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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시의원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들
 안산 시의원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들
ⓒ 후보자 선거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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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화 된 정치현실에서 지방의회 역시 그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꾸준히 문을 두드려왔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공약과 참신한 인물들을 내세워 거대 정당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지방의회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세월호의 도시' 안산에서도 다른 정당들에 비해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 바로 진보정당 후보들이다. 지난 3월 초 예비후보 등록 때부터 사실상 공천을 확정지은 출마예정자들은 얼굴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안산에서는 3명이 진보정당 후보자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당 1명과 민중당 2명이다. 그간 진보정당은 몇 안 되는 극소수가 의회에 진출해 왔으나 의정활동에서는 꽤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왔다. 문제는 2인 선거구라는 구조적인 어려움에 탓에 본선 승리가 많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이번 지방선거에는 청년과 엄마와 생활정치를 앞세운 후보들이 이변을 노리고 있다. 정치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유권자들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고 지방의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이들의 자신감 만큼은 넘쳐난다.

[안산 가 선거구] '청년정치' 박범수 민중당 예비후보

청년정치를 내세우며 안산시의원 선거 가선거구에 출마한 민중당 박범수 후보
 청년정치를 내세우며 안산시의원 선거 가선거구에 출마한 민중당 박범수 후보
ⓒ 박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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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4세로 30대인 박범수 예비후보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청년들 문제를 대표하는 시의원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일하던 중 사고로 희생당하는 청년들의 소식과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작업 환경, 일자리의 불안정성 등은 청년으로서 느낀 문제의식이었다. 지난해 촛불을 통해 세상이 바뀐 만큼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겨났다고. 다양한 목소리를 두 정당이 배려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도전을 결심하게 된 바탕이었다.

박 예비후보는 "대학생 단체활동을 오래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오래한 것이 아닌 상당히 적극적을 해왔음은 그의 전과 경력에서 드러난다. 비정규직과 철거민, 반값 등록금 집회의 사회자로 나선 것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돼 전과 4범이 됐다. 그는 "전과 경력으로 따지니 예비후보 등록자들 중 상위권"이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음주나 폭행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후보들에 비하면 그의 전과 기록은 그만큼 열심히 살아오고 있음을 증명하는 훈장이다.

박 예비후보의 주 관심 분야는 청년과 함께 노동이다. 공단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는 의회에 진출해 노동인권조례를 발의하고 싶고, 청년 임대주택과 청년수당 지급, 무상 교복 등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에서 추진 중인 세월호 생명안전공원에 대해서도 그는 "크고 멋있게 지어져야 한다"라며 "잊는 순간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라고 강조했다. "구의역에서 일어났던 청년 사고나 이마트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 등은 사람보다 자본이 중심이 된 사회 때문"이라며 "돈보다 생명이 중심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안전공원을 혐오시설이라고 오도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비판했다. 생명안전공원이 혐오시설이 아니고 두 보수정당이 혐오세력이라며 똑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중원 주변에 사는 지인들에게 물었더니 '땅값에 전혀 문제없다'고 한다"라며 "아름다운 공원이 지어지면 더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FC 바르셀로나 팬인데, 4.16 4주기를 맞아 추모 메시지를 발표한 게 너무 감격스러웠다"라면서 "도시 브랜드는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예비후보는 4.16 참사 4주기 직전에 이런 주장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동영상으로 올렸는데, 조회수가 3만 회에 가까워지고 있을 만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안산 사 선거구] '생활정치' 김병철 정의당 예비후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는 김병철 후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는 김병철 후보
ⓒ 김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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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5당인 정의당이지만 이번에 안산에서 시의원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김병철 예비후보가 유일하다. 김 예비후보가 다른 거대 정당들에 나 홀로 맞서야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했고, 진보정당 활동 20년을 넘기며 꾸준히 한 우물만 파온 그의 진정성은 주변에서 다 인정하고 있다. 진보정당 활동을 하다가 정치적 계산이 작용해 보수정당으로 옮겨간 경우도 있기에 비교되고 있는 것이다. 

