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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은 함께해 온 부모님들과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제작하려 합니다.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나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라는 목소리를 담아 <커밍아웃 스토리- 성소수자와 그 부모들의 이야기>를 출판합니다. 저희의 솔직한 이야기가 위로의 손, 도움의 손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편집자말]
가족에게 커밍아웃 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가족에게 커밍아웃 후, 따뜻한 말, 긍정적인 반응, 환대의 말을 기대하고 바라고 있었다.
▲ 가족에게 커밍아웃 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가족에게 커밍아웃 후, 따뜻한 말, 긍정적인 반응, 환대의 말을 기대하고 바라고 있었다.
ⓒ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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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부모들의 이야기' 이전 기사]
① "지금 성으로 살고 싶지 않아" 내 삶을 멋지게 바꿔준 아이
② 아들 덕분에 2년 차 '성소수자 활동가'가 된 부부
③ "게이인 아들을 사랑한다" 엄마의 외침이 미국을 바꿨다
④ 성별 정정을 위한 80장의 탄원서 "우리 사회가 이 정도는 돼요"
⑤ 갑자기 찾아온 아들 남자친구,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본 내용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하늘, 지인, 지미, 위니)와 성소수자 당사자들(오소리, 답청) 간의 간담회 기록을 편집하여 작성했습니다.

오소리: "오늘은 성소수자 부모와 당사자들이 커밍아웃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편안히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또는 자녀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도 서로 물어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요. 우선 저는 부모님들께 여쭙고 싶어요. 자녀의 커밍아웃을 맨 처음 받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하늘: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를 아들 친구에게 처음 들었을 때엔 그냥 멍했어요. '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만 들고, 멍했죠. 그 말 자체가 하얬어요. 아무 생각이 안 들고, 그냥 그 순간, 멍해졌죠. '이게 뭐지?' 그러고 그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거예요.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머리 회전도 안 되고. 그렇더라고요, 그 순간에."

지인: "저 같은 경우는, 아이가 아직 열여섯 살이라 '얘가 어려서 아직 게이가 뭔지도 모르고 게이라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맞고 아이가 틀린 것처럼 그렇게 생각했어요."

오소리: "만약 그때 아드님이 어떤 방식으로 커밍아웃했다면 그런 생각이 좀 덜 들었을 것 같으세요?"

지인: "아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이한테 상처주는 말은 안 했을 것 같아요. 저는 본인의 커밍아웃이 아니라 아웃팅으로 알게 되어서요. 게이라는 단어를 봤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할 때, 미리 '나도 그동안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니고 싶어서 노력도 했는데 그게 그렇게 되지 않더라. 그리고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이건 어쩔 수 없더라'라는 정보를 많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성소수자에 대해 모르는 부모, 주저하는 자녀

성소수자 부모모임 정기모임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성소수자 부모를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 성소수자 부모모임 정기모임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성소수자 부모를 위한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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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위니: "오소리 님은 아직 커밍아웃을 못 했다고 들었는데, 커밍아웃을 했을 때 부모님이 어떻게 반응해주기를 바라시나요?"

오소리: "저는 확답을 받고 싶을 것 같아요. 성소수자부모모임 때 하늘 님께 들은 이야기가 가장 좋았거든요.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다'. 그렇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도 너를 사랑해'라는 답을 가장 듣고 싶어요."

지미: "저는 커밍아웃 받고 멍했다는 말씀이 너무 와 닿아요. 커밍아웃을 받았던 순간은 정말 잘 기억도 안 납니다. 정기모임에서 들었던 얘기인데 '성소수자는 부모에게 용 같은 존재'라고, 들어는 봤지만 본 적이 없는.(웃음)"

오소리: "자녀분들은 아마 부모님께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인을 꾸준히 던졌을 거예요. 부모님들은 왜 눈치를 못 채셨나요?"

하늘: "우리 애는 안 던진 것 같아요. 안 던졌어요."

지인: "우리 애도…."

지미: "저희 아들이 저보고 그랬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 TV에 동성애 관련 뉴스가 나왔을 때 '아빤 동성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라는 질문에 제가 '아빤 그들을 인정한다. 하지만 주변엔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는데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아들이 준 사인을 해석을 못 한 거죠."

