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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일인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일인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이재용 부회장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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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에스디아이(SDI)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아래 작업환경보고서)가 정보공개대상인지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전자 온양공장 이아무개씨 유족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작업환경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벌어졌다.

고용노동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다가 작업장 유해물질로 산업재해를 당한 피해자 산재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정보공개법에 근거해 작업환경보고서 풀버전 공개를 받아들였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18일부터 3월 20일까지 삼성전자 온양·기흥·화성·평택공장(반도체) 및 구미공장(휴대전화),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엘시디·LCD), 삼성에스디아이 천안공장(배터리) 등 7개 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 풀버전을 피해자 쪽에 공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 측에서는 작업환경보고서에는 공정흐름도, 생산설비 구성, 장비의 역할은 물론 구체적인 재료 사용량과 사양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삼성 측은 행정소송 및 심판을 통해 정보공개집행정지를 요청을 했고, 산업기술보호법에 근거한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을 산업통상자원부에 하는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업환경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며 비공개 대상이라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같은 국가기관 사이에서도 고용노동부는 공개, 산업통상자원부는 비공개로 입장이 갈린다. 결국 위 사안은 피해자의 알 권리가 우선인지, 기업의 영업비밀인지 우선인지 따져 물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정보공개법상 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사람의 생명·신체· 건강'을 위한 정보

정보공개법 9조 1항 7호에는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정보로 인정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기업상의 경영상 비밀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폭넓은 비공개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단서 조항에는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대상이라고 명시해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반적인 경우 기업의 경영상의 영업비밀은 폭넓게 인정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영업비밀보호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정보공개법 상 '공익검증제도'라고 한다. 공개 및 비공개의 각각 얻는 이익을 공적차원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각 부처에서는 '정보공개심의회'를 구성해 각 정보마다 공익성을 따져 묻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의 경우 정보공개법상 9조 1항 7호 '단서 조항'에 따라 공개로 결정해야 할 대표적인 사안이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측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판단한 내용 중에서 '측정위치도(레이아웃)'는 세부적인 도면이 아니라 조사자가 측정한 지점을 알아볼 수 있도록 임의로 그린 평면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대전고등법원 판결에서도 똑같은 판단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설비 전문가도 "작업환경보고서에는 공정흐름도, 생산설비 구성, 장비의 역할이 세세하게 공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고서가 유족들에게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삼성옴부즈만 위원회 종합진단 보고 삼성옴부즈만 위원회가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 삼성옴부즈만 위원회 종합진단 보고 삼성옴부즈만 위원회가 지난 25일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종합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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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사례들도 있다. 지난 2016년 5월 18일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가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 안정성 연구용역결과 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에 대해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했다(당시 필자는 정보공개심의회 주심으로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2014년 7월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한국지반학회와 대한하천학회, 영국의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인 Arup에 의뢰해 받은 보고서다. 보고서 관련 비용도 롯데 측에서 부담했다. 롯데 측은 잠실 일대 지반 침하와 석촌호수 물빠짐 현상이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와 관련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자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그 결과물인 용역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것이다.

이 보고서 공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보고서에 롯데건설에 대한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정보공개심의회는 서울시민들의 생명·신체, 건강을 위해 핵심기술이 일부 노출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의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대해서 롯데 측도 수긍했고, 결국 보고서 전체가 위례시민연대에 제공됐다. 이번 건과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삼성 작업환경보고서가 공개되면 '기업들의 기밀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보공개법상 취지를 잘 알지 못해서 한 발언들이다.

정보공개법은 기업정보라도 사람의 건강을 위한 정보는 공개해야 할 공적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재해 관련정보, 환경오염정보, 위해식품정보, 안전정보 등이다. 위와 같은 정보들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고 무조건 비공개한다면 어떤 시민들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작업환경보고서를 유족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기를 바란다. 결국 삼성도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있는 기업 아니던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명안전시민넷에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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