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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범죄와 폭력이 '로맨스'라는 이름 아래, '연인'이라는 관계 아래에서 용인돼 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467명이 데이트 폭력으로 숨졌다. 하지만 미디어는 폭력과 범죄를 마치 로맨스의 일부인 것처럼 표현하고, 사람들이 연인 간의 폭력에 둔감해지게 만든다. 이는 '현재진행형' 문제다.

한국 사회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잘못된, 어설픈, 또는 무감한 묘사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미디어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 그 자체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힘을 얻고 데이트 폭력 담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먼지처럼 퍼져있는 가해자 중심주의적 시각을 뿌리뽑고, '폭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로 세워야 한다.

여기,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들려주는 한 웹툰이 있다. 지난 22일,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이 겪었던 데이트 폭력에 대해 그려내고 있는 이아리(필명, @i_iary)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아리 작가님 인스타그램 中 (@i_iary)
 이아리 작가님 인스타그램 中 (@i_iary)
ⓒ 이아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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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작업으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실제 있었던 일들이고, 과장되거나 허위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선뜻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가해자와 이별을 한 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처럼 떠오르는 일들이 저를 항상 괴롭혔습니다. 병원에 다녀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 이전에 가슴 속에 맺힌 이 일들을 드러내고, 작업으로 푼다면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도 괴로운 연애를 끝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 작품을 그리실 때,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하고 신경 쓰면서 그리시나요?
"실제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가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인 저 또한 가명을 쓰고, 개인 신상은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눈을 그리지 않는다던가, 그와의 교제 기간, 나이, 직업 등 그를 알 수 있는 정보는 표현하지 않고 있습니다."

데이트폭력을 너무 쉽게 '용서'해주는 사회

- 유독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성범죄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왜 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니?"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왜 피해를 스스로 막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냐는 질문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예로,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에게 '왜 진작 헤어지지 못했냐', '왜 고소하지 못했냐'고 묻는 사람도 많고, 바보 같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게 말하기 이전에 '왜 피해를 입고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판결들도 보면 가해자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도 용서했다는 뜻을 전했으며, 가해자에게 변화의 의지가 있다는 이유로 감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큰 문제입니다. 데이트 폭력 사건은, 나와 매우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나에 대한 신상정보를 굉장히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고 후 나에게 보복을 하지는 않을지, 내 약점을 가지고 협박을 하지는 않을지, 내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데이트 폭력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 그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트 폭력을 단순한 연인 간의 다툼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중범죄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관련된 법이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작품을 연재하시면서 고민하시던 부분이나 머릿속을 맴돌던 질문이 있나요?
"직접 겪은 일을 그리다 보니,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힘들고 눈물도 많이 났습니다. 이 감정을 잘 못 드러내면,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정 제어를 잘 하고, 최대한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자 목표입니다."

- 작품을 그리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또는 보람찼던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든 점은, 제가 이 만화를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변 지인이 그 사실을 쉽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 그리고 연락 뜸하던 지인이 그 사실을 알고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것. 그런 점들이 저를 힘들게 만듭니다. 저는 '이 만화 그린 사람이 사실은 누구누구래. 직접 이 일을 겪었대!' 라는 가십거리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이런 일이 실제로 비일비재하대. 정말 문제야'라는 접근방식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 욕심일지는 몰라도, 부디 실존하는 저를 작품 앞에다 세워놓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보람찬 일도 있었습니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도 헤어지지 못하다가, 이 만화를 보고 느낀 게 많아 헤어짐을 결심한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아리 작가님 인스타그램 中 (@i_iary)
 이아리 작가님 인스타그램 中 (@i_iary)
ⓒ 이아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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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로가 되길"

- 작가님 작품을 보면서 '이건 내 얘기다'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혹시 그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안 그래도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본인이 겪었던 일과 매우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우선은, 그간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많이 힘들었을 걸 알기에. 주변에 털어놔도, 왜 헤어지지 못하냐는 말을 들을까 봐, 혹은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맘 놓고 모든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픈 연애에서 벗어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지금 당장은 허전하고 외로울지 몰라도, 그 잠깐의 외로움에 속지 말고 관계를 잘 끊어내셨으면 합니다. 혼자 해내기가 무섭고 버거우면, 가까운 사람들(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는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작품을 봐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혹, 작품의 흐름을 깰까 봐 일일이 댓글을 달지 못하고 있지만, 해주시는 말들 하나하나 잘 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도 함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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