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한국 시각) 열린 뉴캐슬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로봇을 들고 나온 에버튼 수비수 필 자기엘카

24일(한국 시각) 열린 뉴캐슬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로봇을 들고 나온 에버튼 수비수 필 자기엘카 ⓒ BBC 공식 홈페이지


축구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등장할 때 늘 어린이(플레이어 에스코트)의 손을 잡고 나온다. 이는 축구계가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이 하루빨리 회복하길 기원한다는 의미로 매 경기마다 펼쳐지는 행사다.

오랜 시간동안 축구계에서 의례적인 행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이 퍼포먼스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색다르게 변형돼 화제를 모았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수비수이자 에버튼FC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필 자기엘카(35)는 24일(한국 시각)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홈경기에서 어린이의 손을 잡고 나오는 대신 로봇으로 보이는 물체를 손에 쥐고 나왔다.

22명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어린이 손을 잡지 않고 그라운드에 등장한 자기엘카는 트로피처럼 생긴 로봇을 들고 나왔다. 그는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 운집한 3만9천여 명의 관중들을 향해 들어 보였다. 그리곤 로봇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화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줬다.

잘 생긴 외모와 출중한 수비 실력으로 10년 넘게 에버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기엘카. 그는 무슨 이유로 경기 시작 전 로봇을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로봇과 대화를 나눈 걸까. 영국 BBC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자기엘카가 로봇을 들고 나온 것은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축구팬 잭 맥린덴을 위한 것이었다. 

에버튼 팬으로 알려진 맥린덴은 혼자 힘으론 움직일 수도 없고, 오직 호흡보조기에 의존해야 숨을 쉴 수 있는 아이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경기장에서 축구 열기를 느낄 수 없는 그에게 트로피 모형의 로봇은 '그의 몸'이 되어주었다.

이날 자기엘카가 들고 나온 로봇은 노르웨이 IT업체에서 만들어진 로봇 제품으로, 초고화질 원격 카메라와 고성능 마이크, 스피커 기술 등이 장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런던은 최첨단 로봇 기술에 힘입어 이날 에버튼 선수들과 1대1 실시간 소통을 경험한 것은 물론이고, 팬들의 응원열기도 체험할 수 있었다.

맥린던 어머니 미쉘 위그널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호의에 베푼 에버튼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아들에게 있어) 일생에 단 한번뿐인 경험(Once in a lifetime experience)"이었다고 기뻐했다.

한편, 이날 의미 있는 행사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 에버튼은 '캡틴' 자기엘카를 앞세운 견고한 수비력과 시오 월콧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두고 리그 8위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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