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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17일, 2018 퀴어여성게임즈(2018 Queer Women Games)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가 개최된다. 2017년 동대문구체육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동대문구가 대관을 취소하여 한 차례 연기되었던 자리이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퀴어여성게임즈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여성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여성성소수자에게 있어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가, 스포츠에 있어 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 기자 말

 2017. 10. 18.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에서의 송판격파
 2017. 10. 18.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에서의 송판격파
ⓒ 퀴어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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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전 기사]
① "남자애가 왜 이렇게 운동을 못 하냐"고?

여자애가 무슨 태권도를

7살 때 동네 남자아이들이 하얀 도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곧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태권도라는 운동에 묘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여 부모님께 '태권도장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가 무슨 태권도냐 안 된다"고 하셨다. 몇 개월의 집요한 요청과 기다림 끝에 겨우 도장에 등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태권도는 11년 동안 계속되는 매력적인 운동이었고 내 인생에 많은 시간 함께한 운동이었다.

당시 태권도를 할 때만 해도 전 관원 중 여자는 나 혼자였다. 그 정도로 주변에 태권도를 하는 여자아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동안은 도장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으며 주변 남자아이들의 눈초리도 받곤 했다. 아마 "여자애가 무슨 태권도를 한다고 저런담" 이런 생각이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었을 때 여자아이들이 조금씩 등록하기 시작하였고, 함께 하면서 왜인지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도 일주일에 몇 번 있던 겨루기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그동안 여자라는 이유로 같은 띠인 남자아이들과 겨루기를 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상대는 언제나 나보다 낮은 띠의 남자아이이거나 사범님이 대신 겨뤄주셨는데, 동등한 겨루기가 아니라는 것에 차별을 느꼈고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태권도부가 있는 중학교의 한 코치님이 도장을 돌며 스카우트할만한 여자 선수를 모집하고 있었다. 코치님은 나에게 선수를 제안했고, 드디어 정식으로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며칠을 행복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부모님의 반대로 집에서 가까운 일반중학교로 진학해야 했다. 그날 밤 얼마나 울었는지... 며칠은 부모님과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계속된 거절의 경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의 경험은 이뿐만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야구부가 새로 생겼다는 학교 공문을 보았다. 전 학년 모든 반마다 야구부원을 모집하는 안내문이 돌아다녔고, 야구부실에 지원하려고 찾아갔다. 야구부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으나 "여자는 뽑지 않고, 매니저라면 모르겠다"는 어이없는 답변뿐이었다. 

초등학교 쉬는 시간에는 남자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었다. 몇 개월 뒤 아침시간에 축구교실이 생긴다기에 정식으로 축구를 배워보고 싶어 신청하였다. 야구부처럼 거절은 당하지 않았지만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처럼 운동장을 누비지 못하고 패스 연습만 시켰다. 쉬는 시간마다 남학생과 동등하게 축구를 해왔던 나는 이러한 수업 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학기가 다 끝나 버렸다.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여성에게는 체육활동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남학생들과 쉬는 시간에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많은 신경전 끝에 이뤄낸 결과이다. 처음 같이 축구를 하자는 내 제안에 같은 반 남자아이들은 "여자는 축구를 못 하기 때문에 안 된다"며 반대하였고, 그럼 한번 같이 해보고 판단하라고 하여 결국 논란을 종식시켰다.

좀 더 긴 점심시간에는 반 대항 축구 시합에도 남자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했다. 상대 팀이야 우리 팀에 내가 선수로 있는 것이 자기들의 이점이라 생각해서 반대하진 않았지만, 반이 바뀔 때마다 남자아이들에게 축구 실력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처럼 계속되는 거절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동을 계속 해냈다.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전교생 중 체육 실기 1등이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었다. 여학생이 체육을 싫어하고 못 한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만약 여성에게도 편견 없이 축구, 야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의 경험이 주어졌다면 여러 종목에서 훌륭한 한국 여성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

 사회인 여자야구를 시작하고 첫 타석에 선 날
 사회인 여자야구를 시작하고 첫 타석에 선 날
ⓒ 퀴어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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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좀 하자는데

이렇게 학창시절 나에게 운동은 힘겹게 노력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이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매번 배제당하는 경험을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나서 사회인 여자 야구팀에 가입하고, 격투기 도장에 등록도 하였는데 왜인지 어렸을 때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비로소 보다 맘 편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은 평생 마음에 한으로 남는다고. 그것이 어떤 사람에겐 사랑이거나, 다른 무엇이었을 수도 있지만 내겐 운동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배제당하고 거절당했던 경험은 결국 성인이 되어서 운동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회인 여자야구팀에서 다양한 계기로 야구를 즐기는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도 매주 주말마다 야구를 즐기는 개개인의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성별, 나이 불문하고 그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야구팀 첫 연습 날 배트를 들고 글러브로 공을 잡던 그 순간, 어렸을 때 못다 한 운동에 대한 열망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아직은 신입이어서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합을 온전히 즐길 수 없지만 기초부터 배우는 시간들 조차도 설레고 행복하다. 이 재미있는 운동을 남학생만 할 수 있었다니 마음 한편에 화가 솟았다.

이러한 운동의 열망은 언젠가 퀴어여성분들과 체육대회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작년에 퀴어여성네트워크 활동으로 체육대회를 준비하였다. 그러나 동대문구가 '미풍양속에 위배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체육관 대관을 취소하며, 나는 다시 한번 거절의 경험을 하여야 했다. 

여성이어서 받았던 거절의 경험, 퀴어여성이어서 받은 거절의 경험, 성소수자여서 받은 거절의 경험. 더 이상 존재 자체로 거절당해야 하는 경험은 그만하고 싶다. 스포츠는 누구나 평등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여러 거절의 경험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퀴어여성네트워크는 다시 퀴어여성게임즈를 개최할 것이다.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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