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하메드 살라 리버풀이 EPL 최고의 선수 살라를 앞세워 AS로마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서 승리를 노리고 있다.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한 번의 고비만 넘으면 된다.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려면 상대를 넘어서야 한다. 챔피언스리그의 전통 강호 리버풀과 34년 전 아픔을 씻기 위해 복수극에 나서는 AS 로마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리버풀과 로마는 오는 2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각)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을 치른다.
'돌아온 챔스 강자' 리버풀, 살라 앞세워 여섯 번째 빅이어 도전 참으로 오랜만이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사실 리버풀은 전통의 챔피언스리그 강자였다. 특히 197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동안 최고의 전성기였다. 1976-77시즌부터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2연패에 성공했고, 1980-81, 1983-84시즌에도 정상에 올랐다.
가장 최근 우승은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알려진 2004-05시즌이다. 하지만 이후 리버풀은 유럽 무대에서 단골 손님의 면모를 잃어갔다. 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 하에 매력적인 공격 축구로 탈바꿈한 리버풀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순항을 거듭했고, 최대고비였던 8강전에서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합계 점수 5-1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리버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공격력이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로 짜여진 삼각편대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특히 에이스 살라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EPL에서 33경기에 출전해 31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에 올라있다. EPL이 38라운드로 개편된 1995-96시즌 이후 앨런 시어러(1995-96),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007-08), 루이스 수아레스(2013-14)와 함께 31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결국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살라는 잉글랜드프로축구협회(P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그리고 최초로 단일 시즌 이달의 선수상 3회를 받는 대기록마저 세웠다.
살라의 활약은 EPL만 국한되지 않는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2경기 동안 9골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한 경기에서 공격포인트가 집중되는 '몰아치기'가 아닌 꾸준함이 돋보인다. 특히 살라는 지난 공식 대회 6경기에서 연속골 행진을 내달리며 절정의 컨디션을 발휘 중이다.
공교롭게도 살라는 친정팀 로마와 1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살라는 지난 2시즌 동안 로마에서 각각 리그 14골, 15골씩 터뜨린 활약을 바탕으로 리버풀에 입성하며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좁은 공간에서의 탈압박, 2선 침투, 왼발슛의 정확도는 물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친정팀이지만 승부는 승부다. 살라는 빅이어를 내다보고 있다. 로마를 넘어서면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리버풀은 역대 9번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7승을 거둔 바 있다. 챔피언스리그 DNA와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 승자와 맞붙는 결승전은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그러나 단판 승부의 결승전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2004-05시즌에도 AC 밀란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막판 뒤집기로 기적을 연출했다.
'챔스 우승 적기' AS 로마, 34년 전 복수극 연출할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기적의 팀은 로마에게 더 어울린다. 로마는 16강 1차전에서 샤흐타르에 1-2로 패했지만 홈 2차전을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전은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였다. 최강 바르셀로나에 1-4로 대패하며 사실상 탈락이 유력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3-0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한 것이다. 이러한 집념과 정신력은 지금까지 로마가 한 단계씩 진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4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을 피한 것도 호재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이 없는 로마로선 올 시즌이야말로 유럽을 정복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공교롭게도 로마는 34년 전 유럽 정상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는데 하필 그 상대가 리버풀이었다. 당시 로마는 결승전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로마가 정상에 도달하려면 원정 징크스를 극복해야 한다. 이는 로마가 그동안 유럽 대항전에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 원인이다. 특히 16번의 잉글랜드 원정에서 무려 9패를 기록했다. 승리는 단 한 차례다.
올 시즌도 원정에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첼시 원정에서 3-3 무승부는 칭찬받을 결과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샤흐타르, 바르셀로나 원정길에서 모두 패배를 맛봤다. 안필드에서 열리는 4강 1차전은 자칫 대량 실점으로 패할 경우 2차전에서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제 아무리 역전의 명수 로마지만 리버풀은 16강 샤흐타르, 8강 맨시티전에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맨시티와의 8강 2차전에서 선수비 후역습을 통해 2-1 승리를 만들어낸 것이 전반기와 달라진 면모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버질 반 다이크를 영입한 이후 수비력이 한층 안정됐다.
▲ AS로마 소속 미드필더 라자 나잉골란 선수 ⓒ EPA/연합뉴스
로마는 이번 4강 원정 1차전에서 수비적인 전술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의 막강한 공격력을 저지하려면 라자 나잉골란, 케빈 스트로트만 등 터프하고 전투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로마는 바르셀로나전 역전승을 기점으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 라치오와 비긴 뒤 제노아, 스팔을 제압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권 이내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에딘 제코, 다니엘레 데 로시, 주안 제주스 등 일부 주전들이 지난 주말 경기에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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