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아래 <어벤져스3>)는 분명 잘 차린 밥상이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즉 마블코믹스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18편 나왔다. <어벤져스3>엔 그간의 캐릭터들이 집대성 돼 있었다.

25일 개봉에 앞서 24일 국내 언론에 선 공개된 <어벤져스3>는 우선 그 결말에 대해 관객들 반응이 가장 클 것이다. 각각 독립한 작품에서 주인공이었던 캐릭터들, 무려 23명이나 되는 영웅들이 한 영화에 모였으니 그만큼 이들의 마지막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에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충격과 당황 사이

영화는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우주를 지배하려는 타노스(죠슈 브롤린)에 맞서 우주와 지구의 영웅들이 뭉친다는 매우 간결한 줄거리다. 시간, 힘, 정신, 공간 등 6개의 요소를 각각 관장할 수 있는 인피니티 스톤은 우주 각지에 흩어져 있었고, 타노스는 이 스톤을 지켜온 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구성만 놓고 보면 <어벤져스3>는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꽤 탄탄할 법했다. 망치가 부서진 이후 힘을 잃은 아스가르드인 토르, 우주를 떠돌다 아스가르드의 구조신호를 접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들, 타노스의 야욕을 감지하고 위기감을 느낀 어벤져스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영화는 일생일대의 전투에 맞서는 영웅들의 면모를 훑는다.

사실 MCU 영화들의 장점 중 하나는 큰 세계관 안에서 독립된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마블 코믹스 작품을 보지 않은 관객들은 따로 각 캐릭터들의 전사를 알지 못해도 영화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어벤져스3>는 좀 다르다. 아무래도 그간의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하기에 관객 입장에선 지난 MCU 영화들 중 주요 작품을 보지 못했다면 그 진입장벽이 꽤 높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까 가모라와 스타로드가 왜 애틋해 하는지, 사춘기에 접어든 그루트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블랙팬서가 이끄는 와칸다 제국이 왜 이 전쟁에 참여하고 캡틴 아메리카와는 어떻게 긴밀하게 됐는지, 비전과 스칼렛 위치가 어떻게 어벤져스 팀과 떨어져 지내게 됐는지 등은 이 영화에선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서 언급한 캐릭터들이 누군지 모른다면, <어벤져스3>를 보기 전 몇 편의 MCU 영화를 미리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2014) <어벤져스>(201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2017) <블랙팬서>(2018)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런 준비과정이 없다면 <어벤져스3>는 매우 지루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결말은 누군가에겐 충격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당황스러울 수 있다. 각자의 사연과 목표 의식이 있던 캐릭터들을 정서적으로 따라온 관객들 입장에서는 영화가 끝난 후 한동안 멍해질 것이다. 그렇게 몇 분을 보내면 쿠키 영상 하나가 때맞춰 나오니 상영관 문을 서둘러 나서지 말자. 본래 이 영화 부제에 part1이 붙었던 만큼, part2에 해당하는 <어벤져스4>에선 충격적 결말을 상쇄하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 여지가 크다.

물론 이런 관객들의 성향을 고려한 흔적은 보인다. 어떤 캐릭터에 정서적으로 몰입할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벤져스3>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 캐릭터는 단연 타노스와 토르이니 말이다. 마냥 악역인줄로만 알았던 타노스는 이번 작품에서 꽤나 진정성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바쳐야만 얻을 수 있다는 소울스톤을 타노스가 차지하는 과정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가족애가 엿보인다.

영화는 이런 타노스의 입체적인 면모를 동력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동시에 망치를 잃은 토르가 다시 부활하는 과정 또한 꽤 비장하다. 

<어벤져스3>가 남긴 기록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한 장면.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맞아 그간 각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함께 모여 자축행사를 가졌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역대 최대 주인공이 모인 데다,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작품인 <어벤져스3>는 국내 개봉 영화들 사이에서도 몇 가지 기억할 만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예매율 96.5%' 그러니까 개봉 전에 95%가 넘는 관객이 이 영화의 표를 이미 사뒀다는 건데 관객 수로 따지면 115만 명에 해당한다. <어벤져스3>는 개봉일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첫 번째 국내 개봉 영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25일 오전 10시 현재 <어벤져스3>가 확보한 스크린 수는 2562개다. 통상 국내영화 총 스크린 수를 표현할 때 2500여 개로 표기한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영관이 <어벤져스3>로 채워진 셈이다. 이 역시 최다기록이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개봉 이후 스크린 2000개가 넘어갔을 때 독과점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어벤져스3>가 차지하고 있는 스크린 수와 좌석 수는 곧 한국영화시장의 상업주의가 매우 공고하다는 걸 증명한다.

결국 관객의 선택권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3>는 개봉 2주 전부터 예매창구가 오픈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일반적인 상업영화가 통상 1주일 정도 앞서 오픈되고, 중저예산 혹은 예술영화의 경우엔 개봉일 바로 2, 3일 전에 예매가 오픈되어 왔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단순히 예매율이 높아 상영관을 더 배정한다는 극장의 논리가 빈약해진다. 애초에 다른 영화를 보려는 수요 자체가 차단당하거나 왜곡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는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일제히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눈앞의 수익을 쫓은 극장의 선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영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어벤져스3>는 국내영화계에 몇 가지 화두를 던진 게 분명하다.

한 줄 평 : MCU 팬들이여 결집하라!
평점 : ★★★☆(3.5/5)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관련 정보
연출 :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제작 : 케빈 파이기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조슈 블롤린,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제레미 러너, 스칼렛 요한슨, 엘리자베스 올순, 안소니 마키, 폴 러드, 기네스 펠트로, 폴 베타니, 돈 치들, 베네딕트 컴버배치, 톰 홀랜드,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카렌 길런,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폼 클레맨티에프, 데이브 바티스타, 채드윅 보스만, 사무엘 L. 잭슨 등
제작사 : 마블 스튜디오
수입 및 배급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북미 개봉 : 2018년 4월 27일
국내 개봉 : 2018년 4워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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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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