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미들급은 괴수들의 천하다.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43·브라질)의 시대가 '올 아메리칸' 크리스 와이드먼(34·미국)에게 붕괴된 이후 신체조건, 기량을 겸비한 괴물급 파이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와이드먼이 실바를 압도적으로 무너뜨릴 때만 해도 새로운 제왕의 왕조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스카일러(Skyler)' 루크 락홀드(34·미국), '신의 병사' 요엘 로메로(41·쿠바) 등 또 다른 강자들이 속속 튀어나오며 전국시대로 개편되고 말았다.

'더 드림캐쳐(The Dreamcatcher)' 게가드 무사시(33·네덜란드) 등 빼어난 선수들이 타단체로 옮기기도 했으나 큰 공백이 안 보일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켈빈 가스텔럼(27·미국)같은 젊은 선수들도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

잠깐 위기도 있었다. 마이클 비스핑(38·영국)이라는 챔피언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란 선수가 벨트를 차며 질 높은 미들급에 흙탕물을 끼얹기도 했다. 비스핑은 은퇴 직전의 노장 댄 헨더슨과 타이틀전을 치르는 등 최대한 강자들과의 경기를 피하는 행보를 통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결국 비스핑은 전 UFC 웰터급 챔피언 '수면제' 조르주 생 피에르(36·캐나다)에게 넉아웃으로 무너지며 어렵게 버티어온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오랜만에 복귀한 아래 체급 출신 파이터마저 당해내지 못했던 게 비스핑의 현실이었다.

영악한 생 피에르는 비스핑을 물리친 후 즉시 타이틀을 반납하며 커리어와 실속을 동시에 챙겼다. 현재는 젊은 챔피언 '저승사자(The Reaper)' 로버트 휘태커(27·호주)를 중심으로 조금씩 체계가 잡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들급은 전국시대가 끝나지 않았다. 휘태커는 이제 막 챔피언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는지라 롱런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베테랑 라인도 위협적이지만 계속해서 무서운 신성들이 등장하고 있어 전체적 구도는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다.

UFC 입성 단 두 경기 만에 위협적인 루키로 주목받고 있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29·나이지리아) 역시 그러한 신예 괴수 중 한명이다.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좋은 신체조건과 빼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스트라이커다.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좋은 신체조건과 빼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스트라이커다. ⓒ UFC


탄력 넘치는 타격 임팩트! 인상적이었던 데뷔전

아데산야는 이제 막 UFC에 입성한 신진급이지만 경력 자체는 만만치 않다. 킥복싱 무대에서 57전 50승 2무 5패의 전적을 쌓아왔으며 종합 타 단체에서도 11전 전승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UFC 221에서 데뷔전을 치르던 당시 상대였던 롭 윌킨슨(26·오스트레일리아)보다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다. 윌킨슨은 아데산야보다 먼저 UFC에 데뷔했으나 실질적으로 격투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아데산야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신장 190cm, 리치 203cm의 매우 뛰어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아데산야는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탄력까지 갖추고 있다. 반면 윌킨슨은 직전 데뷔전에서 시야르 바하두르자다(28·아프가니스탄)에게 패배를 기록한 바 있다.

아데산야는 타격전으로 경기를 끌고 가려했으나 윌킨슨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더블 언더훅을 파는 등 클린치 싸움으로 초반 분위기를 몰고 갔다. 아데산야는 어느 정도 버티다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으나 곧 바로 다시 일어났다. 윌킨슨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클린치 싸움을 벌였다.

아데산야는 그라운드 압박을 뿌리치고 빠져나갔고 거리가 잡힌다 싶으면 지체 없이 긴 리치, 긴 다리을 살려 펀치와 킥을 냈다. 윌킨슨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탠딩 대치 상황에서도 황소처럼 태클로 밀고 들어갔다. 운동신경이 좋은 아데산야는 마치 앞구르기하는 동작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서로 원하는 전장이 전혀 다른지라 한참 동안 그러한 주고받기가 지속됐다.

스탠딩에서의 아데산야는 명불허전이었다. 윌킨슨의 훅을 가볍게 피하며 바디블로우와 잽을 넣어줬고 사우스포와 오소독스를 오가며 경쾌하게 스탭을 밟았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기는 했으나 별다른 예비동작 없이 빠르고 날카롭게 날아드는 하이킥은 윌킨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윌킨슨의 반격은 1라운드까지였다. 초반에 너무 힘을 몰아 쓴 탓인지 2라운드에 접어들자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때문에 힘이 빠진 윌킨슨의 묻지마 태클 시도는 점점 통하지 않게 됐다. 여유가 생긴 아데산야는 훼이크를 섞어주며 펀치 연타와 니킥을 통해 야금야금 데미지를 축적시켰다.

가드를 하고 있는 윌킨스의 머리를 잡고 펀치를 거푸 넣을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어차피 타격전 자체에서는 클래스 자체가 달랐다. 결국 견디지 못한 윌킨슨은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무서운 신예 괴수의 옥타곤 입성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테이크다운 보강 과제 남긴 두 번째 경기

아데산야의 두 번째 경기는 최근 14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힐라리버아레나서 있었던 UFC on Fox 29대회에서 펼쳐졌다. 이날 상대인 마빈 베토리(24·이탈리아) 또한 이전 윌킨슨과 다르지 않았다. 위협적인 스트라이커 아데산야와 타격전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베토리는 시작과 동시에 강하게 압박했다. 거칠게 펀치를 휘두르는가하면 클린치 싸움을 걸며 테이크다운을 노렸다. 아데산야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맹공을 막아냈다. 공격시에도 아데산야는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공격을 시도하기보다 잽 한번을 날려도 정타를 집어 넣으려했다.

거기에 다양한 속임 동작을 섞어서 움직이는지라 공격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베토리는 움찔 움찔했다. 들어올 듯 들어오지 않고, 펀치 타이밍에서 킥을 혹은 킥 타이밍에서 펀치가 들어오는 등 이른바 수를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펀치를 칠듯하다가 한스탭 더 들어가 꽂아 넣는 팔꿈치 공격이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시도되는 단발 하이킥, 뒤돌려차기 등  다양한 타격 옵션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무엇보다 아데산야는 회피능력이 돋보였다. 베토리는 틈이 있을 때마다 부지런히 공격을 냈지만 대부분 아데산야는 어렵지 않게 흘려냈다. 근거리에서 잽과 로우킥마저 피해내며 짧고 정확한 카운터를 맞추는 모습은 흡사 한창 때 앤더슨 실바를 연상케 했다. 케이지 구석에서의 클린치 공방전, 타이밍 태클 방어력 등 테이크다운을 막아내는 솜씨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아데산야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3라운드 1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끈질기게 기회를 노리던 베토리가 첫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이에 아데산야는 케이지를 타고 일어섰으나 베토리는 끈질기게 두번, 세번 다시금 넘어뜨리기를 반복했다.

물론 상위에서 눌러놓은 것 외에 별다른 데미지는 주지 못했지만 스트라이커 타입의 선수가 연달아 넘어진다는 것은 지켜보는 팬들을 불안하게 할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결국 다시금 양 선수는 스탠딩으로 전장을 옮겼고 아데산야의 판정승으로 경기는 마무리 지어졌다.

아데산야는 UFC에서 치른 두 경기를 통해 타격적인 부분에서는 체급내 누구와도 해볼만한 실력자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연거푸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한 점은 향후 맞붙을 경쟁자들의 데이터에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 아데산야로서는 이러한 부분의 보강이 이뤄져야 만이 좀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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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데산야 나이지리아 신예괴수 카메룬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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