는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홍보팀에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물론 연락했고, "공개된 사진은 편하게 사용하셔도 됩니다"란 대답을 들었기에 이번엔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공개된 사진 몇 장을 출처만 밝히고 사용한다.

대청봉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의 4월인가 싶을 정도로 22일 저녁부터 24일 오전까지 내린 비가 얼어 설화는 고사하고 빙화도 아닌 고드름과 얼음의 결정이 바위에 특이한 광경을 연출했다. 중청대피소에서 측량했을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떨어진 환경에서 자연이 연출한 또 다른 풍경이다.
▲ 대청봉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의 4월인가 싶을 정도로 22일 저녁부터 24일 오전까지 내린 비가 얼어 설화는 고사하고 빙화도 아닌 고드름과 얼음의 결정이 바위에 특이한 광경을 연출했다. 중청대피소에서 측량했을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떨어진 환경에서 자연이 연출한 또 다른 풍경이다.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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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의 페이스북 계정엔 4월 22일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개기 시작한 24일 '얼음왕국이 된 설악산'이란 제목으로 7장의 사진이 소개됐다. 양양군 서면 오색리 지역에 속한 대청봉과 중청봉의 남쪽 방향을 촬영한 사진에서는 바위와 나무, 길 모두 고드름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말 그대로 '얼음왕국'을 실감나게 한다.

설악산은 양양군과 속초시, 인제군이 대청봉을 기점으로 하여 경계를 이룬다. 여기에서 화채봉에서 대청봉을 거쳐 중청봉과 끝청봉, 한계령삼거리에서 한계령 44번 국도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과 설악산맥의 주능선 남동쪽 방향은 양양군에 속한다. 속초시는 화채봉에서 대청봉을 거쳐 희운각에서 공룡능선으로 이어지는 북동방향을 고성군과 울산바위에서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나누어 경계를 이루며, 나머지 서쪽 구간을 인제군이 남북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다.

설악산은 황철봉에서 마등령을 거쳐 공룡능선을 빚어놓고 무내미고개에서 솟구쳐 오른다. 대청봉에서 한 번 서쪽으로 몸을 튼 백두대간은 중청봉에서 끝청봉으로 나간 뒤 한계삼거리까지 비교적 완만한 능선으로, 북으로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선, 남쪽으로 남설악 오색지역의 점봉산과 만물상을 조망하며 귀떼기청봉 직전에서 다시 남쪽방향으로 크게 몸을 틀어 나간다.

한계령에서 점봉산을 거쳐 이제는 동쪽으로 다시 한껏 휘어 돌아 북암령을 기점으로 조침령과 구룡령으로 이어진다. 이 능선이 우리의 국토를 동서로 가르기도 하지만 굳건하게 몸을 지탱하는 등뼈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해당되는 구간이다. 백두산이 머리라면, 금강산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몸의 온갖 장기를 다 품고 보호하는 등뼈와 갈비뼈 부분이 아니겠는가.

이 구간의 상당 부분을 양양군의 강현면과 서면이 자리하고 있으며, 속초시와 인제군의 경계를 이루고, 구룡령에서는 홍청군과 경계를 이룬다. 동쪽에 위치한 양양군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양성 기후조건으로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지녀 남쪽지방과 큰 차이 없는 계절을 나타내지만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지를 형성한 덕에 5월로 접어들고도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어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분비나무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일대의 비가 얼어붙은 현상은 4월 20일 무렵 연초록의 새순을 내밀 분비나무까지 꽁꽁 얼렸다. 이런 혹독함을 이겨내며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었을지 알 수 없는 나무의 놀라운 생명력이 이 현상 앞에서 비로소 경이로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 분비나무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일대의 비가 얼어붙은 현상은 4월 20일 무렵 연초록의 새순을 내밀 분비나무까지 꽁꽁 얼렸다. 이런 혹독함을 이겨내며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었을지 알 수 없는 나무의 놀라운 생명력이 이 현상 앞에서 비로소 경이로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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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일원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정상부에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은 물론이고 한 달 뒤엔 은방울꽃과 세잎종덩굴, 범의꼬리풀을 비롯해 온갖 고산식물들이 꽃을 피워낼 지표면까지 얼음이 뒤덮였다.
▲ 대청봉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일원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정상부에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은 물론이고 한 달 뒤엔 은방울꽃과 세잎종덩굴, 범의꼬리풀을 비롯해 온갖 고산식물들이 꽃을 피워낼 지표면까지 얼음이 뒤덮였다.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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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 봄철 산불조심강조기간이라 입산이 통제된 대청봉 일원에 대해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공개한 사진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비가 70mm 이상 내리는 날씨라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더라도 굵은 알갱이의 진눈깨비가 빙점(氷點) 수준에서 내린다. 체감온도 영하 15도가 넘었을 영하 4도 이하의 기온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현상인 조건에서 폭우가 내린 뒤에야 얼었기에 발생한 자연현상이다.

빙점 이하의 기온에서는 대체로 오색마을 일원 정도는 영상의 날씨기에 비가 내리고 그 보다 지대가 높은 마을 주변의 산들도 모두 눈이 내려야 정상이다. 대청봉은 말 할 것도 없이 일반적으로 비의 열 배에 해당되는, 그러니까 10mm의 비는 종종 100mm의 눈이 내리는 조건에 맞추면 700mm에 이르는 많은 눈이 내려야 될 상황이다.

