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캘리포니아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펼치는 비욘세

4월 14일 캘리포니아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펼치는 비욘세 ⓒ Beyonce Instagram


이번 주 팝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비욘세(Beyoncé)의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 공연이었다.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이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 공연 사상 첫 여성 흑인 솔로 헤드라이너로 14일(현지 시각) 무대에 오른 비욘세는 말 그대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로 대중 음악계에 경탄을 안겼다.

각종 언론과 매체, 잡지사가 이 날의 무대를 찬송하고 있고, 그 분석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코첼라 페스티벌을 자신의 이름을 딴 '비첼라(Beychella)'로 만들어버린, 비욘세 공연의 네 가지 핵심 포인트를 분석해본다.

더없이 화려하고 완벽한 무대

 4월 14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비욘세 무대

4월 14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비욘세 무대 ⓒ Beyonce Instagram


마칭(marching) 밴드 복장을 갖춘 댄서가 솔로 드러밍으로 장대한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난 후, 관객들은 쏟아지는 불빛 속에서 찬란한 '비욘세 월드'의 구현을 목격했다. 철제 계단 형태의 무대 위에 노란 후디로 통일된 수많은 백댄서들과 세션들, 그 가장 가운데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비욘세의 모습은 감탄 그 자체였다. 이후 비욘세는 블랙 팬서(Black Panther) 문양의 원피스, 고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케 하는 드레스와 모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를 연상케 하는 카모 패턴 의상을 번갈아 갈아입으며 공연장의 모두를 완전히 압도했다.

'Crazy in Love'를 시작으로 무려 26곡을 선사하며 커리어를 총망라했고, 쉴 새 없이 전환되는 무대와 댄서들의 공연, 세션들의 퍼포먼스는 지루함을 지웠다. 특히 비욘세의 화려한 의상이 화제가 됐다. 과감한 PVC 조각으로 빛을 발한 대학생부터 이집트 여왕까지 오간 이날의 의상은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발망(Balmain)의 수석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과 함께한 결과물이다. 무대 진행과 셋리스트에 맞춰 흑인 민권, 젊은 세대의 기호, 우아한 취향까지 모두 아우른 '코첼라 콜렉션'을 위해 비욘세와 올리비에는 지난 몇 달 동안 의견을 주고받으며 2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의 옷을 완성했다.

커리어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 경쟁자 없는 대중음악의 스타

 4월 14일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열창하는 비욘세. 가슴팍 블랙 팬서 문양이 보인다.

4월 14일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열창하는 비욘세. 가슴팍 블랙 팬서 문양이 보인다. ⓒ Beyonce Instagram


비욘세의 가장 최근 결과물은 2016년 발매한 정규 앨범 < Lemonade >다. 이후 2017년 제 59회 그래미 어워즈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여타 활동이 없었다. 지난해 말 라틴 랩스타 제이 발빈(J Balvin)과의 콜라보 'Mi Gente'로 목소리를 들려준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팬들이었다. 본래 2017년 코첼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였으나 쌍둥이를 품은 몸이었기에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대신 올랐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이런 기다림을 순식간에 해소해버린 '사이다' 무대였다. 초기 히트곡 'Crazy in love', 'Deja vu'부터 명실상부 그를 대표하는 'Single ladies', 'Flawless', 'Drunk in Love', 최근작의 'Formation'과 'Don't hurt yourself'까지 그야말로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다! 대서사를 마무리하는 감동의 마지막곡 'Love on top까지 완벽한 아우름. 명곡으로 가득한 과거와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를 모두 아우른 비욘세의 음악 커리어를 단 한 번의 무대로 정의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재결합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다시 뭉친 데스티니스 차일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다시 뭉친 데스티니스 차일드 ⓒ Coachella Twitter


이런 히트곡 퍼레이드만도 대단한데 페스티벌 현장의 팬들은 또 다른 의미 있는 선물을 받았다. 비욘세의 모그룹이자 2000년대 초 인기를 누렸던 걸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재결성 무대가 바로 그것. 2005년 공식 해체를 선언했지만 2013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로 다시 뭉치는 등 단체 공연을 몇 번 보여줬는데, 이번 2018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도 켈리 로우랜드(Kelly Rowland)와 미셸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와 함께 추억의 의상과 추억의 히트곡을 선보였다. 'Lose my breath', 'Say my name', 'Soldier'를 함께한 비욘세, 어느덧 그도 데뷔 22년 차다.

블랙 커뮤니티의 자긍심, 여왕의 지위를 굳히다

 4월 14일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이집트 여왕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갖춘 비욘세

4월 14일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이집트 여왕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갖춘 비욘세 ⓒ Beyonce Instagram


2016년 슈퍼볼의 'Formation' 무대를 통해 굳건한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아프로 아메리칸들의 자긍심)를 선보였던 비욘세. 이번 코첼라 페스티벌에서도 역시 민권 운동의 메시지를 곳곳에 심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1960년대 권리 투쟁의 핵심이었던 말콤 엑스의 연설이 울려 퍼졌고, 미국 블랙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곡 'Lift every voice and sing'을 아카펠라로 선보였다. 대학 커뮤니티를 연상케 한 의상 역시 1964년 이전 블랙 커뮤니티 내 설립된 전통 흑인대학(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대중문화 정상에 오른 당당한 시선 앞에 인종차별의 의식은 고개를 굽힐 수밖에 없다.

비욘세의 어머니 티나 놀스(Tina Knowles)는 이러한 구성에 대해 '아프로-아메리칸 커뮤니티와 교육기관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사전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딸의 용감하고도 진실한 무대를 본 후 그는 '부끄럽다(ashamed)'는 감정을 내비쳤다. 자유와 평등의 메시지를 전 세계 젊은 세대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를 통해 인종의 벽을 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책무(Responsibility)로 느꼈던 비욘세는 치밀한 노력과 깊은 고민으로 진실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장 높은 위치에서 가장 낮은 곳을 어루만지는 메시지, '여왕(Queen)' 이외 다른 칭호가 필요치 않은 비욘세의 위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158)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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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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