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반위의 하이에나 > 진행을 맡은 슬리피, 정형돈, 정재형

< 건반위의 하이에나 > 진행을 맡은 슬리피, 정형돈, 정재형 ⓒ KBS


KBS 2TV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 <건반위의 하이에나>(아래 <하이에나>)가 지난 20일 종영을 맞이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고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아 <하이에나>는 올해 3월 정규 편성의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시청률의 벽은 생각보다 두껍기만 했다.

<나 혼자 산다>(MBC), <윤식당 2>(TVN), <정글의 법칙>, <골목식당>(이상 SBS), <비긴어게인2>(JTBC) 등 인기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방영되는 쟁쟁한 금요일 밤 시간대 화제몰이에 실패했고 줄곳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총 8회분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시청자들의 눈을 끌지 못한 음악 만들기의 과정

 통기타 + 애플 맥북 작업을 병행하는 김종서, 후배 JB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은 박진영 (방송화면 캡쳐)

통기타 + 애플 맥북 작업을 병행하는 김종서, 후배 JB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은 박진영 (방송화면 캡쳐) ⓒ KBS


<하이에나>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를 손꼽자면 먼저 시청자들의 흥미를 키울만한 요소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모아 작사, 작곡을 하고 녹음을 거치고 무대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과정은 이미 수년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했던 장면들이다. 이러한 작업은 음악인들 입장에선 일반인의 "하루 생활"과 마찬가지이기에 어떤 극적인 장면이 드러나기 어려웠다.

같은 음악 예능이지만 길거리 공연(버스킹)을 통해 호흡을 맞추는 일들이 하나의 드라마 혹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흘러갔던 <비긴 어게인>에 비하면 <하이에나> 속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단순함의 연속이었다. 또한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등 기존 경쟁 방식의 음악 예능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겐 마치 조미료 없는 밋밋한 맛의 음식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다보니 금요일 동시간대 예능 최강자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서 <골목식당> 같은 인기 프로그램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창작의 고충... 음악인들의 노고를 알게해주다

 그룹 페퍼톤스는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해 학교 체육관을 대여하고 합주를 녹음하는 등의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방송화면 캡쳐)

그룹 페퍼톤스는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해 학교 체육관을 대여하고 합주를 녹음하는 등의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방송화면 캡쳐) ⓒ KBS


그럼에도 <하이에나>는 나름 긍정적인 요소를 담으면서 음악 입문자라던지 관련 종사자들에겐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각기 다른 장르, 연령대의 음악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곡을 만들고 녹음하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이를 지켜본 초보 음악인들 입장에선 본인의 장점이나 특색, 곡 만들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마치 선배들의 조언, 길잡이 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고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줬다.

기타 하나 들고 곡을 만들지만 최신 컴퓨터 작업을 병행하는 고참 음악인 김종서, 반주 만들기에 치우치다보니 정작 중요한 멜로디에 소흘해진다는 질책도 아끼지 않던 박진영의 말은 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음악 강의 역할도 톡톡해 해냈다.

생활을 위해서 본인이 하던 힙합 대신 트로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빠" 양동근의 고충,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해 학교 체육관을 대여해서 녹음하는 페퍼톤스의 패기 등 여러 상황 속 음악인들의 다양한 모습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한 막연히 음악만 듣던 일부 시청자들 역시 창작자들의 남다른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반응도 내비췄다.

새소년, 양다일 등 신예 음악인들의 무대

 < 건반위의 하이에나 >에선 록그룹 새소년, 싱어송라이터 양다일 등 기존 공중파 방송에선 보기 힘든 신인 음악인들의 무대로 마련했다. (방송화면 캡쳐)

< 건반위의 하이에나 >에선 록그룹 새소년, 싱어송라이터 양다일 등 기존 공중파 방송에선 보기 힘든 신인 음악인들의 무대로 마련했다. (방송화면 캡쳐) ⓒ KBS


<하이에나 >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매회 에일리+멜로망스, JB(갓세븐), 형돈이와 대준이+장미여관, 김종서+김태원 등 곡 작업을 담당한 초대손님 외에 신예 음악 손님들을 따로 불러 별도의 공연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최근 주목받는 인디 록 밴드 새소년을 비롯해서 양다일 등 기존 방송에선 보기 어려웠던 유망주들만을 위한 자리를 통해 기존 음악 방송과의 차별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비록 대중적인 재미, 시청률에선 아쉬움을 남겼지만 <하이에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조금이나마 마련하는 나름 의미있던 작업을 진행해왔다. 경쟁 위주 음악 예능만큼의 인기 몰이에선 실패했다는 아픔은 향후 또 다른 프로그램 제작에서 하나의 교훈처럼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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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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