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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007년부터 인하대병원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 조현민 인하대병원 커피숍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007년부터 인하대병원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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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시장 침탈과 갑질 비판을 받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인하대병원 내 커피숍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확산됐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4일 보도자를 내고 "조현민(조에밀리리)과 조현아씨가 아직도 인하대병원과 한진빌딩 내 커피숍이 점주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내 특수 관계가 활용돼 조현민 전무에게 인하대병원 관련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인하대병원 내 상업시설은 모두 지하에 있는 것과 달리 조현민이 점주인 커피숍만 유일하게 1층에 위치해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를 '일감몰아주기 특혜'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정석기업이 인하대병원 내 입점업체로부터 매달 임대료를 챙겨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석기업은 서울한진빌딩과 인천정석빌딩, 부산정석빌딩의 경영관리와 주차운영관리, 그리고 그룹 내 부동산 관리를 맡고 있는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이다.

기업분할을 통해 한진칼이 설립되면서 지주회사 역할을 넘겼지만,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12일 정석기업 등기이사로 경영 복귀에 시동을 걸 정도로 정석기업은 여전히 한진그룹 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재 정석기업의 대표이사는 조양호, 조현민, 원종승 세 명이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구는 조양호 회장 17.84%, 조원태 2.34%, 조현아 2.31%, 조현민 2.30%, 정석인하학원 2.14%로 오너 일가와 특수 관계인이 28.96%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또 정석기업의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민 전무는 2010년 정석기업 등기사가 된 후 2014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해 일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인천정석빌딩 외에도 인하대병원의 주차장 관리와 인하대병원 지하 매장 임대를 대행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지난 2010년 인하대병원 지하 리모델링 공사 대가로 관리권한을 얻었다. 정석기업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인하대병원에 입주하는 모든 음식점, 소매점 등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한진그룹 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했다.

인하대병원 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2012년 정석인하학원과 인하대에 ▲인하대병원과 정석기업 간 부동산 위탁관리 계약서 ▲정석기업(주)과 인하대병원 내 입주업체 간 임대차계약서 ▲인하대병원과 조현민 전무 간 커피전문점 계약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물론 정석인하학원은 비공개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석기업과 인하대병원 간 체결한 계약과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그동안 한진이 벌인 갑질과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의 횡포가 근절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 의대건물 안 짓고 정석빌딩에서 임차료 받아

정석기업 매출의 효자 노릇은 인하대 의과대학이 맡았다. 인하대 의대는 1985년 개교했다. 그리고 1996년 인천 신흥동에 인하대병원이 개원했다. 한진그룹 정석인하학원은 병원이 개원하자 1999년 7월 의대를 인하대병원 옆 정석빌딩으로 이전했다.

인하대는 의대를 정석빌딩으로 이전한 1997년 7월부터 다시 용현동으로 돌아온 2016년 2월까지 정석기업에 해마다 임차료와 관리비를 냈다. 연간 임차료와 관리비는 약 15억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인하대가 정석기업 돈을 낸 것은 한진이 의대건물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은 정석빌딩 일부를 의학전문대학원 건물로 임대하고, 매해 임대료와 관리비를 챙겼다. 이 임대료와 관리비는 사실상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온 것이다.

그 뒤 지난 2012년 10월 교육부 감사로 정석인하학원이 정석빌딩을 임차해 학교로 사용하는 게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드러나고, 교육부가 '건물을 확보하라'고 시정명령을 하자, 그 때서야 한진은 건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의대는 2016년 인하대 개교 60주년 기념관이 준공되자 그 곳으로 이전했다. 그렇다고 60주년 기념관을 한진이 지은 것은 아니다. 60주년 기념관은 인하대 대학 적립금으로 조성됐다.

인하대의대 교수와 의대생들은 인하대병원과 멀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인하대병원 옆에 의대를 조성해 주기를 바랐다.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당시 의대가 사용하던 정석빌딩 일부를 의대 자산으로 전환하는 거였지만, 한진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의대교수회는 "30년 역사를 지난 인하대 의대가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없이 15년 넘게 정석빌딩 일부를 사용했다. 과연 정석인하학원이 육영(=인재를 교육해 길러냄)에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한 뒤 "15년 넘게 의대가 정석기업에 낸 임차료만으로도 의대 건물을 짓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이 인하대병원에서 멀어지면서 교수와 학생들은 병원과 학교를 오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조양호 회장이 사과하고 두 자녀를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했다. 조 회장 일가가 진정 반성한다면 우선 정석기업이 인하대병원에서 얻는 수익을 다시 인하대병원으로 환원시켜야 하고, 인하대 의대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인하대학교 운영에서도 손을 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현민, #한진, #인하대병원, #정석기업, #조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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