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시자카 노리코의 〈반딧불이CEO〉
▲ 책겉표지 이시자카 노리코의 〈반딧불이CEO〉
ⓒ 지식공간

관련사진보기


채소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다면 그 원인은 농약과 토양의 문제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그 둘레에 산업폐기물처리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면 어떨까요? 그 화살은 당연히 그 업체에 쏠리겠죠. 그리고는 곧장 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가 일어나서 그곳이 문을 닫아야 살 수 있다고 피켓 시위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위기상황에 닥치면 그 회사는 문을 닫든지, 다른 곳으로 이전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겠죠. 물론 그런 이미지를 안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해도 그곳의 지역 주민들 역시 환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존폐위기에 처한 회사를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변화시킨 이가 있습니다. 
"다이옥신 보도가 전파를 탄 이후, 굴뚝에서 증기가 올라올 때마다 사람들은 '다이옥신이다'하고 손가락질을 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공장 주변에는 '이시자카산업 반대', '이시자카는 이 마을에서 나가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여러 장 내걸렸다."(27쪽)

이시자카 노리코의 〈반딧불이CEO〉에 나오는 실제 이야기입니다. 1999년 산업계기물 처리 회사였던 이시자카산업 공장의 인근 농작물들이 다이옥신에 오염됐다는 보도가 나갔고, 곧장 주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게 되어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은 30살의 딸 노리코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 속에서도 회사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각종 개혁과 혁신을 일구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회사의 전체 매출 70%를 차지하고 있던 150억원짜리 '다이옥신 정화 소각로'를 해체했고, '겸허한 마음, 긍정적인 자세, 노력과 봉사'라는 세 가지 경영이념을 내걸었고, 모든 설비를 건물 내부에 위치하게 만드는 400억원짜리 '독립형 전천후 종합설비'를 새로 지어나갔던 것이죠.

그 모든 일들은 30살의 여성 노리코가 감당해야 했던 몫이었습니다. 그 당시 각종 폐기물을 실어 나르던 트럭 운전사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는데, 그 중에는 험상궂게 생긴 이들도 있었고, 각종 문신을 새긴 이들이 많았다고 하죠. 그런 상황 속에서 그와 같은 세 가지 개혁과 혁신을 일구어낸 것입니다.

"현재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건축 폐기물의 감량화와 리사이클화 비율은 무려 95퍼센트에 달한다. 건설현장과 철거현장에서는 일반 쓰레기와 불연성 폐기물이 혼합되어 나오는데, 이것을 95퍼센트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회사는 일본에 이시자카산업을 포함해, 단 세 곳뿐이다."(188쪽)

그와 같은 어려움 끝에 그녀는 일본 내에서도 자랑스러워할만한 기술혁신을 일궈낸 것이었습니다. 각종 산업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서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인데, 물을 사용하면 오염된 물이 토양에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바람의 힘을 조절한 신기술'이라고 하죠. 그렇게 하고서도 95%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을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내 개혁을 할 때만 해도 직원들의 40%가 회사를 떠나버렸고, 최첨단 자원화 시설을 도입하던 그 시기에 회사 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끊임없는 개혁과 투자를 바탕으로 지역과 나라의 신뢰를 얻게 되어, 지금은 2017년 기준 매출액이 513억이 넘는 업계 굴지의 회사로 약진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지역 주민과 공생하는 기업이 되고자 회사 부지 내의 황폐한 잡목림을 가꾸기 시작했고, 도쿄돔 4배 넓이의 참나무 숲을 조성하여 천연기념물 반딧불이와 꿀벌이 날아다니는 숲을 재생하여 '자연친화적인 기업', '산촌자본주의 영속기업'을 일구고 있다고 합니다. 그 까닭에 일본과 해외에서 연간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견학하러 오는 회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왜 그녀는 그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만약 내 대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3대째나 4대째에 사업을 전환해야 할 시기를 맞이했을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회사는 무너질 것이고, 창업자의 정신 또한 사라질 것이다."(203쪽)

이른바 자연과 공생하는 기업만이 10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에도 이토록 좋은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가들도 이 책을 끼고 읽었으면 좋겠고, 내친 김에 견학도 다녀오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반딧불이 CEO - 비난받던 산업폐기물업체를 반딧불이의 놀이터로 만들다

이시자카 노리코 지음, 김현영 옮김, 오씨이오(oceo)(2018)


태그:#산업폐기물처리업체, #이시자카산업 공장, #다이옥신 노리코, #95퍼센트 수준의 재활용,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