김 예비후보는 "양당 구도가 중앙 정치를 대변하는 걸 인정하지만, 안산의 미래를 보는 사람이 부족하다"라면서 "지역 발전보다는 진영 논리에 빠진 게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거대 정당들의 시민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2인 선거구는 유력 정당에서 공처만하면 당선이 되다보니 시민 소통이 필요 없다"라는 지적이다.

김 예비후보 후보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검증받은 정치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을 4년간 이끌면서 무난한 운영으로 여러 갈등을 해소시켰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파트 주민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 후보가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비상대책위가 만들어질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데, 김 후보가 여러 문제들을 원만하게 풀어냈고 집값이 역전될 정도였다"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의 공약도 '생활 의제'에 맞춰져 있다. 진보정치의 유연성을 생활에 밀착된 공약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아파트지원센터, 재건축지원센터는 생활의 문제점을 개선해보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사회적 약자와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도 김 예비후보의 중요한 가치다.

그는 "안산이 노동자 도시인 데다 비정규직이 많은 곳이니만큼 노동을 대변할 수 있고,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또 안산이 "숲과 태양열, 자연친화적 도시로 발전하길 원한다"라며 "대중교통 문제와 함께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적 감수성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중고 축구리그를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 예비후보는 지역 보수정당들이 반대하고 있는 세월호 생명안전공원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봉안 시설에 대한 우려하는 것은 이해되기에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세계적 추모공원 만드는 설득이 필요하고, 양심 있는 분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화 성지가 광주이듯 안전과 생명의 성지는 안산이 돼야 한다"라며 "생명안전공원이 지역을 좋은 이미지로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안산 마 선거구] '엄마정치' 정세경 민중당 예비후보

지역의 학원 등을 찾아 현안에 귀기울이고 있는 민중당 정세경 후보
 지역의 학원 등을 찾아 현안에 귀기울이고 있는 민중당 정세경 후보
ⓒ 정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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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평범한 엄마의 출마 결심을 굳히게 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곧 정치고, 해결할 주체가 엄마이기에 공감력 뛰어나고 연대의식 뛰어난 엄마가 직접 정치에 나서자면서 출마를 선언한 것.

정세경 민중당 예비후보의 슬로건은 정치에도 '엄마가 필요해'다. 그는 위대한 엄마정치를 꿈꾸고 있다. 정 예비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엄마의 노란 손수건'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250명이 학생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정치로 이끌게 된 것이다.

정 예비후보는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원하는 게 많은데, 정치가 이를 못 담아내고 있다"라며 '엄마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내세우는 공약도 엄마들의 원하는 사안에 맞닿아 있다. 그는 "안산은 공단도시이자 노동자·서민 도시인데, 아이들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 낙후된 도시로 보이는 면도 있다"라면서 "GMO없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마더센터 설립 등"을 제시했다.

마더센터는 맞벌이 주부, 경력단절 엄마 등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역에 키즈 카페나 도서관도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 후보는 "동별로 만들 수 있다"라며 "다녀보니 동사무소에 빈 공간들이 있다"라고 전했다.

정 예비후보에 따르면 지역 유권자들, 특히 엄마들의 반응을 호의적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엄마들의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들어주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파, 혈연, 스타 정치가 아닌 엄마의 힘을 내세우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라며 "4년 전에 무상급식, 무상교육이 있었는데 이후 특별한 변화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예비후보는 세월호 생명안전공원에 대해서도 "보수정당들이 추모공원을 납골당으로 비하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한 납골당이나 추모공원이면 반대할 수 있으나 4.16 생명안전공원은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훌륭한 명소로 만들겠다"라는 것이라며 "보수정당들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노란색 배를 들고 있는 사진을 홍보물에 활용하고 있는데, "슬픈 도시가 아닌 아이들의 희생으로 희망을 들어 올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태그:#안산, #정의당, #민중당,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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