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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국밥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70년째 함양의 전통시장을 지키고 있다."

함양 시장국밥의 살아있는 역사다.

경남 함양의 지리산함양시장 내 음식점 몇 개가 모여 있는 병곡식당에서 김정애(54)씨를 만났다.

그는 병곡식당 원조 할머니의 딸이다. 14년째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조카 김수민(33)씨가 고모인 김정애씨와 함께 병곡식당의 '진한 손맛'을 전하고 있다. 수민씨까지 3대째 대를 잇는 유명 맛집이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를 통해 소개된 것도 여러 차례다.

김정애씨는 "손예진, 조문식, 박구윤씨 등 연예인은 물론 대통령 후보나 도지사 후보 등 함양에 온 유명인들은 반드시 우리 식당에 들른다"며 "병곡식당이 함양의 관문"이라고 자랑했다.

오랜 세월 시장국밥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병곡식당은 1940년대 말 두루침교 인근에 있던 옛 함양장터에서부터 간판도 없는 국밥집으로 시작했다. 40여 년 전 장터가 이곳 지리산함양시장으로 옮겨지면서 식당도 같이 옮겨와 '병곡집'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병곡식당의 원조인 그녀의 어머니 고향이 병곡면 우루묵(도천)이라 병곡집이라는 상호를 그때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폐업률이 높은 업종이 음식점이라지만 병곡식당은 3대째 70년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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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비법이 있을 법하다.

그녀는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면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늘 명심하고 있다"며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맛은 저절로 나게 마련이다"고 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비법인 셈이다.

국밥의 주재료인 고기는 함양산 흑돼지만 특별히 제공 받는다고 한다. 배추, 고춧가루, 오이, 가지 등 밑반찬거리는 손수 재배해 직접 요리한다.

병곡식당은 사골로 육수를 만든다. 가마솥에서 사골을 우려내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가스로 불을 지피기는 하지만 전통방식 그대로다. 그녀는 "맛있는 사골육수를 내기 위해서 3박4일이 걸린다"며 "끓이고 식히기를 반복해야 진국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육수부터 고기, 밑반찬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다.

머리국밥, 순대국밥, 피순대 등이 병곡식당의 인기메뉴다. 평소보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인 명절이나 벌초, 휴가철 등이 더 바쁘다. 추억의 맛을 찾아온 출향인 단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구도 줄고 전통시장이 위축되면서 예전에 비하면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단골손님들은 여전히 병곡식당을 찾고 있다. 김정애씨가 처음 이곳에서 어머니와 같이 일했던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종일 화장실 한번 갈 시간이 없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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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곡식당은 아침 6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그녀는 "어머니가 식당을 하셨을 때는 밤새도록 문을 열어 '병곡 나이트'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였다"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10년 넘게 국밥을 만들다 보니 육수 빛깔만 봐도 맛을 알 수 있다는 김정애씨는 이제 어머니의 손맛을 조카에게 전수하고 있다.

"수민이는 다른 조카들보다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4년전부터 같이 일하고 있는데 할머니를 닮았는지 제법 손맛이 좋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제대로 맛이 나지 않으면 손님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는 그녀는 "아무리 비싼 재료를 사용했어도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 만든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은 물론 조카 수민씨에게도 때로는 혹독한 시어머니 노릇을 자청한다. 어머니가 일구어 놓은 병곡식당을 이어가기 위한 스스로의 담금질이다.

<저작권자 © 주간함양,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주간함양>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268- 병곡식당 김정애·김수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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