더구나 기온을 측정하는 장소가 대청봉 정상이 아니다. 조만간 대폭 규모를 축소해 긴급을 요하는 조건에서 극히 일부의 대피객만 수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순수한 대피소만 새로 유지할 중청대피소에서 계측된 기온이다. 대청보과는 거리상으로 600여 미터, 표고차도 100여 미터 가까이 되는 중청대피소 앞이 영하 4.1도라면 대청봉은 이보다 더 낮은 영하 5도 이하일 수 있는 조건이다.

대청봉 설악산을 찾는 이들의 안전산행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연과 사람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한 케블라 섬유로 짠 굵은 로프로 만든 가이드라인에도 이렇게 고드름이 얼은 광경은 처음으로 본다. 물론 한 달 귀 움을 틔울 준비를 한 자작나무의 여린 가지에도 고드름이 굵게 매달렸다. 일반적으로 가지 끝에 1개의 고드름이 달리고, 케블라 섬유로 짠 로프로 만든 가이드라인엔 고드름이 달리는 광경은 목격하기도 어렵다.
▲ 대청봉 설악산을 찾는 이들의 안전산행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연과 사람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한 케블라 섬유로 짠 굵은 로프로 만든 가이드라인에도 이렇게 고드름이 얼은 광경은 처음으로 본다. 물론 한 달 귀 움을 틔울 준비를 한 자작나무의 여린 가지에도 고드름이 굵게 매달렸다. 일반적으로 가지 끝에 1개의 고드름이 달리고, 케블라 섬유로 짠 로프로 만든 가이드라인엔 고드름이 달리는 광경은 목격하기도 어렵다.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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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을 오른 사람은 안다. 이곳의 나무들이 얼마나 키가 작고 또 여린 가지를 지녔는지를 말이다. 그런 마무를 엄청난 양의 얼음이 얼어붙었는데 정말 저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 대청봉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을 오른 사람은 안다. 이곳의 나무들이 얼마나 키가 작고 또 여린 가지를 지녔는지를 말이다. 그런 마무를 엄청난 양의 얼음이 얼어붙었는데 정말 저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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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러함에도 불가사의한 현상을 종종 보여준다.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게 자연이다. 5월 하순이나 9월 말에 눈이 내리는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한겨울과 같은 조건에서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현상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대청봉 정상 일대에서 직접 이 광경을 확인했다면 그야말로 기이한 자연현상에 숨조차 멎었을 일이다. 비구름이 미쳐 눈으로 변하기 전 곧장 지상에 내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대 사건이 설악산에서 이번에 발생했고, 입산금지기간이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공개한 사진으로 만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대청봉의 이정표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 표지석에서 오색마을이 굽어보이는 방향에 세워진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이다. 왼쪽 방향으로는 5.0km 공원입구(오색), 오른쪽으로는 위로부터 중청대피소 0.6km, 비선대 8.0km, 백담사 12.9km가 표기된 글씨까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표면까지 얼음이 뒤덮였고, 고드름의 결정 자체도 간격이 어떻게 저토록 빈틈없이 촘촘할까 싶다.
▲ 대청봉의 이정표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 표지석에서 오색마을이 굽어보이는 방향에 세워진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이다. 왼쪽 방향으로는 5.0km 공원입구(오색), 오른쪽으로는 위로부터 중청대피소 0.6km, 비선대 8.0km, 백담사 12.9km가 표기된 글씨까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표면까지 얼음이 뒤덮였고, 고드름의 결정 자체도 간격이 어떻게 저토록 빈틈없이 촘촘할까 싶다.
ⓒ 설악산국립공원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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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렇게 사진을 공개한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고마움을 표하며 더불어 나누고자 이 소식을 전한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지난해 5월 24일에 촬영한 대청봉과 끝청봉에서 바라본 대청봉 풍경이다.

대청봉 표지석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많은 이들이 정상부에서 일출을 맞거나 혼잡하기 때문에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정상부의 돌들을 이용해 토사의 유실도 막고 탐방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일정한 구간을 손보았다.
▲ 대청봉 표지석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많은 이들이 정상부에서 일출을 맞거나 혼잡하기 때문에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정상부의 돌들을 이용해 토사의 유실도 막고 탐방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일정한 구간을 손보았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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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봉에서 대청봉을 중청봉에서 벗어나 끝청봉 직전에서 뒤돌아보며 촬영한 사진이다.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서야 진달래가 피어 있다. 불과 8일 전인 5월 16일 전만 하더라도 정상부엔 정말 봄인가 싶을 정도였다. 짧은 기간에 봄이 시작되고 곧장 여름으로 넘어가며 가을이 시작되는 곳이 설악산의 정상부다.
▲ 끝청봉에서 대청봉을 중청봉에서 벗어나 끝청봉 직전에서 뒤돌아보며 촬영한 사진이다.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서야 진달래가 피어 있다. 불과 8일 전인 5월 16일 전만 하더라도 정상부엔 정말 봄인가 싶을 정도였다. 짧은 기간에 봄이 시작되고 곧장 여름으로 넘어가며 가을이 시작되는 곳이 설악산의 정상부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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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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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움은 아니다. 한계령 바람같은 자유를 늘 꿈꾸며 살아가며, 광장에서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고 시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