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 기자 말

"저는 ('펜스룰'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한심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뭐냐, 사건의 원인을 여성으로 보는 거예요. 나(남성)의 욕망은 자연스러운 본능, 제어가 되지 않는 영역이고 짧은 치마를 입는 것 등 문제는 여성에게 있는 거니까 여성을 치워버리자는 겁니다. 사회 절반이 여성이고, 여성 없는 직장이 없는데 이게 답이 될 수 없는 거죠."


1991년 한국 최초의 성폭력상담소를 열고 여성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최영애(68)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 이사장이 19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이 거스를 수 없는 '혁명적 물결'이라고 평가하면서, 권력형 성폭력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책과 함께 사회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대신 가해자의 행위를 규제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을 지내고 현재 서울시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이사장은 인도 국무회의 논의를 소개하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성폭력 사건이 빈발하자 한 국무위원이 밤 8시 이후 여성 통행금지를 제안했는데, '통행금지를 실시하되 대상은 남성으로 하자'는 반론이 나왔다는 얘기다.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아내 외의 다른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 펜스룰도 여성(피해자)의 사회활동에 불이익을 주는 남성(가해자) 중심적 발상이라는 게 최 이사장의 비판이다.

 최영애 이사장은 미투 운동 이후 제기된 펜스룰 같은 논의는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는 한심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애 이사장은 미투 운동 이후 제기된 펜스룰 같은 논의는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돌리는 한심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SBSCNBC

관련사진보기


최 이사장은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남성들도 성 문제만큼은 '남자여서 그래' 하며 관대하게 보는 이중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흔히 식욕과 성욕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본능적 욕구라고 말하는데, 배가 아무리 고파도 남의 음식을 마음대로 먹으면 처벌받듯 타인의 성 역시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성폭력은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이사장은 또 미투 고발 후 조직 내외에서 피해자에게 가하는 험담, 따돌림, 인사상 불이익 등 '2차 가해' 역시 성폭력 행위 자체만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에게 '업무에 무능했다' '품행에 문제가 있었다' '동기가 불순하다' 등의 공격을 하다 보니 직장 피해자의 70%가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전출되는 등의 추가 피해를 보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미투 2차 가해도 1차 가해만큼 엄벌해야

그는 "피해자에게 '왜 성인인데 저항하지 못했나, 왜 사건 발생 당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건 권력형 성폭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피해자에게 '너도 즐긴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군대에서 맞을 때 즐기느라 아무 말 안 했던 거냐'는 댓글처럼 권력구조 속에 있는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미투 운동을 보도하는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도 우려했다. 그는 "우리 언론은 미투 폭로 후 가해자의 행위보다 진실공방, 피해 여성의 품행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중심의 위계적 구조, 가해자의 문제를 더 파헤치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가 거꾸로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고발당하기 쉽게 돼 있는 현행법에 대해서도 "억울한 무고 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폭력 고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피해자를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조사하는 것을 유예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은 가해자의 범죄 행위, 권력형 성폭력을 낳는 구조보다 피해 여성의 품행이나 동기, 진실공방 등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 언론을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가해자의 범죄 행위, 권력형 성폭력을 낳는 구조보다 피해 여성의 품행이나 동기, 진실공방 등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 언론을 비판했다.
ⓒ SBSCNBC

관련사진보기


'위드유'와 함께하는 혁명적 물결, 되돌릴 수 없을 것

최 이사장은 최근의 미투 운동이 '반짝' 하고 끝날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혁명적 물결'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성폭력상담소가 문을 열었던) 30여 년 전만 해도 소수의 피해자가 상담소 전화로 피해 사실을 밝히고 사회는 피해자를 비난, 폄하했지만 지금 미투는 사회 곳곳에서 여러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나오고 있고, 사회도 '위드유(WithYou)'라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부처별로 이미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 변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이사장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 미투 운동은 ‘반짝’ 하고 끝날 사건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혁명적 물결’이라고 역설했다.
 최 이사장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 미투 운동은 ‘반짝’ 하고 끝날 사건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혁명적 물결’이라고 역설했다.
ⓒ SBSCNBC

관련사진보기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의 특별분과위원장으로서 '안태근 성추행 사건'의 검찰 진상조사단 활동을 점검하고 있기도 한 최 이사장은 진상조사단장인 조희진(56) 검사장의 사건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검사장은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검사의 성추행을 검찰 내부에서 고발한 뒤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을 때 결재라인에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은 "대한변협(변호사협회)의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당시 사건처리에 대해 사무감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1993년 이른바 '우조교 사건'으로 알려진 서울대 화학과 교수 성희롱 사건의 지원을 맡아 승소를 이끌었다. 한국 최초의 성희롱 민사소송이자 '1호 미투'로도 꼽히는 이 사건은 만 5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5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성폭력특별법은커녕 형법상 강간, 강제추행 이외에 어떤 법적 처벌 규정도 없었던 시절 진행된 이 소송은 성희롱이 범죄이자 노동권 침해라는 인식을 처음 일깨운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댓글1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