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로 변신한 효연의 새 싱글 앨범 'Sober(소버)' 이미지.

DJ로 변신한 효연의 새 싱글 앨범 'Sober(소버)' 티저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익숙한 아티스트에게서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국민 걸그룹' 댄스 담당 멤버의 DJ 데뷔처럼. 그렇다. 소녀시대 멤버 효연이 EDM장르를 취급하는 DJ가 되어 돌아왔다. 활동명은 'DJ HYO'. 데뷔 12년 차에 '재데뷔'라니, 게다가 EDM이라니! 의외의 행보에 관심이 간다.

SM 엔터테인먼트 내에서도 전에 없던 행보다. 지난 18일 데뷔 싱글이 정식 발표되기 전, 팬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왜 '스테이션 프로젝트'가 아닌 정식 싱글의 형태를 택했는지 의아해 하는 반응이 눈에 띈다. 스테이션은 매주 하나의 싱글과 해당 싱글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는 SM의 중장기 프로젝트로, 시시각각 변하는 음원 소비자들의 니즈에 빠르게 응답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기획사의 효자 상품이다. 매주 음원을 내는 게 목적인 기획이다보니 성적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즉, 걸그룹 멤버를 DJ로 데뷔시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효연은 스테이션 프로젝트 대신 싱글 발표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모든 우려는 기우였다. 효연의 EDM 앨범은 탁월한 수준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12년 만에 드디어 찾은 효연의 목소리

흥분을 가라앉히고 곡을 찬찬히 살펴보자. 곡 제목은 'sober'. 움멧 오즈칸이 피처링했다. 장점이 수두룩하지만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보컬이다. 효연의 보컬은 소녀시대 활동 당시엔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솔로곡인 'mystery'나 'wanna be'에서는 멜로디를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일단 음역 자체가 완벽하게 효연에게 맞춰져 있다.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음역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드러내며 덤덤하게 노래한다. 상당히 드라마틱한 멜로디임에도 말하는 목소리처럼 들릴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여느 때보다 쉽게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낯설게 들린다는 점이다. 이는 소녀시대도, 솔로도 효연에게 딱 맞는 옷은 아니었다는 방증이리라. 하지만 뭐 어떤가.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어쨌든 본인의 목소리를 찾아 냈다. 그것도 이렇게 근사하게 말이다. 자기 기량을 한껏 뽐낼 수 있는 3분이 주어지니, 드디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창력에 대한 평가도 이제서야 가능해진다.

또렷이 들리는 발음과 약간의 허스키함이 느껴지는 음색은 듣는 이를 강하게 설득한다. 잡기술이나 쓸데없는 꾸밈이 없는 클라이막스 부분의 가창은 휘몰아치는 일렉트릭 기타 세션과 근사한 대조를 이루며 듣는 이의 귀에 목소리를 박아 넣는다. 훌륭하다.

깔끔한 가사, 곡의 감동을 두 배로 이끌다

가사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다. 케이팝을 듣다 보면 제일 짜증스런 것 중의 하나가 가사의 문법이다. 해외 케이팝 팬 중 노래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스러웠다.

반갑게도 DJ HYO의 데뷔곡엔 완벽한 문법과 문학적 짜임새를 갖춘 노랫말이 붙어 있다. 샤이니의 'prism', 문문의 '비행운' 등 멜로디를 걷어내면 고스란히 시가 되는 가사들이 부쩍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유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모든 아티스트가 바른말, 고운말만 가사에 쓸 수는 없다. 그러나 '시적 허용'이라 불러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가사의 문법적 오류는 곡의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반대로 기본적인 문법에 정성을 들인 가사는 곡의 완성도를 견인할 수도 있다.

소녀시대 안에서 또 소녀시대를 벗어나

 DJ로 변신한 효연의 새 싱글 앨범 'Sober(소버)' 이미지.

DJ로 변신한 효연의 새 싱글 앨범 'Sober(소버)' 티저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가 '19세 이하 관람불가'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녀시대 멤버의 솔로 곡 뮤직비디오에 '19금' 마크가 달려 나오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효연은 여성의 몸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며 이를 현실화했다. 소녀시대를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또 DJ HYO의 충성고객일 수밖에 없는 기존 소녀시대 팬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음반에 움멧 오즈칸과 DJ HYO의 디제잉 작업을 뺀 '팝 버전'을 함께 실은 것은 디제잉 음악을 잘 모르는 팬들을 위한 하나의 서비스다.효연이 춤과 노래 외에 'sober'라는 곡에 어떻게 더 관여했는지 궁금한 팬들은 팝 버전과 원곡을 비교해 들어보길 권한다.

소녀시대가 전성기 때와 같지 않고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도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효연에겐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돌파의 방법으로 뻔하거나 쉬운 길 대신 남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를 응원하고 싶다. 대중들이 EDM DJ로서의 효연을 인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싱글앨범이라면 오래 걸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DJ로서의 새로운 행보가 본인의 디스코그라피엔 하나의 활력이, 팬들에겐 하나의 선물이 되길 기대한다.

효연 DJ HYO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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