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10년 동안 달려온 마블 스튜디오가 결과물을 내놓았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마블 영화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번 영화 역시 선예매만 1백만 관객을 넘기며 이례적인 흥행 예고에 돌입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마블 영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당연히 이번 영화에도 두 사람이 등장한다. 단순히 인기에 기반을 둔 게 아니다. 두 영웅은 신념으로나 캐릭터로나 정 반대다.

우리는 앞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두 인물이 대립하는 걸 보았었다. 그 대립의 핵심은 '소코비아 협정'이다. 그 협정은 전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영웅들의 무분별한 싸움으로 도시가 황폐화됐지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을 근거로 발의됐다. 쉽게 말해 '지구는 구했지만 민간인들은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웅들이 싸우고 나면 도시 전체가 날아가는데 그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어벤져스'가 군대나 경찰도 아니고 그저 영웅들의 사조직에 불과한 탓이다. 그래서 영웅들을 UN 같은 관리 기구 아래에 두고 합법성과 체계성을 도모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협정은 득과 실이 명확했다. 일단 득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출동하니 영웅의 활동에 당위성이 부여된다. 큰 힘에 큰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반면 실은 다음과 같다. 제도 밖에서 활동하기에 유연했던 조직을 경직되게 만든다. 관료제에서 벌어지는 오판을 막을 수 없다.

캡틴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주장하는 아이언맨과 대립했다. 캡틴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법보다 행동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 이는 <시빌 워>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 그 자체였다.

<시빌 워>에서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 분)는 악당 조직 '하이드라'에게 이용 당해 아이언맨의 부모를 살해한다. 그 사실을 안 아이언맨이 버키를 살해하려 들자 캡틴 아메리카는 막아선다. '자의에 의한 게 아니었는데 어떻게 형벌을 내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장면의 묘미는 '이성'을 내세우던 아이언맨이 부모님 소식에 '감정적'으로 변하고, 반대로 '감정'을 내세우던 캡틴이 '이성적'으로 호소한다는 점이었다.

'공동체의 가치' 지금 이 시점에 더욱 와닿는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쩌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아이러니의 연장선에 있는 듯 보인다. 사람과 사회에 관한 문제다. 작품의 주요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 분)의 신념이란 '먹을 게 부족하면 먹을 사람을 죽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피니티 스톤으로 우주의 절반을 없애 나름의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 위와 마찬가지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아이언맨과 타노스가 싸우는 모습은 굉장히 흥미롭다. '같은 신념이 대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아이언맨에게 지구는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타노스에게 지구는 그렇지 않다. 아이언맨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영화에서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배울 수 있다. 법과 제도, 이성과 감정. 나에게는 맞는 말처럼 보여도 입장을 바꾸어 보면 틀린 말이기도 하다. 결국 어느 한쪽이 맞다기 보단 서로 이해해야 진정으로 화합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타인과 갈등을 빚는다. 그런데 그 갈등이 사실은 관심의 표현이다. 관심을 두기에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면 갈등은 영영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역경을 딛고 성장하듯, 역경이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 타인을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순간 우리는 문제 해결 능력을 잃게 된다.

우연하게도, 이해와 화합의 장이 27일 판문점에서 연출됐다. 그리고 <시빌 워>에서도 그러하듯, 이 영화에서 우리가 느끼는 건 '공동체의 가치'다. 나와 너가 아니라 '우리'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남북문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남녀갈등이나 성소수자 문제, 노사문제와 아픈 사건들이 남아있다. 갈등보단 화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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