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투수 김건태

NC 다이노스 투수 김건태 ⓒ NC 다이노스


NC가 삼성을 제물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며 긴 부진을 털어 낼 발판을 마련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끌고 있는 NC다이노스는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5-2로 승리했다. 화요일 패배 후 수, 목요일 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만든 NC는 LG트윈스에게 스윕을 당한 7위 넥센 히어로즈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했다(12승 16패).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회 무사1, 2루 기회에서 우중간 적시타를 때린 최준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김성욱이 3안타, 나성범이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마운드에서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조금 낯선 이름의 투수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아직 많은 야구팬들에겐 김정훈이라는 개명 전 이름으로 더 익숙한 9년 차 우완 김건태가 그 주인공이다.

사상 첫 전면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 유망주의 더딘 성장

지난 2009년 KBO리그는 지역 연고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했다(하지만 전면 드래프트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며 4년 만에 다시 지역 연고제로 회귀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LG는 예상대로 대학 야구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을 지명했지만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히어로즈는 예상을 다소 벗어나는 선택을 했다. 허리부상으로 2009년 전반기 등판 기록이 없던 진흥고의 김건태를 지명한 것이다.

김건태는 진흥고 2학년 시절이던 2008년 화랑대기에서 팀을 우승시키며 MVP에 선정됐을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였지만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김건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히어로즈에서 김건태를 전체 2순위로 지명했고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1억8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미래의 에이스로 점 찍었다.

김건태는 입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며 6승 3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특히 프로 입단 후 구속을 한껏 끌어 올리며 조만간 1군의 주력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뽐냈다. 하지만 김건태는 2011년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으며 1년을 날렸고 2012년에도 수술 후유증으로 구속이 오르지 않으면서 기대한 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김건태는 2012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했다.

2013년 상무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김정훈은 8승 1패 12세이브 4홀드 ERA 2.02의 성적으로 남부리그 세이브왕에 올랐고 2014년에도 1승 2패 12세이브 1홀드 ERA 3.58로 준수한 성적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상무에서의 활약을 통해 팔꿈치 수술 후 잃었던 구위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하지만 김건태는 큰 기대를 받으며 맞은 2015 시즌 13경기 2패 1홀드 7.04로 부진했다.

2016년은 그나마 김건태가 1군에서 가장 오랜 기간 활약한 시즌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김세현(KIA타이거즈)과 함께 손승락(롯데 자이언츠)이 떠난 새 마무리 자리를 두고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김건태는 34경기에 등판해 1승 5패 ERA 5.26의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순위 싸움이 사실상 끝났던 9월 16일 kt위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지만 김건태는 준플레이오프 명단에 포함되고도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 이적 후 3경기 만에 시즌 첫 승, 선발 정착할까

김건태는 2016 시즌이 끝난 후 개명을 하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현실은 롱릴리프, 추격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패전처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5경기에서 1승 12.00으로 넥센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마친 김건태는 작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프로 입단 당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가 8년 동안 프로에서 2승7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2차드래프트에서 전체 15순위 지명을 받고 이적을 하게 된 것이다.

'단디4'로 불리는 임창민, 김진성, 원종현, 이민호에 2차 드래프트로 함께 이적한 유원상까지. 가뜩이나 강한 NC의 우완 불펜진에서 김건태의 자리는 없어 보였다. 김경문 감독도 시즌을 앞두고 김건태를 예비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로 김건태는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중상위권의 넥센에서도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NC에서 쉽게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NC는 마무리 임창민이 8경기에서 1패 3세이브 ERA 6.43으로 흔들렸고 지난 18일 임창민 대신 김건태가 1군에 콜업됐다. 1군에 올라오자마자 19일 넥센전에서 1이닝을 던진 김건태는 선발 구창모가 2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던 20일 LG전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경기는 NC가 4-9로 완패했지만 김건태는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6이닝2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건태는 이틀 동안 7이닝, 10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이닝 소화 능력과 체력을 증명했다.

20일 LG전 등판 후 5일을 쉰 김건태는 26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를 가졌다. 통산 123승에 빛나는 삼성의 에이스 윤성환과의 맞대결에서 김건태는 6이닝 동안 피안타 5개와 몸 맞는 공 2개, 탈삼진 4개로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587일 만에 나선 선발 등판 경기에서 더할 나위 없는 호투를 펼친 것이다. 한창 1군 경기에 많이 등판했던 2016년에 비하면 구속은 다소 떨어졌지만 마운드에서의 자신감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NC는 현재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과 로건 베렛, 사이드암 이재학 정도를을 제외하면 사실상 선발진이 붕괴됐다. 시즌 전 선발 요원으로 분류됐던 구창모와 최금강은 26일 경기에서 나란히 불펜으로 등판했고 토종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장현식은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김건태의 활약은 NC마운드에 커다란 힘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 진흥고의 에이스로 전국대회를 호령하던 김건태가 2018년 공룡군단에서 새롭게 꽃을 피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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