오소리: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일반인들이 나와서 고민상담을 하는 TV 프로그램을 엄마랑 보고 있었어요. 푸른 눈의 모녀가 나왔는데, 선천적으로 엄마가 눈이 푸른 색인데 딸도 그래서 엄청 놀림을 받는다는 거예요. 엄마가 그걸 보면서 '참 안타깝다. 사람들이 저러면 안 되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길래 좀 떠봤죠.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면 어떨 것 같아? 약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랑.' 엄마가 그건 싫대요. 자기 일이 되는 건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우리 아들이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직접적으로 성적 지향에 대한 얘긴 안 했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까 그 후 커밍아웃을 하기 더 망설여지더라고요."

위니: "부모들은 그렇게 항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전에 지식이 있어야 눈치 챌 가능성도 생기잖아요. 그런데 부모세대는 자라면서 거의 다 30대나 40대가 될 때까지 LGBT라는 말도, 성소수자라는 말도 몰랐고, 어디서 본 적도 입에 담은 적도 없기 때문에. 저도 2010년인가 어느 강연에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뿐 아니라 IAQ((Intersex, Asexual, Questioner)도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지미: "처음 성소수자부모모임에 나왔을 때 벽에 LGBT라고 써 있고 옆에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써 있어서 저는 그것도 와이파이 번호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가 LGBT 얘기가 계속 나와서, 'B는 뭐지? T는 트랜스젠더 같은데…' 하고 생각했어요."

지인: "저도 '호모'가 나쁜 말인 줄도 몰랐고, 영화 보고 알았어요. 전혀 사람들한테 교육이 안 돼 있어요."

위니: "오소리 님은 성소수자 관련 자료를 부모님이 우연히 보도록 집에 슬쩍 놓아 둔다든가 해보지 않으셨어요?"

오소리: "안 해봤어요. 저는 스무 살 때부터 독립해서 살았거든요. 1년에 엄마를 보는 횟수가 서너 번밖에 안 돼요.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회조차 별로 없었죠. 또, 저랑 엄마는 하루에 한 번씩 통화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고, 전화 끊기 전엔 꼭 '사랑해요', '사랑해' 하면서 끊어요. 그래서 커밍아웃을 더 못 하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큰 기대감을 받아온 사람들, 부모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자란 사람들이 더 커밍아웃하기 힘든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실망시키기 싫어서. 어릴 때부터 모범생이었고, 엄마 말 잘 따르고, 실망시키지 않았고… 쭉 이어지는 거죠.

'앞으로도 엄마를 실망시키면 안 돼. 나는 엄마가 바라는 사람으로, 엄마가 해 준 만큼, 사랑해준 만큼 보답을 해야 돼. 근데 커밍아웃은 엄마를 슬프게 할 거야. 엄마를 힘들게 할 거야. 엄마에게 상처를 줄 거야' 이런 생각이 지금도 엄청 강해요."

위니: "그래도 먼 미래에 언젠가는 하겠다는 상상은 안 해 보세요?"

오소리: "올해 할 거예요. 새해 목표로 삼았거든요. 이 책 나오면…. 책에 글도 썼거든요. 엄마에 대한 생각과 왜 커밍아웃 못 하는지 그런 걸 자세하게 썼어요. 엄마 읽어보시라고…. 올해 커밍아웃하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요새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들 사이에 부고가 좀 잦았어요. 친한 활동가의 부친상에 갔는데, 문상 오는 활동가들마다 친지들에게 소개하면서 '성소수자 운동 함께하는 활동가다'라고 하는 거예요. 저도 그렇게 소개해 주셨고요. 그런데 약간 울컥하는 거예요.

저도 언젠가는 친지상을 당할 거고, 성소수자 활동가들, 친구들이 올 텐데, '그때 나는 이들을 뭐라고 소개해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을 동료 활동가라고 사실대로 소개하는 게 오는 분들에게도 예의이고, 저도 거짓말하기 싫었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르는 사람 취급해야 된다, 숨겨야 된다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올해 커밍아웃을 결심했어요."

경향신문이 실린 성소수자 부모모임 기사.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라 커밍아웃하는 것은 이제 익숙하면서도 때론 망설이게 되는 일이다.
▲ 경향신문이 실린 성소수자 부모모임 기사.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라 커밍아웃하는 것은 이제 익숙하면서도 때론 망설이게 되는 일이다.
ⓒ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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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사실 저희도 이제 알잖아요. 이젠 어디 가서 '성소수자 부모입니다'라고 잘 커밍아웃하는데, 어느 장소에서는 그게 목에 딱 걸려서 안 나오는 거예요."

지미: "생각해보니, 저희 부부가 부모님께 저희 아들, 그러니까 손자에 대한 커밍아웃을 안 하고 있거든요. 저희 부부도 거의 모든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왜 부모님께만 안 하고 있을까…."

