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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모 작가의 옻칠공예 작품. 예스파크((藝’s Park.이천도자예술마을)『옻칠아트 MO』에서.
 양점모 작가의 옻칠공예 작품. 예스파크((藝’s Park.이천도자예술마을)『옻칠아트 MO』에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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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옻칠을 사용한 시기는 B.C 1세기~3세기경부터라고 추정한다. 조선시대에는 경공장(京工匠)과 외공장(外工匠)에 칠장이 있을 만큼 칠공예는 전문화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우리 전통칠공예 기술이 끊길 위기 속에서 30년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를 지난 13일 만났다. 양점모(53)옻칠공예 작가다.

예스파크(藝's Park, 이천도자예술마을)의 '옻칠아트 MO'에서 만난 작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옻칠공예 작업은 생칠하기, 사포질하기, 자개붙이기, 채화하기 등 수십 번의 다듬질과 광내기 등 20~50여 단계의 까다롭고 복잡한 제작 공정을 거친다. 끊임없는 인내와 청결도 필요로 한다. 자칫 피부에 옻이 오를 수 있고 작업 과정에서 미세한 먼지라도 묻으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옻칠공예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힘들었죠. 제가 옻을 많이 타는데 생칠을 만져야 했거든요. 옻의 기본 성질부터 알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 안에 저도 모르는 정복욕과 도전정신이 있나 봐요. 뭐든 시작하면 완성을 해내거든요. 오랜 세월 옻칠공예를 하다 보니 옻을 타지 않게 하는 나름의 요령이 생겼어요. 지금은 옻칠하고 친구처럼 지내며 작업을 합니다."

옻칠은 잘 썩지 않고 변색이 되지 않아 도료(塗料)로는 최고품으로 친다. 보존상 기능이 매우 우수하다. 옻칠공예에 사용되는 옻칠은 적정 온도와 습도를 맞춰 8시간 동안의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친 옻은 오르지 않는다.

양점모 작가는 배재대학교에서 옻칠공예와 인연을 맺은 뒤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기와와 도자에 옻칠을 한 와태칠기(도태칠기) 제작공정과 표현기법을 익혔다. 작가는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경기도공예품대전에서 대상 수상, 2007년~2008년 2년 연속 대한민국공예품대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옻칠공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공예협회 우수수공예품 인증을 받았다.

양점모 작가의 도태질기 작품,  예스파크의 『옻칠아트 MO』에서
 양점모 작가의 도태질기 작품, 예스파크의 『옻칠아트 MO』에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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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모 작가는 24년 전,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이천에 터를 잡았다. 자연을 좋아하고 도태칠기 작업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의 소재나 주제를 자연에서 얻는다. 나무, 옻칠, 자개 등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갓난아기 손톱처럼 앙증맞고 여린 새싹은행잎이 자라 노랗게 물들어가는 과정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작품 속에 들여온다. 작가는 2010년부터 '네트워크(Network)'라는 주제로 옻칠의 진화를 추구하며 새롭고 독특한 옻칠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거미줄에서 착안했다.

"우연히 정원의 나뭇가지에서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거미줄을 봤어요. 그것이 현대 사회 구조와 시스템의 어떤 부분과 관련성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도로, 전기, 전화, 인터넷 등을 자세히 보면 선과 선, 선과 면, 면과 면이 만나면서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지죠. 이러한 구조는 인위적인 것 같지만 달리 보면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형태에요. 그런 의미에서 네트워크는 자연의 한 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점모 작가는 문갑, 차상, 식기류 등 전통옻칠공예는 물론 평면 오브제 등 현대옻칠공예를 두루 아우른다. 작가는 작품의 실용성과 조형성, 아름다움과 자연친화성을 강조한다. 늘 새로운 작품을 꿈꾸는 작가에게 옻칠은 여전히 알아가야 하는 숙제다. 다른 사람이 가기 어려워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녀의 옻칠공예가 그래서 더 아름답다. 빛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천시청에서 발행하는 이천소식지 5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예스파크 , #옻칠공예 , #전통공예, #유네스코 세계공예협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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