위니: "저도 친정 부모님께 망설이다 주변 사람들보다 나중에 말씀드렸거든요. 큰 말썽 안 부리고 자랐고, 엄마 아빠의 기대도 많았고, 결혼해서 여태까지 별 탈 없이 산다고 좋아하셨는데, 이제 와서 이걸 얘기해도 될까, 부모님 말년의 평온을 깨지 않을까 걱정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 얘기를 했더니 담담히 받아주셨어요. '아이가 힘들다는데, 애가 살아야지. 그게 제일이지' 하셨어요."

답청: "저는 오소리님이 장례식장에서 '앞으로 나도 내 지인들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저는 지금 애인과 동거 중인데, 엄마가 새로 이사한 집에 와 보고 싶어 하세요. '언제 초대할 거냐?' 자꾸 물으세요.

저희 집이 방이 세 개인데, 침대 한 개가 큰 방에 책상 두 개가 작은 방에 있어요. 누가 봐도 이 침대에서 함께 자는 거잖아요. 엄마가 들어왔을 때 '네 방은 어디니?' 이렇게 될 것 같으니까. '여자랑 사니까 언니랑 침대를 같이 써'라고 하기엔 침대가 작고…. 엄마가 그런 걸 마주칠 때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는 고민들이 있어요. 내가 나를 소개하는 데 계속 걸림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전에 작업했던 영화를 아빠가 보러 오셨어요. 그 영화는 같이 얘기도 하고 좋아하셨는데, '지금 새로운 작업 하고 있니?'라고 물으실 때 '부모님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어떤 부모님들에 대한 영화인지 자세히 얘기를 못 했어요. '주제가 있을 것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더 이상 말을 못 잇고 아빠한테 짜증을 냈어요. '영화 나오면 내가 알아서 얘기해 줄게' 하고요."

"커밍아웃 후에도, 이전과 같았으면 좋겠어요"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나비 퀴어문화축제를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즐기고 있는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나비
▲ 제1회 전주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나비 퀴어문화축제를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즐기고 있는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나비
ⓒ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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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그냥 '이런 사람들도 있대'라고 하면 어떨까요?"

답청: "아빠가 저번 영화 '감독과의 대화'에 몇 번 오셨어요. 제가 소개할 때 일부러 '성소수자 인권활동도 하는 단체'라고 강조해서 얘기하는데, 그 단어 자체를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냥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계신 거예요. '성소수자 다큐멘터리'라는 말을 해도 그냥 웃고만 계셔서… 전혀 모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언젠가 이 영화를 완성하여 보시게 되는 날 저에게 물으실 것 같아요. '너도 혹시 성소수자니'라고. 그때는 얘기를 해드려야 되겠다, 그때쯤이 내 커밍아웃 시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하늘: "심경을 그대로 담은 글을 전해 드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커밍아웃은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의 심정을 조금씩 써서 글로 전하고, 그 글 속에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마음도 많이 담고…."

오소리: "전 이런 생각도 했어요. 어떤 내 사진을 보면 사진만으로도 '아, 내가 되게 행복해 보인다' 느껴지는 사진들이 있잖아요. '파트너랑 함께 있으면서 행복한 사진들을 엄마에게 좀 보여 드릴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아이가 진짜 아파하는 고민, 아이에 대해 진실을 알았을 때 아이를 잃지 않을 수 있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위니: "부모님이 만약 커밍아웃을 잘 받아들여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고 싶다, 그 단계를 지나면 이렇게 하고 싶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해 보고 싶은 일이나, 그 다음 삶의 진로나."

오소리: "일상에서는, 같이 여행가고 싶어요. 파트너랑, 엄마랑, 누나도 같이. 가족끼리 여행을 하고 싶고요. 제가 '엄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울면서라도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말만 들어도 되게 좋을 것 같거든요."

위니: "처음 커밍아웃 받은 날은 엄마도 눈물이 나겠죠. 받아들여도 마음이 아파서. 그동안 혼자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저는 커밍아웃한 아이에게 일상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 있다는 걸 자주 드러내야 하나, 아니면 자꾸 언급하지 않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할까, 어떤 태도가 좋을지 고민이 돼요.

FTM(Female to Male)인 저희 아이는 가슴수술을 했는데, 수술한 가슴을 보았을 때 관심을 갖고 얘기해주는 게 좋을까, 이제 우리 식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니 특별히 이야기 안 하는 게 좋을까 잘 모르겠더라고요. 성정체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문제들에 대해서도, 또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도요. 지나친 관심도 부담스러울 것 같고, 너무 무관심해 보여도 서운할 것 같고, 부모이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마음을 다 알 수 없으니까요."

지인: "저도 매일매일 그래요.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줘'라고 아이에게 말해 놓는 정도가 좋을 것 같아요."

오소리: "물론, 커밍아웃 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파트너 안부를 물어봐 주는 것은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연애 상대가 있으니까요. '어디 놀러 갔었니?' 그렇게 일상에 대해 물어봐 주는 건 지금의 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느껴지니까요. 지금 못 하고 있으니까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한테 제 일상을 많이 얘기하고 싶거든요. '나 걔랑 여기 놀러 갔고, 이렇게 잘 지낸다'고. 그렇게 커밍아웃 후에도 엄마랑 사이가 그냥 이전과 같았으면 좋겠어요."

지인: "많은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성하고 사귈 때처럼 똑같이 대해 줬으면 좋겠다, 관심도 갖고, 가족에게 소개시켜 달라고도 하고, 걔는 인상이 좋더라 또는 좀 별로지 않냐 그런 말도 편하게 해주고."

지미: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자식을 사랑하는 게 과연 좋은 겁니까? 자식도 자기 인생이 있는 거고, 언젠간 떠나야죠."

위니: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자기 소유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자기가 자식에 대해 모두 책임지려고 하고 자식의 모든 걸 결정하려고 하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닌 것 같아요."

지미: "저는 늘 아들한테 얘기했거든요. '아빤 널 사랑하지만 너보다 아빠 엄마 사는 게 먼저다. 우리 두 사람 살 돈 밖에 없으면 널 공부시킬 수 없다. 그리고 넌 떠나야 한다. 옆에 있지 마라' 하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해줬어요. 그래서 아마 아들은 '혼자 살아야 하고 혼자 살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커밍아웃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위니님의 가족 사진 위니님은 자녀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도록 부모로서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아이도 부모의 삶을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 위니님의 가족 사진 위니님은 자녀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도록 부모로서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아이도 부모의 삶을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성소수자 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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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 "트랜스젠더의 경우는 겉모습이 눈에 띄게 바뀌니까 받아들이기 더 힘들어 하는 부모도 있어요. 주변의 눈도 더 많이 의식하고요. 여태까지 살면서 쌓아온 명예나 위신이 깎인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부모가 인생에서 아이만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아이의 삶이 있으니 아이가 태어난 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도록 부모로서 응원하고 지지해 주고, 아이도 부모의 삶을 인정하고 응원해 주고요.

아이가 진짜 아파하는 고민, 아이에 대해 진실을 알았을 때 아이를 잃지 않을 수 있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부모가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해해 주세요"

오소리: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당사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하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을 글로 써서 전달한다면 그게 내 마음을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틈틈이 쓴 글을 모아서 부모님께 드리면 어떨까요?"

지인: "커밍아웃을 받은 부모의 반응을 6단계로 정리한 게 있잖아요. 그런 단계가 있다는 것은 부모도 자녀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그걸 당사자분들도 고려해주시면 좋겠어요. '부모니까, 나를 사랑하니까 받아주겠지, 받아주어야 해' 이렇게 생각하면 서로 더 상처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도 이해하려면 정보도 필요하고 시간도 걸린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커밍아웃하면서, 부모님께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아예 말해 드리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갑자기 커밍아웃 받은 부모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니까…. "내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도 엄마 아빠가 '그래도 변함없이 넌 내 자식이야'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요. 혹은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라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요. 부모가 했으면 하는 말을 그렇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지미: "글로 하는 커밍아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꼭 그럴까 싶어요. 제 아들은 글로 했지만, 예를 들어 저는 아들과 소주 한잔 하다가 아들이 커밍아웃했어도 비슷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방법이 좋다', 혹은 '이런 요소가 필요하다'라는 건 모두 다, 집마다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아빠 다르고, 엄마 다르고.

또 우리가 커밍아웃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모두가 꼭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사정상 못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안 하는 것도 괜찮지요? 그런데 하기로 결심했다면, 아름답고 좋기만 한 커밍아웃은 없다는 것, 당사자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그걸 각오하고 커밍아웃을 하시면 덜 상처 받지 않을까. 그게 제 생각입니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커밍아웃 스토리' 펀딩 : https://goo.gl/5aEGJn
* 웹사이트: http://www.pflagkorea.org/
* Facebook: https://www.facebook.com/rainbowmama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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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정기모임: 매월 두 번째 토요일 오후4시(서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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